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덕희', '평범한 히어로' 라미란의 쫄깃한 추적극[TF씨네리뷰]


공명·염혜란→이무생·안은진의 열연과 '케미'도 볼거리…24일 개봉

24일 개봉하는 시민덕희는 보이스피싱을 당한 평범한 시민 덕희에게 사기 친 조직원 재민의 구조 요청이 오면서 벌어지는 통쾌한 추적극이다. /쇼박스

[더팩트|박지윤 기자] 라미란의 내돈내찾(내 돈은 내가 찾는다) 여정을 담은 '시민덕희'는 통쾌한 복수극 위에 캐릭터들의 다채로운 '케미'와 피해자들을 향한 위로 그리고 가해자들에 대한 일침을 쌓아 올렸다. 새롭거나 자극적이기보다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익숙하고 편안한 맛, 그래서 더 새해 극장가에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오는 24일 스크린에 걸리는 '시민덕희'(감독 박영주)는 보이스피싱을 당한 평범한 시민 덕희(라미란 분)에게 사기 친 조직원 재민(공명 분)의 구조 요청이 오면서 벌어지는 통쾌한 추적극이다. 단편 '1킬로그램' 중편 '선희와 슬기' 등으로 주목받은 박영주 감독의 데뷔 첫 상업영화다.

작품은 운영하던 세탁소 화재로 대출이 절실했던 덕희에게 주거래 은행 손대리가 대출상품을 제안하는 전화가 걸려 오면서 시작된다. 덕희는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고 8번에 걸쳐 수수료를 입금하고 마지막 송금을 하고 나서야 이 모든 것이 보이스피싱임을 알게 된다.

라미란(위쪽)과 공명은 사기 피해자와 발신자로서 특별한 동맹을 맺으며 총책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쇼박스

수천만 원의 막대한 피해를 입은 덕희는 박형사(박병은 분)에게 범인을 잡아달라고 부탁하지만 돌아오는 답은 '좋은 경험 했다고 생각해라'였다. 그러던 중 덕희에게 보이스피싱에 대해 아는 것은 다 알려줄 테니 제발 조직에서 꺼내 달라는 손대리의 예상치 못한 SOS 전화가 걸려 온다.

하지만 박형사는 여러 사건과 업무에 치여 덕희의 이야기를 흘려듣는다. 결국 덕희는 잃어버린 자신의 돈을 찾고 손대리도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중국어를 할 수 있는 세탁소 동료 봉림(염혜란 분)과 고급 DSLR 카메라를 항상 지니고 다니는 숙자(장윤주 분)와 함께 보이스피싱 조직의 총책이 있는 중국 칭다오로 향한다.

'시민덕희'는 2016년 경기도 화성에서 작은 세탁소를 운영하던 김성자 씨에게 일어난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박영주 감독의 영화적 상상력이 더해져 완성된 작품이다. 그렇기에 지극히 예상가능한 로그 라인이 펼쳐지며 예상치 못한 반전이나 화려한 액션신, 고도의 심리전 등을 즐기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실화를 다루기에 사기 피해자와 발신자가 특별한 동맹을 맺게 된다는 기발한 시작을 보다 쉽게 납득할 수 있다. '평범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용감한 시민이 펼치는 통쾌한 복수극'을 전면에 내세운 만큼 러닝타임내내 답답함을 유발하는 고구마 전개도 없다.

또 다른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장면과 '남의 눈에 눈물 나게 하면 자기 눈에는 피눈물 나는 거야'라는 대사 등을 통해 많은 피해자들의 상처를 어루만지기도 한다.

시민덕희는 2016년 일어났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박영주 감독의 영화적 상상력이 더해져 완성된 작품이다. /쇼박스

평범한 시민 덕희를 연기한 라미란은 벼랑 끝에 몰린 상황에서도 두 아이를 위해 살아가는 엄마의 모습부터 총책을 잡으러 떠나는 추진력과 용기로 똘똘 뭉친 인물까지 완벽하게 그려낸다. 정형화된 범죄추적극이 재밌게 느껴지는 건 라미란 특유의 자연스러운 연기 덕분이다.

공명은 입대 전에 찍은 '시민덕희'를 전역하고 나서 관객들에게 선보이게 됐는데 시간의 흐름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사기를 치게 된 상황에 놓인 보이스피싱 가해자의 내적 갈등과 조직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피해자의 절박함 등 인물의 복잡다단한 감정선을 섬세하게 표현해낸다. 특유의 선한 얼굴에 다양한 느낌이 입혀져 깊은 인상을 남긴다.

여기에 라미란을 중심으로 '덕벤져스'로 뭉친 염혜란 장윤주 안은진의 '케미'는 극을 더욱 풍성하게 하고 박병은과 이무생의 존재감도 돋보인다. 염혜란은 연변 사투리와 중국어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또 하나의 '착붙' 캐릭터를 만들었고, 이무생은 적은 비중이지만 강렬한 존재감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시민덕희'는 시간의 흐름대로 차근차근 사건을 짚어 내려가기에 덕희가 총책을 잡기 위해 칭다오를 가기까지의 초반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작품은 보이스피싱이라는 소재를 가볍지 않게 다루면서도 관객들이 웃을 수 있는 타이밍을 적재적소에 배치했다. 또한 피해자들을 향한 위로의 메시지와 희망도 잃지 않아 웃음과 메시지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 15세 이상 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1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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