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강일홍 기자] "여기까지 왔습니다. 한발 또 한발 걸어온 길이 반백년을 넘어 훌쩍 오늘까지 왔습니다. 마이크를 내려놓는다는 것이 이렇게 용기가 필요할 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습니다. '박수칠 때 떠나라'는 쉽고 간단한 말의 깊은 진리를 뜻을 저는 따르고자 합니다."
'가황' 나훈아가 최근 '2024년 은퇴'를 전격 발표했습니다. 또 은퇴를 장식할 자신의 마지막 전국투어 고별콘서트 '고마웠습니다, LAST CONCERT'도 예고했습니다. 나훈아의 은퇴는 사실 수년 전부터 측근들 사이에 나돌았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가요계 복귀 이후 원로가수 및 작곡가들에게 몇 차례 식사를 대접하는 자리에서도 암시한 바 있습니다.
당시 '2~3년 정도 멋지게 마무리하고 은퇴하겠다'는 계획은 예상치 못한 코로나가 겹치면서 미뤄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갑작스런 은퇴' 소식은 아무것도 몰랐던 팬들한테 큰 충격으로 와닿는 것같습니다. 60년 가까운 긴 세월을 최정상 가수로 살아온 그가 '은퇴'라는 말을 언급하면서 느끼는 소회는 필설로 다 표현하기 힘들 거라 생각됩니다.
◆ 최정상 가수 중 지금껏 누구도 결행하지 못한 나훈아의 '대단한 선택'
'박수 칠 때 떠나라.' 말은 쉽지만 이를 실행에 옮기는 건 어렵습니다. '물 들어올 때 노젓는다'는 말과 정면으로 상충되는 말이기 때문이죠. 어느 분야나 잘나가는 사람들이 있지만, 한창 거둬들일 시기에 훌훌 털고 떠난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은퇴 선언도 과연 나훈아답다'는 말이 나오는 건 아무나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나훈아는 공연을 할 때마다 충성도 높은 팬심으로 항상 매진을 기록하는 최고의 가수입니다. 콘서트를 보러온 관객들의 가려운 곳을 콕 집어 시원스럽게 긁어주는 유일한 아티스트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그가 2017년 11년 만에 복귀한 컴백 콘서트 무대는 인터넷 사전 예매창을 열자마자 3분 만에 모두 매진되는 이변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나훈아가 다른 기성 가수들과 다른 점은 완벽한 신비주의 고수입니다. 카리스마 넘치는 열창무대는 공연장 밖에선 결코 볼 수 없습니다. 또 하나 철저한 공연기획과 사전준비를 꼽을 수 있습니다. 곡 선정부터 편곡, 음향, 영상, 코러스와 오케스트라까지 모두 직접 챙깁니다. 무대 위에서도 눈빛 하나 손짓 하나까지 사전 각본대로 움직입니다.
◆코로나 이후 달라진 가요계 판도 등 여러 변화에 위기감도 한몫 추측
대중 스타의 이미지는 스스로 추구하는 방향을 따라 비칩니다. '스타는 별이어야 하고 별은 언제나 신비로워야 한다'는 게 나훈아의 방식입니다. 방송 출연도 거의 하지 않습니다. 신곡도 오직 콘서트에서만 들을 수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시청자들과 교감한 방송은 2020년 9월 KBS 2TV 비대면 콘서트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가 마지막이었습니다.
나훈아는 은퇴를 앞두고 올 한해 마지막 고별콘서트를 갖는다고 밝혔습니다. 4월부터 인천 청주 울산 창원 천안 원주 전주 등지에서 진행합니다. 아직 일정은 나오지 않았지만 콘서트는 하반기에도 예고돼 있습니다. 공식 은퇴를 선언하긴 했지만, 은퇴는 당장이 아니라 콘서트 일정을 모두 마무리하는 시점, 하반기 끝 무렵에나 구체화될 것같습니다.
그럼에도 나훈아는 최정상 가수 중 지금껏 누구도 결행하지 못한 대단한 선택을 한 주인공입니다. 그의 은퇴 선언을 다르게 바라보는 시선도 있습니다. 자존심 강한 그가 코로나를 거치며 크게 달라진 가요계 판도 등 여러 변화에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란 분석인데요. 철저히 계산된 은퇴 선언? 혹시 라스트 무대를 끝내고 깜짝 발표했다면 어땠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