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강일홍 기자] "76년 11월 27일 서울역에 밤 10시쯤 내렸다, 주머니에 180원 밖에 없었다. 가수가 되기 위해 서울에 왔는데 잠잘 곳이 없어서 한동안 노숙생활을 해야 했다. 아무리 노래를 잘해도 음반 낼 기회조차 없었다."
원 히트 원더(one-hit wonder), 가요계에는 단 한 개(싱글)의 히트곡으로 평생 존재감을 이어가는 가수들이 많다. 대표적인 가수가 바로 '논개'를 부른 이동기다.
이 곡은 정수라의 '아 대한민국' 정광태의 '독도는 우리땅'과 함께 우리 가요계 3대 히트 창작 건전가요로 꼽힌다. 엄청난 인기에도 불구하고 당시 가수들의 주 수입원인 밤무대 출연할 기회가 없어 돈은 벌지 못했다는 일화를 갖고 있는 노래이기도 하다.
'꽃입술 입에 물고 바람으로 달려가 작은 손 고이 접어 기도하며 울었네/ 샛별처럼 반짝이던 아름다운 눈동자 눈에 선한 아름다움 잊을 수가 어 없어라/ 몸 바쳐서 몸 바쳐서 떠내려간 그 푸른 물결 위에 몸 바쳐서 몸 바쳐서 빌었던 그 사랑 그 사랑 영원하리'(이동기의 '논개' 가사 1절)
이 곡은 대학가에서 떠돌던 곡을 이동기가 채보해서 취입했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싱어송라이터로 작곡 실력을 가진 이동기의 어엿한 창작곡이다. 작사가는 이건우다. 이 음반 제작에 도움을 많이 준 것으로 알려진 이건우는 11곡중 8곡을 직접 썼다.
이동기는 79년 '생명의 불꽃'으로 데뷔한 뒤 '이동기와 우주함대'라는 밴드를 이끌며 활동했지만 무명을 벗어나지 못했다. '논개'는 데뷔 3년 뒤 지구레코드사를 통해 발매한 '이동기 신곡모음'(4집) 타이틀 곡이다.
소재가 된 논개는 야사(어우야담)로 전해지는 이야기속 인물이다. 임진왜란 당시 왜병과 싸우다 성이 함락되자 진주 관기였던 논개가 분단장을 곱게 하고 촉석루 아래 가파른 바위 꼭대기에서 왜장을 끌어안고 투신했다는 스토리다.
이동기는 "무명시절에도 많은 곡을 만들고 발표했지만 저는 이상하게 '논개'는 별로 와닿지를 않았다"면서 "그런데 가사를 보는 순간에 곡이 아주 쉽게 써졌고 노래를 만드는데도 20분이 채 안걸렸다"고 말했다.
'논개'는 건전가요가 반짝 주목을 받던 당시 분위기를 타고 엄청나게 폭발했다. KBS '가요톱10' 7월 마지막 주에서 8월 셋째 주까지 연속 4주 1위에 올랐고, 그해 MBC '10대 가수상' 신인 남자가수와 10대 가수상을 거머쥔다.
이동기는 '논개'의 히트로 당시 팬레터가 하루에 1000통이 넘게 쏟아질만큼 인기를 누렸다. 지금도 간직하고 있는 이 팬레터를 가끔씩 읽으며 전성기 시절을 떠올린다고 한다. 하늘 높이 날아올랐지만, 안타깝게도 '논개'가 시작이고 끝이었다.
지난해 방송된 MBN '특종세상'에 출연해 이동기는 서울을 벗어나 고향인 충북 음성에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근황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서울에만 있지 않고, 고향에 작은 집을 수리해서 스케줄이 없을 때는 그곳에 자주 내려가 텃밭도 가꾸고 유유자적하며 지낸다"면서 "앨범을 매년 한 개씩 냈는데, 다 실패했다. 어느날 정신을 차려보니 돈도 없고 인기도 없더라"고 털어놨다."
원히트 원더 가수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곡을 써 놓은 게 대략 300곡 정도 되고, 내가 직접 남에게 준 게 20~30개, 내가 직접 부른 게 100곡 정도"라면서 "히트곡이 한 두 곡 밖에 없어서 그렇지 알고보면 9집 가수"라고 당당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평생 동안 단 한 번도 가요계를 떠난 본적이 없다. TV나 방송에 자주 안 나왔어도 저는 가요계를 한 번도 떠난 적이 없다. 제가 노래를 불러야 되는 곳이 있다면 돈을 안 받아도 기꺼이 달려가 노래해주고 싶다는 생각이다."
이동기는 과거 가수 노조위원장 당시 횡령 혐의를 받으며 도마에 오른 적이 있다. 2006년 노래방 기계 제조업체로부터 가수들의 초상권 사용료를 횡령했다는 혐의였다. 그는 줄곧 "음해당했다"고 항변했다. 실제로 이 사건은 지난 2012년 최종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가요계에서는 후배 가수 남궁옥분이 "동기 오빠와 의리를 지키기 위해 연을 끊은 사람들이 있다"면서 "가수분과위원장 할 때 오빠를 배신한 사람들을 그때부터 보지 않았다"고 말할 정도로 확고부동한 신뢰를 보여줘 주목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