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정병근 기자] 요즘 아이돌그룹의 트렌드는 잔잔하게 듣기 편안한 '이지 리스닝'이다. 뉴진스를 시작으로 4세대 최정상급 걸그룹들이 전환점을 만들었고 5세대에 이르러선 보이그룹들도 그 흐름에 편승하고 있다. 그 와중에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제 갈 길을 가서 더 돋보이는 팀이 있다. 싸이커스(xikers)다.
싸이커스(민재 준민 수민 진식 현우 정훈 세은 유준 헌터 예찬)는 지난해 3월 미니 1집 'HOUSE OF TRICKY : Doorbell Ringing(하우스 오브 트리키 : 도어벨 링잉)'으로 첫발을 뗐고 미니 2집 'HOUSE OF TRICKY : HOW TO PLAY(하우 투 플레이)'를 거쳐 최근 미니 3집 'HOUSE OF TRICKY : Trial And Error(트라이얼 앤드 에러)'에 이르렀다.
모든 것이 불안한 1년 차에 트렌드가 급변하는 시기를 지나왔지만 한 번도 흔들림이 없었다. 싸이커스는 심장을 울리는 비트와 역동적인 전개, 날카로운 랩, 재치 있는 가사들과 추임새로 본인들을 차별화한다. 여기에 중독성 있는 멜로디 구간과 '떼창'을 할 수 있는 포인트 파트까지 적절하게 배치하며 능숙하게 완급조절을 한다.
전작인 미니 2집의 경우 다른 곡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운드가 단조롭고 템포도 느린 타이틀곡 'HOMEBOY(홈보이)'에서조차 다이내믹한 보컬과 랩으로 싸이커스만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그러더니 얼터너티브 록 장르의 또 다른 타이틀곡 'DO or DIE(두 오어 다이)'에선 풍성한 밴드 사운드에 맞춰 다이내믹하게 질주했다.
퍼포먼스는 싸이커스를 더 빛나게 하는 요소다. 각 잡힌 군무부터 각자만의 개성이 드러나는 안무들과 재치 있는 노랫말에 맞춘 위트 있는 동작들까지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엮어 3분여를 빼곡하게 채운다. 준비한 걸 해내는 게 아니라 오롯이 즐길 때 나오는 표정과 눈빛은 무대에 더 빠져들게 만든다.
강렬한 음악과 파워풀한 퍼포먼스로 본인들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싸이커스. 그 우직한 자신감은 멤버들 골고루 출중한 능력치와 완성도 높은 음악에서 비롯된다. 누구 하나 빈틈 없이 균형감 있는 멤버 구성은 전체적으로 짜임새를 더한다. 변칙적으로 쌓아가는 멤버들의 보컬 합은 반복해서 들어도 좀처럼 질리지 않는 요소다.
싸이커스는 미니 1집으로 데뷔 12일 만에 미국 빌보드 200에 75위로 진입했고 미니 2집을 지나며 일본 2개 도시, 북미 6개 도시, 유럽 7개국 월드투어를 진행했다. 그 경험치가 더해진 미니 3집 'HOUSE OF TRICKY : Trial And Error'에서 싸이커스는 더 견고하다.
'다이내믹 청량'을 콘셉트로 데뷔한 싸이커스는 세 번째 에피소드를 풀어낸 신보에서 다이내믹하고 질주하는 팀의 정체성을 보다 선명하게 드러냈다. 싸이커스는 쇼케이스 당시 "우리 정체성은 첫 번째가 에너지고 두 번째가 강렬함이다. 변칙적인 구성으로 그런 우리만의 색깔을 담았다"고 소개했는데 그 말의 의미를 단번에 알 수 있다.
그 말의 의미가 가장 잘 담긴 타이틀곡 'We Don’t Stop(위 돈트 스톱)'은 꺾이지 않는 용감한 외침을 담은 곡이다. 올드스쿨 힙합을 기반으로 여러 장르의 요소를 더해 때로는 삐딱하지만 멈추지 않고 앞을 향해 전진하는 싸이커스의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강렬한 사운드와 중독성 있는 후렴구에 싸이커스 멤버들의 파워풀한 퍼포먼스가 어우러져 다이내믹하다. '훅하고 터져 팡' '제발 여기요 누가 나 좀 말려줘'라는 가사처럼 쉼없이 몰아치다가 에너지를 폭발시킨다. 강렬하기만 한 게 아니라 중간에 개구진 구성들을 더했다. '청춘 로드무비'라는 멤버들의 소개에 딱 들어맞는다.
음원차트에서 강세인 '이지 리스닝'과는 결이 좀 다른 싸이커스의 곡들은 아직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코어 팬덤을 착실히 늘려가고 있다.
'HOUSE OF TRICKY : Trial And Error'는 초동(발매 후 일주일) 판매량 22만 4434장(한터차트 기준)을 기록했다. 미니 1집과 2집으로 기록한 초동 각각 10만 장, 20만 장을 넘어선 자체 최고 기록이다. 특히 코로나19 시기에 급등했던 음반 판매량이 최근 다소 주춤하는 흐름 속에서 거둔 커리어 하이라 유의미하다.
싸이커스는 '중소의 기적'이라 불리는 에이티즈(ATEEZ)의 소속사에서 론칭한 신인이다. 에이티즈는 우직하게 밀어붙인 본인들만의 음악 색깔과 월드 투어에서의 완성도 높은 무대로 세계 각지의 팬들을 사로잡았다. 그 DNA를 받은 싸이커스 역시 남다른 음악과 퍼포먼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실력으로 '포텐'을 터뜨리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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