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박지윤 기자] 배우들의 연기는 빛나고 강아지들은 귀엽다. 설 연휴에 가족 단위로 쉽게 즐길 수 있는 소소하면서도 따뜻한 이야기다. 하지만 그 이상의 신선함이나 새로움을 기대하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 포스터 한 장만으로도 이야기의 전개를 쉽게 예측할 수 있는 '도그데이즈'다.
오늘(7일) 개봉하는 '도그데이즈'(감독 김덕민)는 성공한 건축가부터 MZ 라이더와 싱글 남녀 그리고 초보 엄마·아빠까지 혼자여도 함께여도 외로운 이들이 특별한 단짝을 만나 하루하루가 달라지는 '갓생' 스토리를 그린다. 김덕민 감독의 데뷔 첫 연출작이다.
평범한 직장인 민상(유해진 분)은 자신의 건물 1층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수의사 진영(김서형 분) 때문에 매일 아침부터 스트레스를 받고 그와 티격태격한다. 그러던 중 진영의 동물병원에 다니고 있는 세계적인 건축가 민서(윤여정 분)를 보게 된 민상은 자신의 회사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그의 도움을 받기 위해 진영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기 시작한다.
전 세계적으로 존경받지만 외로운 건축가 민서는 길에서 쓰러지면서 반려견 완다를 잃어버리고, 자신의 집에 배달오는 MZ 라이더 진우(탕준상 분)와 함께 반려견을 찾기 시작한다.
그런가 하면 아프리카로 떠난 여자친구의 반려견 스팅을 떠맡게 된 현(이현우 분)은 여자친구의 전남친 다니엘(다니엘 헤니 분)과 뜻밖의 만남을 갖게 되고, 지유(윤채나 분)를 입양한 정아(김윤진 분)와 선용(정성화 분) 부부는 어느 날 자신의 집 앞에서 발견된 완다를 잠시 돌보며 진짜 가족이 된다.
이렇게 '도그데이즈'는 반려견을 중심으로 서로 엮이게 되는 다양한 인물들의 일상과 성장을 그려내며 소소한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한다. 작품을 이끄는 유해진은 특유의 현실 밀착 연기로 웃음을 유발하는가 하면, 김서형과 티격태격하다가 로맨스로 발전하며 극을 풍성하게 만든다. 그동안 세고 강한 캐릭터로만 기억됐던 김서형은 밝고 친근한 얼굴로 색다른 매력을 발산하며 반가운 연기 변신을 보여준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건 윤여정과 탕준상이다. 윤여정은 '넌 안 늙어봤지만 난 젊어 봤잖니'라고 말하는 민서의 쿨하면서도 멋진 면모를 관록 있는 연기로 그려내며 '참어른 그 자체'로 존재한다. 탕준상은 대선배와 연기 호흡을 맞췄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밀리지 않아 눈에 띈다. 아역 배우 윤채나는 맑고 순수함으로 무장하며 웃음과 눈물을 모두 책임진다.
하지만 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만큼 이들의 에피소드를 비슷하게 다루려니 연출이 뚝뚝 끊긴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또한 어린 시절 아픔으로 인해 강아지들을 피했던 민상이 새로운 강아지를 입양하는 결말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지고,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하게 여겼던 완다를 떠나보내는 민서의 선택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인물과 인물이 엮이는 과정이 다소 억지스럽게 느껴지는 구간도 몇몇 있다.
화려한 캐스팅 라인업과 강아지의 귀여움, 그 외의 신선함이나 새로움을 느끼고 싶다면 선뜻 추천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소소하지만 따뜻한 이야기와 강아지들의 귀여움으로 중무중한 만큼, 설 연휴 가족 단위로 쉽게 즐길 수 있다는 건 장점으로 작용할 듯하다. 12세 이상 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120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