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공미나 기자] 이제 '역주행' 키워드를 빼놓고 오늘날 음원차트는 이야기할 수 없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드문 일이었던 차트 역주행은 이제 음악 시장에서 숏폼의 영향력이 확대되며 빈도가 늘어났다. 덕분에 발매 직후 주목받지 못했지만 늦게나마 대중의 이목을 끄는 곡들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에도 다양한 차트 역주행 곡들이 있었다. 9년 전 발매된 다이나믹 듀오의 'AEAO'가 갑자기 차트에 올라 주목받았고, 엑소의 '첫 눈'은 10년 만에 차트 정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현재 음원차트에는 데이식스의 '예뻤어'와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윤하의 '사건의 지평선', 비비지 'MANIAC' 등 역주행 신화를 이룬 곡들이 여럿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역주행의 계기는 다양하다. 틱톡, 릴스 등 숏폼이나 유튜브 등에서 유행하며 주목받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방송 등 특별한 이슈를 계기로 재조명 기회를 얻기도 한다.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네티즌의 지지를 받으며 풀뿌리 인기로 시작된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올해는 어떠한 곡들이 또 음원차트에 뒤늦게 이름을 올리며 역주행의 주인공이 될까. 연예 관계자 5인이 <더팩트>를 통해 역주행 예측곡 혹은 역주행을 바라는 곡을 꼽아봤다.
◆ NCT 127 정규 4집 '질주 (2 Baddies)' 수록곡 '윤슬'
가요 담당 기자 A 씨는 NCT 127의 '윤슬'의 역주행을 예측했다. 2022년 9월 16일 발매된 이 곡은 평범한 일상에 한줄기 빛처럼 다가와 설렘을 안겨준 상대에 대한 마음을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을 뜻하는 '윤슬'에 빗대 표현한 R&B 곡이다. A 씨는 이 곡을 "고운 노랫말만큼이나 아름다운 멜로디가 리스닝 포인트"라고 짚었다.
특히 A 씨는 이 곡에 대해 "NCT 127의 재발견"이라며 "네오한 음악과 과격한 퍼포먼스에 가려졌던 멤버들의 보컬 실력을 제대로 맛볼 수 있다. '네오는 어디까지나 마케팅용 위장이고 이 팀의 본질은 남성중창단'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정적인 분위기가 숏폼 BGM으로 안성맞춤이라는 점, 유튜브에서 '윤슬' 콘서트 버전과 딩고 버전이 화제인 점 등이 역주행을 기대케 한다"고 분석했다.
◆ 하이키 두 번째 미니앨범 'Seoul Dreaming' 타이틀곡 '불빛을 꺼뜨리지 마'
가요 담당 기자 B 씨의 추천 곡은 하이키의 '불빛을 꺼뜨리지 마'다. 이 곡은 지난해 8월 30일 발매된 두 번째 미니앨범 'Seoul Dreaming(서울 드리밍)'의 더블 타이틀곡이다. 지난해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로 역주행 신화를 쓴 뒤 발매됐으나 이전 곡에 비해서는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했다.
B 씨는 "더블 타이틀곡 'Seoul(서울)'에 비교적 가려져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하이키의 서정적인 보컬과 힐링 가사가 잘 어우러져 벅찬 느낌이 드는 곡"이라며 "팀 색깔을 정착시키기에 알맞은 곡이었다"며 '건사피장'처럼 사랑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 브라운아이드걸스 첫 번째 미니앨범 'With L.O.V.E' 타이틀곡 'LOVE'
방송 관계자 C 씨는 브라운아이드걸스의 'LOVE(러브)'를 역주행 예측곡으로 꼽았다. 2008년 1월 17일 발매된 'LOVE'는 브라운아이드걸스에게 첫 지상파 음악방송 1위를 안겨준 곡이자, 한 때 많은 이들의 미니홈피 BGM으로 사랑받았던 곡이다. C 씨는 "1월 17일 발매된 그루비룸의 선공개곡 'Yes or No(예스 오어 노)'가 취향이었던 사람이라면 꼭 들어보길 추천한다. 그 이유는 바로 'LOVE'가 'Yes or No'의 원곡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C 씨는 "추천 이유는 진부하지만 하지만 이들 노래의 비교 감상은 결코 진부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C 씨는 "원곡과 그루비룸 버전의 같은 듯 다른 부분을 찾아 듣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특히 두 곡 모두 김이나 작사가가 참여했는데, 16년 사이에 달라진 화법이 흥미롭다. 분명 메시지는 같은데 'LOVE'의 화자가 더 직설적이고 투박하다. 원곡에는 크러쉬의 트렌디한 보컬은 없지만 미료의 쫀득한 래핑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원곡은 비트부터 시작해서 브릿지에서 치닫는 곡 전개마저 그때 그 시절 감성이다. 이지 리스닝도 좋지만 노래의 변주에 따라 마음이 벅차오르는 체험을 해보고 싶은 이들은 이 노래를 플레이리스트에 넣어보라"며 많은 이들이 다시 듣길 권했다.
◆ 하동균 첫 번째 미니앨범 'Mark' 타이틀곡 'From Mark'
2012년 12월 17일 발매된 하동균의 'From Mark(프롬 마크)'를 고른 이는 가요 관계자 D 씨다. 사심을 살짝 담아 이 곡을 골랐다는 D 씨는 "이 곡은 가사가 포인트"라며 "지난해 '복면가왕'에서 불린 적이 있으며 가수 김나영 정승환 이창섭 등 내로라하는 보컬리스트들도 커버해 주목받았다"고 소개했다.
이어 "앞으로 많은 싱어송라이터 및 후배 가수들의 커버가 기대되는 곡이다. 또 하동균이 무대에서 이 곡을 부를 때 매번 다른 애드리브를 보여준다. 원곡도 좋고 무대를 보는 재미도 있는 곡"이라고 했다.
◆ 악뮤 정규 2집 '사춘기 하 (思春記 下)' 타이틀곡 '오랜 날 오랜 밤'
작곡가 E 씨는 2017년 1월 3일 발매된 악뮤의 '오랜 날 오랜 밤'의 역주행을 기대했다. 악뮤는 KBS2 '더 시즌즈' MC를 맡을 때 프로그램명을 이 곡에서 따오기도 했다.
E 씨는 이 곡을 "1년 중 언제 들어도 좋은 곡이지만 연초부터 봄까지 특히 듣기 좋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행을 타지 않고 전 연령층에 고르게 사랑받는 곡이다. 유행이 빠른 일반적인 K팝과 다른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포근한 음악이기에 언젠가 역주행을 노려볼 법 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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