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공미나 기자] 선이 악을 벌하는 스토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큰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플롯이다. 최근 이러한 메시지를 담은 통쾌한 액션 드라마들이 주말 안방극장을 장악하고 있다.
지난 12일 방송을 시작한 MBC 금토드라마 '밤에 피는 꽃'(극본 이샘·정명인, 연출 장태유·최정인·이창우)는 대표적인 '사이다 액션극'이다. 이 드라마는 15년 차 수절과부 조여화(이하늬 분)의 이중생활을 그린 작품이다. 조여화는 낮에는 조신한 좌의정댁 맏며느리로 살아가지만 밤에는 복면을 쓰고 나쁜 놈들을 벌하는 정의의 사도로 활약한다.
작품은 시작부터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연일 고공행진 중이다. 첫 회 7.9%(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출발하더니 3회 만에 두 자릿수(10.8%)를 돌파했다. 아시안 컵 경기와 겹친 4회는 시청률이 7.9%로 잠시 주춤했지만, 곧바로 5회 11.4%, 6회 12.5%를 기록하며 연속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지난해 인기리에 막을 내린 MBC 금토드라마 '연인'의 최고 시청률(12.9%)을 넘어설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이 작품의 매력은 나쁜 놈들을 응징하는 조여화 캐릭터 그 자체다. 주연 배우 이하늬 역시 방송 시작 전 제작진을 통해 "어디선가 누군가가 나 좀 구해줬으면 좋겠다, 저 나쁜 사람을 혼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 나타나는 게 바로 여화"라고 작품의 재미 요소를 짚었다.
극 중 조여화는 복면을 쓰고 도박꾼들을 습격하는가 하면, 납치된 아이들을 구출하고 인신매매 일당을 때려눕힌다. 드라마 '열혈사제' '원 더 우먼', 영화 '극한직업' 등을 통해 코믹 액션극 장인으로 거듭난 이하늬는 작품의 매력을 한껏 살린다. 시원시원한 액션 사이사이 담기는 코믹 연기도 또 다른 재미다. 여기에 조선시대 양반댁 과부지만 시대의 불합리함에 은밀히 대항하는 모습도 잔잔한 통쾌함을 자아낸다.
지난 26일 첫 방송한 SBS 금토드라마 '재벌X형사'(극본 김바다, 연출 김재홍)도 비슷한 매력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작품은 그간 '열혈사제' '천원짜리 변호사' '모범택시' 등 '권선징악 히어로' 서사를 내세운 SBS 금토드라마의 명맥을 잇는다.
'재벌X형사'는 돈 많고 뒷배도 빵빵한 철부지 재벌3세가 강력팀 형사가 돼 수사를 펼치는 것이 작품의 큰 줄기다. 노는 게 제일 좋은 철부지 재벌 3세이자 낙하산 형사 진이수 역은 안보현이 맡았고, 수사를 즐기는 강하경찰서 강력 2팀장 이강현 역은 박지현이 연기한다.
그간 여러 수사물 속 주인공들이 막대한 권력에 부딪혀 좌절했다면, '재벌X형사' 속 진이수는 여기서 한 발 나아갔다. 진이수는 자신의 재력을 십분 활용해 범죄자들을 잡아넣는다. 거대한 자본과 권력을 갖춘 빌런과 그 대척점에 있는 히어로라는 낡은 구도를 깬 것이다.
연출을 맡은 김재홍 PD도 제작발표회에서 "장르적 통쾌감을 이어가는 권선징악 서사를 그대로 답습하지는 않았다"며 기존 장르가 갖고 있는 재미를 색다른 방식으로 풀어낼 것을 예고했다. 배우 박지현도 "그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던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다양한 사건들을 해결해 나가는 모습들이 정말 새롭고 재밌을 거라 장담한다"고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통쾌한 스토리에 시청자도 반응했다. 작품은 1회 5.7%,를 기록, 2회 6.9%로 1.2%P나 상승했다. 전작 '마이데몬'이 3~4%대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던 반면, 첫 화부터 이를 훌쩍 뛰어넘으며 SBS 금토극의 부활을 예고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요즘 일명 '사이다 드라마'들이 유행처럼 인기가 있다"면서 "이러한 작품들은 시청자들이 어떠한 흐름으로 진행될 것인지 알기에 기대하는 마음으로 본다. 그 과정은 조금씩 변화가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이 충분히 즐거울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고 이러한 작품들의 인기 요인을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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