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정병근 기자] 이런 걸그룹은 없었다. 데뷔 2년 차에 이미 국내 음악 시상식 대상을 싹쓸이했고 다른 팀들은 해체의 기로에 놓일 7년 차에 오히려 해외에서 더 활발히 활동하며 수많은 업적을 쌓아올렸다. 그리고 10년 차에 거둔 미국 빌보드 200 첫 1위는 트와이스(TWICE)가 전에 없던 걸그룹의 새로운 길을 열었음을 보여준다.
트와이스는 지난달 23일 새 앨범 'With YOU-th(위드 유스)'를 발매했다. 무려 미니 13집이라는 숫자에서부터 트와이스의 위엄이 느껴진다. 단지 숫자만이 아니다. 이 앨범은 초동(발매 후 일주일) 100만 장을 넘겼고 미국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 1위에 올랐다. 트와이스는 데뷔 첫 초동 밀리언셀러이자 빌보드 200 1위 가수가 됐다.
글로벌 K팝 시대가 열리면서 앨범 판매량이 급증하고 밀리언셀러가 많아졌다고 해도 단일 앨범을 100만 장 넘게 파는 걸그룹은 10팀이 채 안 된다. 초동 밀리언셀러는 그 수가 더 적다. 또 그들 중 대부분이 2020년 이후 데뷔한 '4세대 걸그룹'이다. 예외가 딱 두 팀 있다. 블랙핑크(2016년 데뷔) 그리고 트와이스(2015년 데뷔)다.
트와이스가 데뷔한 무렵은 음원 시대였고 음반 판매량이 저조했다. 그나마 판매량이 걸그룹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보이그룹 중에서도 한두 팀 정도가 50만 장을 겨우 넘겼다. 2017년 방탄소년단을 필두로 K팝이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뻗어나가기 시작하면서 앨범 판매량이 늘었지만 2019년까지도 50만 장을 넘기는 가수는 극소수였다.
트와이스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30만 장을 넘겨 50만 장에 육박한 유일한 걸그룹이고 매년 걸그룹 앨범 판매 1, 2위(이하 써클차트 기준)를 독식했다. 2020년엔 2위였고 2021년 1위를 탈환했다. 이후 4세대 걸그룹의 맹활약이 시작된 가운데서 2022년 데뷔 첫 밀리언셀러(4위)가 됐고 2023년엔 167만 장(3위)을 넘겼다.
앨범 판매량에서 꾸준히 독보적인 존재였지만 음원 파워가 워낙 막강했던 터라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다. 이들은 2016년과 2017년 'CHEER UP(치어 업)' 신드롬에 이어 'TT' 'KNOCK KNOCK(낙낙)' 'SIGNAL(시그널)' 등을 메가히트시키며 각종 음악 시상식에서 음원 대상을 휩쓸었다.
트와이스에게도 기로는 있었다. 7년 차이던 2021년 발매한 정규 3집 타이틀곡 'SCIENTIST(사이언티스트)'를 기점으로 음원 성적이 전에 비해 부진했던 것.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 보면 얘기가 다르다. 트와이스는 2020년 2월 세계적 음반사인 유니버설 뮤직 그룹 산하의 리퍼블릭 레코드의 손을 잡고 본격 미국 시장 공략을 시작했다. 이미 일본에서 '넘사벽' 수준의 인기를 얻고 있던 트와이스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간 것.
길게 이어졌던 코로나19 펜데믹 시절이 끝나면서 트와이스는 곧바로 성과를 보여줬다. 2020년 6월 미니 9집 'MORE & MORE(모어 앤드 모어)'로 미국 빌보드 200에 첫 진입한 뒤 꾸준히 순위를 높여갔고 지난해 3월 발매한 전작 READY TO BE(레디 투 비)'로 2위 그리고 신보 'With YOU-th'로 마침내 정상에 올랐다.
그 비결은 트와이스만의 색깔과 우직함이다. 트와이스는 음원차트를 씹어먹었던 발랄함 대신 당당하고 카리스마 있는 멋진 여성으로의 성장을 앨범에 담았고 여러 장의 앨범을 거치면서 전 세계 음악 팬들을 빠르게 사로잡았다. '이지 리스닝'이 트렌드로 떠올랐지만 트와이스는 본인들만의 색깔을 고수하며 새로운 시도를 거듭했다.
트와이스의 글로벌 인기는 견고하다. 이는 전 세계 27개 지역 49회 규모의 다섯 번째 월드투어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세계 각지의 스타디움이 포함된 초대형 투어다.
트와이스는 K팝 걸그룹 최초로 일본 오사카 얀마 스타디움 나가이,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 입성했고 전 세계 걸그룹 사상 최초 미국 LA 소파이 스타디움과 뉴욕 메트라이프 스타디움 입성 및 매진을 기록했다. 호주 멜버른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스타디움에 입성했고 멕시코와 브라질 스타디움 공연을 매진 속에 성황리 종료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오는 3월 1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얼리전트 스타디움에 이어 7월 일본 오사카 얀마 스타디움 나가이, 해외 여성 아티스트 사상 최초 입성을 기록한 가나가와 닛산 스타디움에서 초대형 단독 공연을 전개한다.
아이돌그룹엔 전속계약 기간이 끝나는 '마의 7년'이 있고 특히 걸그룹은 전성기가 길지 않아 해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트와이스는 그 시기에 오히려 새로운 시장으로 눈을 돌려 도전과 성장을 거듭한 끝에 지금의 위치에 섰다. 단 한 명의 탈퇴도 없이 9명의 멤버가 한 회사에서 팀을 이어오는 것도 트와이스만의 강점이다.
이러한 행보와 성과는 탄탄하게 쌓아올린 금자탑이라 꽤 견고하고 이들이 새롭게 써내려갈 기록들에 기대가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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