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자신이 맡은 캐릭터와 혼연일체가 됐다고 해도 믿을 만큼 찰떡인 소화력을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배우들의 가장 큰 뿌듯함일지도 모른다. 배우 이솜이 그 어려운 걸 해냈다. 이솜이 아닌 우진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다. 'LTNS'를 통해 대체불가한 매력의 배우로 자리 잡은 이솜이다.
이솜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LTNS'(극본·연출 임대형 전고운)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6부작인 'LTNS'는 'Long Time No Sex(롱 타임 노 섹스)'의 약자로 티빙을 통해 전편 공개됐다.
작품은 짠한 현실에 관계마저 소원해진 부부 우진(이솜 분)과 사무엘(안재홍 분)이 돈을 벌기 위해 불륜 커플들의 뒤를 쫓으며 일어나는 일들을 그렸다.
이솜은 극 중 부부 관계에서 가장 역할을 담당하며 겉은 까칠하지만 속은 따뜻한 아내 우진 역을 맡아 새로운 얼굴을 보여줬다. 고자극을 내세운 작품은 파격적인 제목만큼이나 참신한 소재와 빠른 전개로 입소문을 탔다. 또한 작품에 녹아든 이솜의 현실 고증에 기반한 연기력도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다.
이솜은 "시대를 풍자하는 이야기라 담은 작품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현실적으로 그려내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 권태롭고 소원해진 부부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도 신경 써야 했다. 때문에 연기적으로도 리얼리티를 기반으로 표현하고자 노력했는데 잘 담긴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실 출연을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작품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자극적인 소재와 현실적인 연기 모두 배우로서는 도전해야 하는 항목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솜이 'LTNS' 출연을 결정한 건 바로 이 소재와 '말맛' 때문이었다. 그는 "시나리오를 보고 첫 페이지부터 끌렸다. '말맛'이 좋고 독특한데 현실에서 쓸 법한 대사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와서 고민 없이 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솜은 우진이라는 캐릭터를 '현대인의 초상'이라고 표현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는 "겉은 거칠지만 속은 여린 인물이다. 우진이 공격적이고 솔직한 성격으로 나오는데 나는 이 모습이 삶에 치여 독해진 인물이라고 해석했다"며 "원래의 이솜은 욕도 못 하고 화도 잘 안 내는 편인데 우진이를 연기하면서 욕도 잘하고 화도 잘 내게 돼 카타르시스를 느낄 때도 있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LTNS'는 반가운 사람들과의 또 다른 인연이 된 작품이기도 했다. 전고운 감독과 '소공녀' 이후 재회한 작품이자 상대배우인 안재홍과는 무려 세 번째 호흡을 맞춘 이솜이다. 특히 이솜과 안재홍은 이번 작품에서 부부로 나서며 설렘 가득한 풋풋함부터 서로에게 익숙한 나머지 생긴 권태로움, 상대의 불륜을 알게 된 후 받은 상처와 분노 등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며 호평받았다.
"안재홍 배우와는 이번에야말로 정말로 제대로 된 호흡을 맞췄다고 생각해요. 감독님들과도 함께 액션 연기 하듯 합을 맞췄어요. 안재홍 배우에게 '은퇴작 아니냐'는 반응이 따르던데 이제는 저희 둘 다의 은퇴작이 아니냐는 반응이 있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반응입니다.(웃음)"
현실 고증 연기에 집중한 만큼 작품 곳곳에는 배우들의 애드리브도 많이 녹아 있었다. 이솜은 "부부 관계 개선을 위한 장면에서 'ASMR 같다'고 한 애드리브가 대표적으로 생각난다. 또 초코파이 먹기 전에 '당 떨어진다'는 대사도 마찬가지였다. 촬영장에서 리허설을 많이 하는데 그때마다 아이디어들이 많이 나와 현장에서 추가되는 것들이 많았다"고 돌이켰다.
작품은 불륜 커플을 추적하는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이와 함께 소원해진 부부 우진과 사무엘의 관계 회복도 한 줄기를 이룬다. 그러나 끝내 두 사람은 관계 회복을 하지 못한 채 각자 정신적 외도와 육체적 외도를 저지르고 이혼하게 된다. 이후 사무엘이 우진에게 다시 다가간다는 점에서 '열린 결말'로 바라보는 시청자들도 있었다. 이에 이솜은 "두 사람이 다시 사랑을 할 수는 있을 것 같지만, 결혼으로 재결합을 하는 건 모르겠다"고 밝혔다.
또 한 번 이솜의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었던 'LTNS'였다. 이솜 역시 이번 작품에서 '물불 가리지 않았다'는 말이 절로 생각날 정도로 대담하고 과감한 연기를 보여줬다. 이솜은 촬영 전부터 "많이 내려놓았구나"라는 반응을 듣고 싶었단다. 그는 "조심스럽게 사리는 연기를 한다면 이 작품이 완성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정도까지 얼굴을 써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불태웠다"고 밝혔다.
"덕분에 저도 몰랐던 제 얼굴을 발견하기도 했어요. 특히 전 5, 6회를 좋아해요. 두 회차에 우리 작품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제대로 담긴 데다 그 과정에서 나오는 우진이의 얼굴을 좋아해요. 여러분들에게도 이 느낌과 울림이 닿았으면 좋겠어요."
여러 의미로 이솜에게 배우로서 또 하나의 도전이었던 'LTNS'였다. 때문에 이번 작품이 이솜에게 어떻게 기억될지 궁금했다. 그는 "'소공녀'만큼이나 애정하는 작품 중 하나가 될 것 같다"고 전했다.
"평소에도 이번 작품처럼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연기 작업을 해보고 싶었어요. 우진을 연기하는데 그 과정이 너무 재밌더라고요. 배우로서 살아있음을 느꼈거든요. 제 한계에 부딪힐 때면 넘으려고 하는 과정도 매력 있었어요. 앞으로도 더 현실적인 연기를 할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는 바람도 생겼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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