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공미나 기자] KBS2 대하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을 둘러싼 역사 왜곡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원작 소설을 쓴 길승수 작가와 드라마를 만드는 전우성 감독, 이정우 작가 사이 대립도 심화되는 모양새다.
전우성 감독은 23일 페이스북에 '고려 거란 전쟁'이 원작 소설을 벗어나 역사 왜곡을 하고 있다는 길우성 작가(원작 소설 작가)의 주장에 대한 입장문을 올렸다. 전 감독은 "'고려 거란 전쟁' 원작 계약의 경우는 리메이크나 일부분 각색하는 형태의 계약이 아니었다"면서 "꼭 필요한 전투 장면을 생생하게 재현해보고자 길승수 작가와 원작 및 자문계약을 맺었고 극 중 일부 전투 장면에 잘 활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드라마가 고증 없이 제작을 하고 있다'는 길 작가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전 감독은 "길승수 작가는 이정우 작가의 대본 집필이 시작되는 시점에 자신의 소설과 '스토리 텔링의 방향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고증과 관련된 자문을 거절했다"면서 "이후 저는 새로운 자문자를 선정하여 꼼꼼한 고증 작업을 거쳐 집필 및 제작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길승수 작가가 자신만이 이 분야의 전문가인 것처럼 말하는 것에도 동의할 수 없다. 이 드라마의 자문자는 역사를 전공하고 평생 역사를 연구하며 살아온 분"이라고 강조했다.
이정우 작가도 전 감독의 페이스북을 통해 입장을 전했다. 이 작가는 "대하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은 소설 '고려 거란 전기'를 영상화할 목적으로 기획된 것이 아니다"라며 "드라마는 KBS 자체 기획으로 탄생했다"고 밝혔다.
이 작가는 "제가 대본에서 구현한 모든 씬은 그런 과정을 거쳐 새롭게 창작된 장면들이다. 시작부터 다른 길을 갔고 어느 장면 하나 일치하는 것이 없다"면서 "이렇게 처음부터 별개의 작품이었기 때문에 사실 원작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짚었다.
길 작가가 '16회까지는 원작의 테두리에 있었으나 17회부터 그것을 벗어나 이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표현한 것에 대해서도 "의도를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 작가는 "이 드라마는 분명 1회부터 원작에 기반하지 않은 별개의 작품이었다"며 "일부 전투 장면 이외에는 원작 소설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1회부터 그랬고 마지막 회까지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작가는 자신의 작가 자질을 지적한 길 작가를 향해 "자신의 글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면 다른 작가의 글에 대한 존중도 있어야 한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이 드라마를 어떻게 구성하고 이끌어가는지는 드라마 작가의 몫"이라고 선을 그었다. 끝으로 이 작가는 "이것은 KBS와는 무관한 저의 견해"라고 강조했다.
'고려 거란 전쟁'은 17, 18회 방송 이후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강감찬(최수종 분)과 대립하던 현종(김동준 분)이 울며 말을 몰다 수레와 부딪혀 낙마하는 장면을 두고 많은 혹평이 쏟아졌다. 현종을 너무 철없이 묘사했다는 이유에서다.
방송 이후 길 작가는 15일 자신의 블로그에 "역사상 가장 명군이라 평가할 수 있는 현종을 바보로 만들고 있다", "대본작가가 본인 마음대로 쓰다 이 사달이 났다"며 드라마를 공개 비난했다.
길 작가는 23일에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2022년 6월 경 처음 (드라마에) 참여했을 때 확실히 제 소설과 다른 방향성이 있었다. '천추태후가 메인 빌런이 돼 현종과 대립하며 거란의 침공도 불러들이는 스토리'였다"면서 "그런 역사왜곡 방향으로 가면 '조선구마사' 사태가 날 가능성이 있다"고 또 한 번 작심비판했다.
드라마를 둘러싸고 원작 소설과 감독, 작가의 대립이 계속되며 시청자 피로도도 높아지는 가운데, 작품의 스토리가 중심을 잡고 다시 시청자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고려 거란 전쟁'은 매주 토, 일요일 오후 9시 25분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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