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정병근 기자] 최근 음원차트에서 가장 눈에 띄는 팀은 라이즈(RIIZE)와 TWS(투어스)다. 앨범은 많이 팔아도 음원이 약했던 보이그룹이, 그것도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인이 무려 톱5다. 다른 보이그룹엔 있고 이들에게 없는 게 하나 있다. 세계관이다. 대신 공감을 바탕으로 한 감성으로 그 자리를 채웠다.
라이즈는 지난해 9월 발표한 데뷔곡 'Get A Guitar(겟 어 기타)'로 멜론 일간차트 최고 13위를 기록했고 5개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톱20이다. 또 지난 1월 5일 발표한 'Love 119'는 최고 순위 4위를 기록했다. TWS 역시 1월 22일 발표한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로 최고 4위(13일 자)를 기록했다.
이 곡들이 나오자마자 좋은 성적을 거둔 건 아니다. 입소문을 타며 서서히 순위가 상승했다. 'Get A Guitar'는 공개한 지 약 5달이 지난 지난 1월 9일 최고 순위를 찍었고 'Love 119' 역시 발매 한 달여 만에 4위에 올랐다.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는 100위 밖에서 시작해 3주가 걸려 톱5에 진입했다.
신인 보이그룹이 전에 없던 음원 파워를 보여주는 이유는 이 두 팀의 공통점에서 찾을 수 있다. 라이즈와 TWS는 각각 '이모셔널 팝(Emotional Pop)'과 '보이후드 팝(Boyhood Pop)'을 본인들만의 독자 장르로 내세웠다. 각자만의 색깔은 있지만 키워드는 감성, 공감 그리고 이지 리스닝(easy listening)이다.
라이즈는 '성장하다(Rise)'와 '실현하다(Realize)'는 뜻의 영단어를 더해 '함께 성장하고 꿈을 실현해 나아가는 팀'이라는 의미다. 팀명에서 알 수 있듯이 라이즈의 정체성과 방향성은 '성장'에 있다. 그리고 이런 성장을 보여주는 게 '이모셔널 팝'이고 이는 단순히 음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라이즈 그 자체를 의미한다.
TWS는 'TWENTY FOUR SEVEN WITH US(트웬티 포 세븐 위드 어스)'의 약어다. 하루를 뜻하는 숫자 24와 일주일을 뜻하는 숫자 7은 '모든 순간'을 의미한다. 즉, '언제나 TWS와 함께'라는 의미다. 소속사 플레디스는 "음악을 통해 모든 순간, 평범한 일상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소중한 친구가 되고자 한다"고 설명했고 그게 '보이후드 팝'이다.
'함께 성장', '소중한 친구' 등의 설명에서부터 이들이 추구하는 음악 방향성을 알 수 있다. 실제로 'Get A Guitar'와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는 모두 신스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따라 부르기 쉬운 멜로디와 톡톡 튀는 청량함이 특징이다. 자연스러운 보컬로 전하는 풋풋하고 서정적인 이야기도 이 곡들의 포인트다.
'Love119'는 밴드 이지(izi)의 히트곡 '응급실'(2005)을 샘플링해 그 곡의 풋풋한 감성을 끌어안았다. 감미로운 피아노 리프와 비트감 있는 드럼 라인은 아련하면서도 청량하다. 'Get A Guitar' 감성의 연장선상에 있고 이를 통해 라이즈는 '이모셔널 팝'을 좀 더 구체화했다.
TWS의 '보이후드 팝' 역시 수록곡들을 들어보면 좀 더 선명해진다. 'unplugged boy(언플러그드 보이)'는 레트로한 밴드 사운드에 따뜻한 톤의 기타 리프와 신스로 편안한 청취감을 제공한다. 경쾌하면서 살랑이는 분위기를 살린 'BFF'과 로베르트 슈만의 '어린이 정경'을 샘플링한 'Oh Mymy(오마마) : 7s'도 친근함과 이지 리스닝이 바탕이다.
지난 4~5년간 수많은 팀들이 차별화한 서사와 방대한 세계관을 내세웠고 이는 팬덤을 굳건하게 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그러나 진입장벽이 높아 안정적인 궤도에 오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대중성 부재라는 약점이 존재했다. 큰 주먹 한 방을 휘두르기 위해 가드를 내리고 링에 서있는 셈이었다.
라이즈와 TWS의 음악은 강렬한 사운드와 힘 있는 보컬로 임팩트를 주고 우직하게 구축한 세계관으로 팬덤을 끌어들이는 이전까지의 보이그룹과 상당히 다르다. 그렇다고 이들의 팬덤이 약한 것도 아니다. 라이즈는 데뷔 앨범부터 밀리언셀러가 됐고 TWS도 데뷔 앨범을 일주일 만에 26만 장 넘게 팔았다.
라이즈와 TWS의 성공은 세계관 시대 그 다음을 여는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NCT의 마지막 팀 NCT WISH(위시)도 '음악과 사랑으로 모든 이들의 소원과 꿈을 응원하며 함께 이루어 가겠다'는 포부를 내세웠는데 이 역시 감성, 공감, 성장에 무게를 둔다. 이는 K팝 글로벌을 이끈 선배들의 유산을 물려받은 5세대 보이그룹을 설명하는 새로운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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