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엔 '국민 예능'이라는 수식어가 종종 붙는 프로그램들이 있었지만 콘텐츠도 모바일 시대로 접어든 요즘엔 시청률 10%를 넘는 예능도 몇 개 없다. 대신 웹예능이 넘쳐난다. 시대에 발맞춰 예능 대상 방송인들까지 앞다퉈 유튜브 예능 콘텐츠에 뛰어드는 상황. 위상이 달라진 유튜브 예능을 들여다 봤다.<편집자 주>
[더팩트 | 정병근 기자] 르세라핌이 최근 새 앨범을 발매하면서 굵직한 예능 프로그램에 연달아 출연하고 있다. 방송도 있지만 유튜브 콘텐츠도 제법 있다. 유튜브 예능에도 비중을 두는 건 다른 스타들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튜브 예능은 주류가 아닌 변방에 머물렀는데 최근 확연히 달라진 위상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미 수년 전부터 유튜브 콘텐츠가 각광을 받기 시작했고 웬만한 인기 방송 예능 프로그램 못지 않은 영향력을 보여주는 콘텐츠도 생겨났다. 다만 그때만 해도 비연예인이나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연예인들이 방송 대안으로 택한 콘텐츠의 성격이 짙었다. Z세대에서 특히 인기고 화제성도 높여갔지만 여전히 비주류에 머물렀다.
1~2년 전만 하더라도 몇몇 소위 잘나가는 연예인들이 유튜브 예능 콘텐츠를 시작할 때 젊은 세대의 트렌드에 발맞춘 취미생활 혹은 부업 정도로 여겨졌다. 그런데 유재석과 신동엽 탁재훈 등 대상 연예인들까지 이 판에 뛰어들어 지난해 활발하게 콘텐츠를 내놓자 유튜브 예능의 존재감과 무게감이 격상됐다.
이제 유튜브 예능을 안 하는 방송인을 찾기 어렵고 배우와 가수들도 일상을 공개하는 것 이상의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경우가 생겼다. 규모 큰 회사들과 방송국 PD들까지 유튜브 예능을 제작하면서 판은 더 커졌고 스타들의 콘텐츠에 또 다른 스타가 몰리면서 영향력은 더 커졌다. 그렇게 시대가 달라졌다.
유재석은 자신이 소속된 기획사 안테나가 개설한 채널 '뜬뜬'의 '핑계고'를 통해 유튜브에 뛰어들었고 신동엽은 '짠한형 신동엽'으로 구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이들에 앞서 박명수는 2020년 '할명수'를 시작해 탄탄하게 입지를 구축했다. 요즘 가장 많이 회자되는 톱스타들의 유튜브 예능이고 구독자 수는 모두 100만 이상이다.
이름값만 내세운 게 아니라 퀄리티도 좋다. 지난해부터 방송국 PD 출신들이 설립한 제작사들이 작정하고 만드는 유튜브 예능들이 쏟아졌다. 소규모로 가내수공업을 하던 시절이 아니다. 연출부터 호스트까지 소위 전문가들이 뭉치다 보니 '때깔'이 달라졌다. 그러면서 예전에 비해 영상 러닝타임이 늘어났다.
한 웹예능 제작사 관계자는 "예전엔 웹예능 영상 한 편의 길이가 10분 내외로 하는 경향이 강했는데 요즘엔 15분에서 20분 짜리가 많아지고 있다. 아무래도 방송쟁이들이 뭉쳐서 하다 보니 내용이 더 알차졌고 분량이 길어졌다"며 "요즘 흐름 자체도 아예 짧은 숏츠나 예능은 15~20분 짜리 영상이 잘 먹힌다"고 설명했다.
유튜브 예능의 강점은 '날것'의 느낌을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입담 좋은 방송인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셈이다. 이미 방송 예능에 차고 넘치는 토크쇼 형식을 차용하더라도 TV와는 확실히 다른 재미 요소가 있다. 수위가 지나쳐서 논란이 된 경우도 있었지만 요즘의 체계화된 제작 시스템에선 발생하기 어렵다.
스타들과 전문 PD들이 유튜브 예능에 뛰어들면서 생태계를 교란한다는 일부 지적도 있지만 방송과 다른 건 모두에게 열려 있고 진입장벽이 낮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방송 예능은 출연 기회를 잡는 것조차 어렵지 않나. 유튜브 예능은 그래도 누구에게나 기회가 있다"며 "또 유명 방송인들도 뒤쳐지지 않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해야지 안 그러면 도태된다. 그들에게도 유튜브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고 유리한 부분은 분명 있지만 그들이 한다고 다 잘 되는 시대도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로 스타들이 한다고 다 잘 되는 건 아니다. '르크크 이경규'는 개설한 지 약 10개월이 지났지만 구독자 수 20만 명 수준이다. 6개월 만에 113만 명을 돌파한 신동엽과 차이가 크다. 강호동의 '강호동네방네'도 1년이 넘었지만 아직 100만 뷰를 넘은 영상이 없다. 이밖에도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인기 연예인들이 상당하다.
몸값 높은 스타들이 유튜브 예능을 한다고 해서 당장 수익이 크게 발생하진 않는다. 돈을 벌겠다는 목적보다는 시대의 흐름에 맞게 자신을 재브랜딩하고 영향력을 키우거나 유지해나가는 것에 더 무게를 둔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웹예능 제작사 관계자는 "유튜브 예능도 경쟁이 치열해져서 콘텐츠 그 자체로 돈을 벌긴 어렵다. 광고를 넣거나 스타들이 출연하는 콘텐츠는 기획 단계부터 PPL을 잡고 시작하기도 한다. 전문 제작사나 스타들이 뛰어들면서 사실상 방송과 시스템이 똑같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송 출연이 어려운 이들의 활동 무대였던 유튜브 예능은 2020년~21년 박준형의 '와썹맨'과 장성규의 '워크맨'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후 3년여가 더 지나 이제 톱스타들까지 등판할 뿐만 아니라 더 체계화되고 있다. 유튜브 예능은 또 한 번 격변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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