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작가 되기③]'밤피꽃' 이샘·정명인의 작가 도전기


이샘, 작가지망생→보조작가 3년
정명인 "원래 다른 직업이었지만…드라마 작가로 변신"

17일 종영한 MBC 금토드라마 밤에 피는 꽃 흥행의 주인공 이샘과 정명인 작가에게 드라마 작가가 되기 위한 과정을 자세히 물었다. /MBC

주로 라디오와 텔레비전에서 활동했던 드라마 작가의 배경이 확장되고 있다. 채널의 다양화는 물론 OTT 서비스와 플랫폼이 신생되며 K드라마 열풍이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인기의 중심에는 드라마 작가들이 있다. 배우들이 설 수 있는 무대의 가장 기본이자 시작, 그곳을 꾸미는 작가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주>

[더팩트ㅣ문화영 기자] 2024년을 시원하게 이끈 작품이 있다. 최근 MBC 사극 열풍을 이어간 '밤에 피는 꽃'이다. 탄탄한 대본으로 시청자들을 TV 앞에 앉게 만드는 힘을 가진 이샘, 정명인 작가에게 드라마 작가가 된 배경과 집필 과정을 들어봤다.

지난 17일 막을 내린 MBC 금토드라마 '밤에 피는꽃'(이하 '밤피꽃')은 밤이 되면 담을 넘는 15년 차 수절과부 여화(이하늬 분)와 사대문 안 모두가 탐내는 완벽남 종사관 수호(이종원 분)의 담 넘고 선 넘는 아슬아슬 코믹 액션 사극이다.

작품을 집필한 이샘 작가는 "'수절과부의 이중생활'이라는 매력적인 소재를 제작사 대표가 제안해줬다"고 전했다. 정명인 작가 역시 "원래 관심이 있던 조선시대를 살아간 여성의 주체적인 삶을 써볼 수 있는 기회였다"고 참여 계기를 밝혔다.

작품은 이하늬와 이종원을 필두로 배우들의 믿고 보는 연기력과 빠른 전개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첫 회 시청률은 7.9%(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시작부터 심상치 않더니 단 3회 만에 10%를 돌파했다. 이후 시청률은 꾸준히 상승했고 최고 시청률 13.1%을 기록하며 '연인'과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에 이어 MBC 사극 흥행의 계보를 이었다.

흥행의 중심에는 이샘과 정명인 작가가 있다. 특이한 점은 두 작가 모두 '밤피꽃'이 첫 TV 드라마라는 점이다. 그만큼 부담도 있을 텐데 맛깔나고 쫀쫀한 대본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이 작가는 "두렵고 떨리는 마음이지만 작품을 보고 웃어주는 시청자들에게 힘을 얻었다"고 거듭 감사함을 전했다.

정 작가는 '밤피꽃' 집필 이전, 아예 다른 일을 했다고 밝혔다. 또 웹소설로 먼저 작가의 길을 걸었단다. 그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직업이 있고 지금도 그 일을 계속 하고 있다"며 "2015년 불현듯 평소 상상해왔던 이야기를 웹소설로 쓰기 시작했다. 7년간 꾸준히 추리물이 가미된 장편 사극 소설과 힐링 현대물의 웹소설을 여러 편 쓰며 글 쓰는 행복을 누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샘 작가는 작가협회 교육원 창작반을 수료하고 이경희 작가의 보조작가로 3년 동안 일했다고 말했으며 정명인 작가는 원래 다른 일을 하다가 밤피꽃 집필을 맡게 됐다고 전해다. /MBC

드라마 작가라는 꿈을 갖게 된 계기는 두 작가 모두 '글 쓰는 것을 좋아한다'에서 시작했다. 그러나 꿈을 이루기 위한 방법은 각자 달랐다.

"20살 때 제가 TV 드라마와 영화를 미친 듯이 좋아하고 있다는 걸 인지했어요. 남녀노소 누구나 할 것 없이 이야기를 즐길 수 있는 드라마에 매력을 느꼈고 꽂힌 드라마와 장면들을 수십 번 돌려보며 드라마 작가의 꿈을 키웠습니다. 이후 꽤 오랜 시간 작가 지망생이었고 보조작가로 지냈어요. 작가협회 교육원 창작반을 수료하고 창작반 선생님이셨던 이경희 작가의 보조작가로 3년 넘게 일했습니다. 선생님이 '지금부터 방송까지 적어도 10년은 노력해야 작품이 빛을 볼 수 있어!'라고 말씀하셨는데 딱 10년 만에 '밤피꽃'이 방송됐어요."(이샘)

"학창 시절, 사회생활에도 퇴근 후 유일한 낙은 소설을 읽고 드라마를 보는 거였어요. 원래 다른 일을 하고 있었기에 드라마 작가가 걷는 통상적인 길을 걷진 않았어요. 작가 교육원을 다닌 것도 아니고 보조작가 생활도 없죠. 대신 좋아하는 책을 계속 읽고 많은 드라마와 영화를 보고 생각하고 꿈꾸는 걸 글로 계속 썼어요. 무엇보다 일상을 충실히 산 것이 중요했는데요. 견고한 일상이 있어야 꿈이 이뤄지는 것 같아요."(정명인)

두 작가는 자신들만의 '꿀팁'을 전수하기도 했다. 이 작가는 "결국 '엉덩이의 힘'이다. 끝까지 버틸 수 있는 '글 근육'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하며 "개인적으로 영상 필사를 하는데 강력 추천한다. 함께 글 쓰는 메이트 작가들과 수다도 유용하다"고 전했다. 또 "일기를 꼼꼼하게 쓰는데 처음 만난 사람, 스쳐 지나간 인상적인 사람들까지 다 적는다. 노션에 인물 이력서를 정리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정 작가는 "장르 나라 불문하고 다양한 드라마를 보며 '나라면 이런 내용을 쓸 텐데'하는 상상만으로도 행복했다"며 "나는 '꿈의 한자락을 끝내 놓지 않는다면, 결국 상상치도 못한 기회에 이뤄지기도 한다'의 좋은 예"라고 말했다.

'밤피꽃'은 후반작업에서 촬영과 집필이 동시에 이뤄졌다고 한다. 아울러 드라마 작가는 일반 회사처럼 출퇴근 시간이 정해진 것이 아니기에 하루를 계획적으로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하루 일과는) 비교적 단순한데요. 생각하는 시간과 대본 쓰는 시간으로 구분돼요. 대본을 쓰는 동안 자기 시간과 일정을 내려놓아야 해요. '밤피꽃'은 촬영과 대본이 맞물려 있어 계속 대본 작업이 있었어요. 집필의 필수조건이 건강과 멘탈 관리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 순간이었죠. 드라마는 협업이기에 대본이 안 나오면 많은 것들이 틀어져요. 날씨·현장 컨디션 조율이 대본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그 장면을 찍기 전까지 변수를 인지해야 해요."(이샘)

"정해진 루틴 안에서 움직여요. 아침형 인간이라 일찍 일어나 커피를 마시며 그날 목표 분량을 완성하려고 해요. '밤피꽃'은 촬영이 진행되는 가운데 후반부 회차 원고를 써야 해 다소 쫓기는 상황이었어요. 몸도 마음도 건강한 상태로 평정심을 유지하려 했죠. 여건에 따라 수정하기도 하는데 예를 들면 긴 장마로 어쩔 수 없이 야외 장면을 실내로 바꾸는 경우예요. 장면의 분위기와 동선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맞추며 수정하는 일이 긴장되더라고요."(정명인)

이샘과 정명인 작가는 드라마 작가의 매력으로 각각 글들이 살아 움직여 실제가 되는 것과 상상한 이야기를 영상으로 볼 수 있는 것을 답했다. 사진은 1월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MBC 골든마우스홀에서 열린 밤에 피는 꽃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배우 이종원(왼쪽)과 이하늬가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서예원 기자

'밤피꽃'의 흥행 이유는 사극과 코믹에 액션을 가미했다는 점이다. 자칫하면 지루할 수 있는 사극 장르에 이하늬 특유의 능청스러운 코믹이 녹아들었고 액션을 통해 반전 매력이라는 키워드도 잡았다. 마치 이하늬와 이종원을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쓴 것 같았다.

이 작품으로 이하늬는 영화 '극한직업'과 SBS 드라마 '열혈사제' '원 더 우먼'에 이어 코믹액션의 퀸의 자리를 다시한번 굳건히 지켰다. 작가들 역시 배우들을 입이 닳도록 칭찬했다. 아울러 사극에서 뽑아낼 수 있는 소재를 찾기 위한 노력도 덧붙였다.

"소재는 책이나 주변 이야기를 통해 찾아요. 캐릭터의 경우 '이런 상황에 놓였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하며 풀어가요. '밤피꽃' 여화와 수호는 이하늬 이종원이 아니고서야 상상할 수 없는 그림이에요. 코믹과 진지함을 넘나들며 자유롭게 극을 이끄는 이하늬와 은은하게 그 무게를 받쳐주는 이종원의 '케미'는 작가인 저조차 환호하게 만들죠."(이샘)

"무거운 소재를 장중하게 풀어내는 방식과 유쾌하게 변주하는 방식 중 시청자가 보기 힘들지 않은 쪽으로 그리려해요. 코믹 사극이지만 그 속에 배어있는 준엄한 주제 의식을 잃지 않으려고 했어요. 유쾌한 극 분위기를 이끈 이하늬를 만난 건 큰 행운이고 이종원이 이 역할을 맡아줘 너무 기뻤죠."(정명인)

두 작가가 느끼는 직업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일까. 이 작가는 "글들이 살아 움직여 실제가 되는 것. 머리와 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연출 연기 음악 모두가 하나의 '실제'를 만들어가는 매력"이라고 답했으며 정 작가는 "상상한 이야기를 영상으로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전했다.

끝으로 이 작가는 드라마 작가를 '건축 설계자'라고 정의했다. 그는 "설계도를 만들고 상황에 맞게 수정하며 하나의 건물을 완성해 나가는 모습이 드라마 작가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정 작가는 "내가 꿈꾼 이야기로 누군가의 한 시간을 즐거움과 행복으로 바꿔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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