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곡(155)] 거북이 '빙고', 신나는 삼행시 율동곡


밝고 긍정 인생 다짐, 행사무대 응원 단골 레퍼토리
가사에 담긴 비밀, 그룹 이름과 멤버들의 이름 나열

혼성그룹 거북이의 매력은 연애만을 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타 가요그룹이 사랑과 실연, 이별을 소재로 가사를 쓰고 노래 부르는 것과 달리 이 그룹은 상당수의 곡들이 고유의 음악성을 갖고 있다. 사진은 거북이 디지털 싱글 앨범 분홍빛 크리스마스 발매 당시 앨범 재킷/부기 엔터테인먼트>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혼성그룹 거북이의 매력은 연애만을 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타 가요그룹이 사랑과 실연, 이별을 소재로 가사를 쓰고 노래 부르는 것과 달리 이 그룹은 상당수의 곡들이 고유의 음악성을 갖고 있다. 취업 쇼핑 자아성찰 여행 추억 등 테마도 다양하다.

히트곡들도 연애나 사랑보다는 인간의 삶과 정신에 관심과 기초와 바탕을 두고 있는 점이 매우 특이하다. 1집 후속곡 '사계'는 리메이크 곡으로 원곡은 유명한 민중가요다. 2집 후속곡 '왜이래'는 당시 사회적 이슈였던 게임 중독 폐인이나 명품족 등 대한 경고 메시지를 담았다.

3집 후속곡 '빙고'는 밝고 긍정적으로 인생을 살아가자는 의미의 인생 응원곡이다. 비행기'(4집) 는 난생 처음 비행기를 타면서 느낀 설렘을, '싱랄라'(5집)는 남들 시선 의식하지 말고 신나게 노래나 불러보자는 내용을 담았다.

이런 이유로 거북이의 곡들은 폭넓은 연령층에서 인기를 얻었다. 터틀맨 사후 나온 싱글 '어깨 쫙', '아이고' 등은 팍팍한 현실속에서도 세상에는 희망이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곡이다. 특이하게 1~3집의 타이틀곡보다는 후속곡이 인지도가 높았다.

거북이는 2001년 데뷔 후 3년간의 1기를 거쳐 2003년부터 2기 멤버로 활동한 리더 터틀맨(임성훈), 지이, 금비가 사실상 메인이나 마찬가지다. 사진은 터틀맨 임성훈 생전 SBS 특집 생방송에 출연한 거북이 멤버들. /SBS

거북이의 인생곡으로 남은 '빙고' 역시 3집 서브 타이틀곡이다. '빙고' 중 터틀맨의 보컬 파트 가사에는 그룹 이름과 멤버들의 이름이 세로드립(괄호안의 글자)으로 나열돼 있다. 정확히 말하면 삼행시에 가깝다.

'(터)질 것만 같은 행복한 기분으로/ (틀)에 박힌 관념 다 버리고 이제 또/ (맨) 주먹 정신 다시 또 시작하면 나 이루리라 다 나 바라는대로/ (지)금 내가 있는 이 땅이 너무 좋아/ (이)민따위 생각 한 적도 없었고요/ (금)같은 시간 아끼고 또 아끼며 나/ (비)상하리라 나 바라는대로/ (거)룩한 인생 고귀한 삶을 살며/ (북)그럼(부끄럼) 없는 투명한 마음으로/ (이) 내 삶이 끝날 그 마지막 순간에 나 웃어보리라 나 바라는대로'(거북이 '빙고' 가사)

터틀맨 임성운이 작사 작곡해 2004년 11월에 발표된 노래다. 애초 앨범 타이틀곡은 아니었지만, 거북이의 대표곡이 됐을 만큼 크게 히트했다. 멤버들은 노래를 하면서 가사에 포함된 '터틀맨' '거북이' '지이' '금비' 등의 단어를 스스로의 존재를 알리듯이 외치고 있다.

밝은 가사와 신나는 멜로디 덕분에 발매 후 20년이 지난 지금도 지금도 행사는 물론이고, 학교 운동회나 학예회에서도 율동곡으로 널리 불린다. 다른 가수들도 종종 행사 무대에서 선곡하는 단골 레퍼토리가 됐다.

거북이는 2001년 데뷔 후 3년간의 1기를 거쳐 2003년부터 2기 멤버로 활동한 리더 터틀맨(임성훈), 지이, 금비가 사실상 메인이나 마찬가지다. 대중이 기억하는 거북이의 진가는 바로 이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부기엔터테인먼트

거북이는 2001년 데뷔 후 3년간의 1기를 거쳐 2003년부터 2기 멤버로 활동한 리더 터틀맨(임성훈), 지이, 금비가 사실상 메인이나 마찬가지다. 대중이 기억하는 거북이의 진가는 바로 이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원래는 97년 파티 애니멀스라는 힙합그룹으로 출발해 4인조 TDF로 활동하다 거북이로 최종 그룹명을 정했다. TDF 시절 음악적 견해차로 터틀맨과 지이를 제외한 멤버들이 탈퇴하고 메인보컬 수빈(1기)을 영입해 3인조로 변신했다.

거북이로 3년간 활동한 뒤 수빈이 학업 때문에 탈퇴하자 금비가 새롭게 합류하면서 메인 조합이 완성됐다. 거북이는 약 7년의 활동기간 립싱크 없이 모두 라이브로 소화한 그룹이다. 2006년 데뷔 5년만에 '비행기'로 첫 가요프로그램 1위에 올랐다.

리더였던 터틀맨 임성훈은 2005년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수술을 받고 활동을 이어가다 3년 뒤인 2008년 세상을 떠났다. 그는 선천성 심근경색으로 병역면제를 받을 수 있었지만 육군 장교였던 아버지의 명예를 걸로 재검 후 현역으로 입대한 멋진 사나이였다.

임성훈의 사망으로 남은 거북이 멤버 지이와 금비는 2008년 기자회견을 갖고 해체를 선언했다. 금비는 2010년 솔로로 복귀했다가 이듬해 3인조 그룹으로 재결성했으나 개인사정으로 연예계를 은퇴했다. 지이는 박사과정을 거쳐 대학교수로 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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