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박지윤 기자] 배우 공명에게 연기는 마라톤과 같다. 자신에게 맞게 페이스를 조절하면서 오랫동안 달리고 싶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군 복무를 하는 동안 잠시 멈췄던 18개월의 기간만큼은 절대 쉬지 않겠다고 다짐한 그는 '시민덕희'로 2024년을 힘차게 열며 다시 바쁘게 달릴 준비를 마쳤다.
공명은 영화 '시민덕희'(감독 박영주)에서 덕희(라미란 분)에게 가짜 대출 상품을 제안한 보이스피싱 조직원이자 손대리라 불리는 재민 역을 맡아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그는 개봉을 앞둔 2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배우에게 자신이 출연한 모든 작품이 특별하고 뜻깊겠지만, 공명에게 '시민덕희'가 더욱 남다르게 다가온 이유가 있다. 입대 전에 찍었던 작품이 전역 후 첫 복귀작이 됐기 때문이다.
전날 '시민덕희' 무대인사에 참석해 오랜만에 팬들과 만났다는 공명은 "'극한직업'(2019) 이후로 4~5년 만에 이런 행사를 하게 됐어요. 팬들도 저와 가까이서 만나는 걸 목말라했었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전역한 후에 작품이 개봉하게 된 게 저에게 더 행운이고 기분 좋은 일이죠"라고 솔직한 마음을 내비쳤다.
오는 24일 스크린에 걸리는 '시민덕희'는 보이스피싱을 당한 평범한 시민 덕희에게 사기 친 조직원 재민의 구조 요청이 오면서 벌어지는 통쾌한 추적극으로, 2016년 보이스피싱을 당한 40대 주부가 조직원에게 제보를 받고 경찰들이 보이스피싱 총책을 잡는 데 기여한 실화를 모티브로 한다.
이 가운데 재민은 고액 아르바이트로 속여 청년들을 착취하는 보이스피싱 조직에 몸담게 된 대학생으로, 덕희에게 사기를 치지만 이후 은밀하게 구조 신호를 보내면서 목숨을 건 탈출을 시도한다. 다시 말해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인 인물이다.
재밌고 흥미로운 시나리오에 끌렸다는 공명은 보이스피싱 사례를 찾아보고 감독과 많은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캐릭터를 구축했다. 또한 보이스피싱 조직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목격하고 덕희에게 제보를 결심하기까지의 과정과 서로를 밤낮으로 감시하는 조직원들의 의심을 피해 제보를 감행하는 인물의 감정 변화를 세밀하게 그려내는 것에 집중하면서 지금껏 본 적 없는 새로운 얼굴을 선보였다.
"재민이가 탈출하기 위해 창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기까지 몇 번의 시도를 했겠어요. 이러한 상황과 느낌을 많이 표현하려고 했죠. 저는 재민이가 평범한 대학생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상황을 맞닥뜨리면 용기 있게 나설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도 답답하지만 어쩔 수 없이 보이스피싱에 가담할 것 같아요. 그렇기에 나약한 모습부터 피해자에게 구조 요청 제보를 할 수 있기까지의 마음을 잘 그려내고 싶었죠."
'시민덕희'는 2020년 12월 크랭크업했고, 촬영을 마친 공명은 2021년 12월에 입대해 지난해 6월 팬들 곁으로 돌아왔다. '입대'라는 인생에 있어서 큰일을 무사히 끝내고 돌아온 그가 약 3년 전의 자신을 마주한 기분은 어땠을까. 이날 공명은 "얼굴이 살짝 달라졌더라고요. 제가 군대를 어린 나이에 간 것도 아닌데 분위기가 달라진 것 같았어요"라고 작품을 본 소감을 전했다.
이를 들은 취재진은 "남자다워졌다"고 말했고, 이에 그는 "제 입으로 말하기 쑥스러웠다"고 맞받아쳐 웃음을 안겼다.
2013년 배우 그룹 서프라이즈로 데뷔한 공명은 웹드라마 '방과 후 복불복'을 시작으로 드라마 '하백의 신부 2017' '멜로가 체질' '홍천기', 영화 '극한직업' '한산: 용의 출현' '킬링 로맨스' 등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구축했다.
그중에서도 공명은 순수하고 어리바리하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특유의 러블리함을 가진 캐릭터와 만났을 때 더욱 시너지를 발휘하며 유독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이는 공명에게 배우로서 깨야 하는 이미지가 아닌, 오롯한 장점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김한민 감독님이 '이미지가 굳어지는 게 걱정돼서 새로운 이미지를 선보이고 싶은 게 당연하다. 하지만 그 이미지를 더 깊게 파고 들어가면 더 좋은 걸 보여줄 수 있다'고 하셨어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서 이미지가 굳어지는 걸 나쁘다고만 생각하지 않아요. 또 아직 갈 길이 머니까 하다 보면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고요."
끝으로 공명은 군 복무 시절을 회상하면서 "18개월 동안은 절대 쉬지 않을 것"이라고 올 한해의 목표를 다부지게 밝혔다. 19~20세에 배우 활동을 시작하면서 '인간 김동현'이 아닌 '배우 공명'의 삶에 더 집중했던 그는 입대와 동시에 잠시 잊고 살았던 '인간 김동현'의 시간을 마주하게 됐고, 그 덕분에 여유를 장착하면서 일의 감사함까지 깨닫고 돌아왔다.
"군대에 있는 동안 일의 감사함을 느끼면서 군 복무했던 18개월 동안은 절대 쉬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제가 다짐한다고 해서 이뤄질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이런 마음가짐으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죠. 제가 올해 딱 10년 차가 됐어요. 배우를 시작하면서 이 일을 마라톤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앞으로 뭐가 됐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서 제 페이스대로 오래 길게 하고 싶어요. '특유의 러블리한' 이미지도 배우로서 고민하면서 앞으로 천천히 발전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