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수빈 인턴기자] '이무생로랑'. 작품마다 높은 소화력을 보여준 이무생에게 시청자들이 붙여준 애칭이다. 이무생은 연기를 '그러한 기술'이라고 정의했다. '이무생로랑' 다운 발상이었다. 그 과정에는 시청자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해주고 싶은 이무생만의 목표가 있었다.
이무생은 tvN 토일드라마 '마에스트라'(극본 최이윤, 연출 김정권)에서 유정재 역을 맡았다. 그는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작품과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먼저 이무생은 "12부작이라 많이 아쉽고 애틋한 마음이 든다. 시간이 참 빨리 간 것 같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마에스트라'는 전 세계 단 5%뿐인 여성 지휘자 마에스트라, 천재 혹은 전설이라 불리는 차세음(이영애 분)이 자신의 비밀을 감춘 채 오케스트라를 둘러싼 사건의 진실을 찾아가는 미스터리 드라마다.
'마에스트라'는 최종 시청률 6.8%(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했다. 차세음과 유정재의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에도 불구하고 결말은 꽉 닫힌 엔딩이 아닌 어떠한 것도 정해지지 않은 열린 결말로 끝났다. 하지만 이무생은 오히려 열린 결말이 마음에 든다고 전했다.
"저는 원래 열린 결말을 좋아해요. 열린 결말은 각자가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잖아요. 유정재를 맡은 저로서는 결말이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하게끔 만들어요. 저는 유정재가 '차세음 바라기'이기 때문에 해피 엔딩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상황이든 차세음의 곁에는 항상 유정재가 있을 거니까요."
이무생이 연기한 유정재는 오직 차세음만 바라보는 이른바 '차친자'(차세음에 미친 남자)였다. 차세음을 위해서라면 자신이 가진 재력과 권력을 모두 다 바칠 수 있을 정도의 사랑이었다. 시청자들은 그의 순애보에 유정재를 '차세음 바라기' '차친자' 등으로 불렀다.
차세음을 향한 유정재의 순애보는 자칫 잘못하면 집착처럼 보일 수도 있고 로맨틱한 감정으로 표현될 수도 있었다. 그 사이의 타협점을 찾는 건 이무생에게도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유정재에게 완전히 몰입한 이무생은 그만의 방법으로 해석했다.
"오히려 처음부터 유정재가 지고지순하게 표현됐다면 시청자분들이 지루해하지 않으실까 싶어요. 유정재 마음은 20년 전과 현재 모두 다르지 않아요. 시간이 흐르면서 차세음에 대한 사랑의 방식이 조금 과격해진 것뿐이에요. 결국 차세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음악이고 유정재가 음악을 하는 차세음을 인정하면서부터 진정한 사랑이 시작되죠. 시청자분들이 그 부분에서 매력을 느낄 거라고 생각하고 연기했어요."
유정재는 재력과 권력 모든 걸 다 갖춘 사람이었다. 하지만 차세음만 가지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차세음이라는 사람은 어떠한 의미였을까. 잠시 고민하던 이무생은 "유정재에게 차세음은 모든 것, 그 전부다"라고 답했다.
"유정재는 차세음만 갖지 못했기 때문에 차세음을 더 갖고 싶었을 거예요. 그래서 '저 음악만 없어도 내가 가질 수 있었을 텐데' 이런 질투도 느꼈을 거예요. 음악이 있어야만 차세음이 존재할 수 있는데 말이죠. 유정재는 그걸 깨닫기까지 어려웠을 거예요. 이 부분을 연기할 때 재밌기도 했지만 한 편으로는 힘들었어요. 하지만 작품을 통해서 캐릭터가 변해가는 모습을 표현하는 게 배우로서 욕심이 많이 났어요."
이무생은 MBC 수목드라마 '봄밤',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등에 출연해 선역과 악역을 오가며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그는 작품을 고를 때 배역보다 '이야기'에 집중한다고 밝혔다.
"작품을 고르는 가장 큰 기준은 '이야기'예요. 이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얼마나 큰 울림과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보려고 하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이런 장르, 저런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제는 어떠한 역할이던 제 색깔과 제 에너지로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어요.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이 생긴 것 같아요."
이무생은 짧게 나와도 명품 같은 연기력을 보여준다는 면에서 '이무생로랑'이라는 애칭이 붙었다. '이무생로랑'이라는 말이 그저 감사하다는 이무생은 연기를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즐거움'을 꼽았다.
"저는 연기하는 게 너무 좋아요. 그 감정이 없어지는 게 두려울 정도로 너무 즐거워요. 이걸 계속 유지하고 싶어요. 연기를 통해서 제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데 그것도 제 하나의 즐거움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연기를 '그러할 연(然)'과 '기술 기(技)'로 정의했어요. 더하지도 않고 덜하지도 않은 자연스럽고 '그러하구나'라는 느낌을 줄 수 있는 연기. 그러한 연기를 했으면 좋겠고 시청자분들께도 같은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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