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산' 김현주, 선택됐기에…도전 '메마른 얼굴'[TF인터뷰]


윤서하 役으로 변신…또 한 번 새로운 얼굴 각인 

배우 김현주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선산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넷플릭스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배우 김현주를 '페르소나'라고 칭한 연상호 감독이 자신했다. '선산'을 통해 김현주의 새로운 얼굴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그의 말은 현실이 됐다. 공허함과 쓸쓸함을 제대로 보여준 김현주의 메마른 얼굴이었다.

김현주는 최근 서울 종로시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선산'(각본 연상호, 연출 민홍남)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작품은 존재조차 잊고 지내던 작은아버지의 죽음 후 남겨진 선산을 상속받게 되면서 불길한 일들이 연속되고 이와 관련된 비밀이 드러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극 중 김현주는 급작스러운 작은아버지의 죽음으로 선산을 상속받게 되며 불길한 사건에 휘말리는 윤서하 역을 맡았다.

지난 19일 공개된 '선산'은 공개 3일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시리즈(비영어) 부문 4위, 대한민국을 비롯해 홍콩, 인도네시아, 필리핀, 카타르, 싱가포르 등 10개 국가 톱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김현주는 "대본은 재밌게 읽어도 막상 내가 한 걸 보면 아쉬운 게 많다 보니 내 작품을 재밌게 보진 못한다"며 "'선산'은 생각했던 것보다 반응이 괜찮은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잘됐나보다 싶다"고 공개 소감을 밝혔다.

"전 제가 이번 작품에서 주인공이란 생각을 안 해 봤어요. 하고자 하는 이야기나 인물들의 관계가 두드러진 작품이었기 때문에 물론 누군가 중심을 끌고 가야 하긴 하지만 깊고 중요한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때문에 작품을 전체적으로 끌고 가야 했던 제 힘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어요."

배우 김현주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선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넷플릭스

반대로 좋았던 점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감정 연기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었다. 김현주는 "항상 감정을 누르고 억제하는 스타일의 감정 연기를 많이 했다. 소리를 지르더라도 눌러 참으며 표현하는 방식이었다. 반면 이번에는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현실적인 감정을 드러내고자 했다. 보는 분들도 시원하고 희열감을 느끼더라. 그런 면에서는 좋았고 재밌었다"고 밝혔다.

이 부분은 김현주가 '선산'을 선택하는 계기도 됐다. 말 그대로 "표현해 보지 못했던 캐릭터"였기 때문에 도전 의식을 자극했다.

김현주는 자신이 맡은 윤서하를 '마른 가지'에 비유했다. 버석하게 메마른 얼굴은 물론이고 남편의 불륜 앞에서도 애써 모른 척하며 담담한 감정을 유지하는 장면들에서 유독 '마른 가지' 같은 모습이 묻어난다. 이에 김현주는 "부러지지 않은 채 유지하는 마른 가지를 표현하려다 보니 완급 조절이 중요했다"고 돌이켰다.

"대사 같은 경우에도 자기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면 그만인데 서하는 그렇지 않아요. 말을 자꾸 참고 목구멍까지 나온 말을 끝내 내뱉지 못하는 장면들이 있어요. 누군가에게는 답답해 보일 수도 있지만 모든 캐릭터가 다 현명하고 똑똑하고 밝을 수는 없지 않나요. 이 또한 하나의 캐릭터를 표현하고자 하는 방식이다 보니 재밌었죠."

그런 윤서하의 반전 매력은 '욕설'이었다. 김현주는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거친 욕설 연기를 선보였다. 그는 "사실 많은 사람들이 욕을 많이 하지 않나. 그런 현실적인 부분이 맞닿아 있는 느낌이었으면 했다. 처음에는 욕이 대사에 써 있었다면 그다음부터는 애드리브였다. 지금까지 욕과 어울리지 않는 캐릭터를 만나다가 이번에는 이때다 싶어서 감정적인 장면마다 욕을 썼다.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중 많은 부분이 편집됐다는 점"이라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배우 김현주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선산을 통해 자신의 버석하고 메마른 얼굴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당초 '선산'은 오컬트 장르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뚜껑을 연 '선산'은 오컬트물과는 거리가 멀었다. 처음부터 잘못 알려졌던 부분이었다. 이와 관련해 김현주는 "난 대본을 받았을 때부터 오컬트가 아닌 '선산'만의 장르인 걸 알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다수의 시청자들은 '선산'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아리송하다는 입장이다. 더군다나 후반부 드러나는 반전에는 '근친상간'이라는 다소 위험한 소재도 있어 호불호가 나뉘기도 했다. 반전을 미리 알고 있던 김현주였지만 부담은 크게 없었단다. 그는 "물론 부담이 아주 없진 않았다. 하지만 배우로서 이런 소재 때문에 작품을 못 하겠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었다. 왜냐하면 위험 소재에 관한 사랑 이야기를 다룬 작품은 아니지 않나. 잠깐 채용됐을 뿐"이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김현주가 생각한 '선산'의 주요 이야기는 무엇일까. 그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꼽았다. 그러면서도 '어떤 가족'에 대한 이야기인지는 김현주 역시 대본을 들여다보고 촬영하며 끊임없이 생각해야 했던 부분이었다고 밝혔다.

"때로는 과하게 가족애를 강요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족이니까, 자식이니까, 부모이니까'를 내세워 효와 애정을 강조해요. 물론 서로 잘해야 하지만 잘하고 있는 데도 계속 죄책감이 들게 하는 부분인 것 같아요. 서로 가족이라는 이름 하에 얽매이고 옭아매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지금의 가족 형태는 다양하잖아요. 가족끼리도 적당한 선은 있어야 하고, 가족만이 갖고이 아닐 수도 있어요. 이 작품 또한 가족의 정의보다는 '가족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들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렇다고 저희 가족 사이가 안 좋은 건 아닙니다.(웃음)"

배우 김현주가 열일의 원동력을 밝히며 이제는 좀 쉬고 싶다고도 덧붙였다. /넷플릭스

1997년 MBC '내가 사는 이유'로 데뷔한 배우 김현주는 어느덧 27년 차 배우가 됐다. 그동안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한 그지만, 유독 최근 여러 작품을 쉬지 않고 선보였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이에 김현주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더니 "그러다 보니 사실 힘들었다"고 솔직하게 고백해 웃음을 안겼다. 그는 "예전에는 일하는 것보다 더 길게 쉬는 패턴이었다. 그런데 최근 OTT 등이 생기며 채널이 많아지다 보니 편성이란 게 없어진 실정이다. 때문에 쉴 수 있는 기한이 계획적으로 안 된다"며 "나 역시 '왓쳐' 이후 '지옥' '정이' 등이 계속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더욱 눈에 띄는 점은 최근 출연한 작품들이 장르물이라는 점이었다. 이와 관련해 김현주는 의도한 바는 아니라며 "배우의 필모그래피는 내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가 날 바라보는 상에 따라 선택된다"고 소신을 밝혔다.

"배우 경력이 쌓일수록 일에 더 욕심이 생겼어요. 어렸을 때 해보고 싶었던 장르물을 못 해봤다 보니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에 의도치 않게 계속 출연을 하게 됐죠. 다만 장르물이 계속된 건 그런 장르의 대본이 제게 주어졌기 때문이에요. 배우는 선택받아야 하는 존재니까요. 감사한 일이지만, 그래도 요즘엔 조금 쉬고 싶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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