[더팩트 | 공미나 기자] 탄탄한 스토리와 세련된 연출, 배우들의 호연이 모여 오랜만에 완성도 높은 학원물 하나가 탄생했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피라미드 게임'이다. 톱스타 이름값에 기대지 않고 성공한 '피라미드 게임'은 천정부지로 치솟은 제작비 문제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콘텐츠 업계에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티빙 시리즈 '피라미드 게임'(극본 최수이, 연출 박소연)이 21일 9, 10회를 공개하며 전 회차 공개를 마친다. 지난달 29일 공개를 시작한 이 작품은 시청자 사이에서 "재미, 감동, 메시지를 다 잡았다"는 평을 얻고 있다.
가상의 백연여고 2학년 5반에서 매달 한 번 '피라미드 게임'이라는 인기 투표를 통해 계급을 나누는 것이 이야기의 뼈대다. 학생들은 득표 순으로 A, B, C, D라는 계급이 부여되고 한 표도 받지 못하거나 게임을 거부한 학생은 F등급이 된다. F등급은 학급 내 공인된 왕따가 돼 괴롭힘을 당한다. 그리고 이 반에 전학 온 성수지(김지연 분)는 게임의 빈틈을 찾아 주위 학생들과 손을 잡고 게임을 없애려는 시도를 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작품은 달꼬냑 작가의 동명의 웹툰을 영상화했다. 학교 폭력과 계급 사회, 권력 등을 주제로 한다. 마냥 착하지만 않고 지능적인 주인공 성수지를 비롯해 각각 캐릭터의 개성이 살아있다. 이들 사이 벌어지는 묘한 두뇌 싸움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짜릿하다. 탄탄한 스토리로 인기를 끈 원작은 많은 독자들이 '드라마화되길 바라는 작품'으로 꼽혀 왔다.
그간 학원물은 캐릭터들의 나이대가 어리고, 신선함을 요한다는 장르 특성상 신인 배우들을 많이 기용해 왔다. 때문에 학원물은 스타 등용문의 역할을 해왔다. '피라미드 게임' 역시 마찬가지다. 이 작품에도 화려한 스타급 배우는 없다. 김지연(우주소녀 보나)를 비롯해 장다아 신슬기 류다인 강나언 오세은 등 주요 캐릭터 대부분이 신인급들로 채워졌다.
물론 아이브 장원영의 언니로 유명세를 탄 장다아, 넷플릭스 '솔로지옥2'로 얼굴을 알린 신슬기 등 이목을 끌만한 인물들은 있었다. 그러나 이들의 출연이 기대 요소는 아니었다. '첫 연기 도전인데 얼마나 잘할까'라는 호기심 어린 시선이 대부분이었다.
실험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캐스팅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로 바뀌었다. 출연 배우 대부분이 원작 캐릭터와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하며 작품의 몰입도를 높였다. 앞서 tvN '스물다섯 스물하나'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김지연은 이번 작품을 통해 확실한 주연급 배우로 올라섰다. 장다아와 신슬기도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치며 작품의 기둥 역할을 했다. 특히 장다아는 A등급의 중심에 있는 악의 축 백하린 역을 잘 소화해 내며 우아하고 카리스마를 보여줬다.
해외에서도 '피라미드 게임'을 주목했다. '피라미드 게임'은 유럽 최대 규모 시리즈물 행사인 프랑스 '시리즈 마니아'에 K-콘텐츠 중 유일하게 초청돼 이목을 집중시켰다. '시리즈 마니아' 관계자는 "'피라미드 게임'은 학교 폭력 문제를 게임의 룰에 빗대어 독보적인 차별점을 만들어낸 작품"이라며 "특히 복잡하게 설계된 음모와 이를 둘러싼 캐릭터들의 심리전이 학원물, 스릴러, 사회 비판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펼쳐져 매우 흥미로웠다"고 초청 이유를 설명했다.
영국 BBC도 이를 언급하며 '피라미드 게임'을 "새로운 '오징어 게임'"이라고 비유했다. 영화평론가 니모 킴(Nemo Kim)도 BBC와의 인터뷰를 통해 "두 작품의 주제는 한국인들에게 너무나 익숙하다"면서 "'오징어 게임' 속 빚에 시달리는 참가자들의 상황과 '피라미드 게임' 속 학교 폭력 문제 모두 가상의 디스토피아 세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닌 아픈 현실임을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영국 평론지 NME도 작품을 "모든 캐릭터의 밀도가 높고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스릴러"라고 평했다.
'피라미드 게임'은 최근 제작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콘텐츠 업계에 의미 있는 성공 사례가 됐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요즘 콘텐츠 업계는 톱스타 잡기에 혈안이 돼 배우들의 몸값이 높아지며 제작비 상승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피라미드 게임'의 성공은 결국 스타 캐스팅보다 콘텐츠 본질에 집중해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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