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수빈 인턴기자] 데뷔 20주년을 맞은 KCM은 많은 걸 내려놨다. 음원 성적과 관련한 모든 부담감과 중압감에서 벗어나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새 앨범을 제작했다. 그래서 더 빛났다. KCM의 20주년은 인뮤엠(KCM 팬덤 명)과 함께 채워진다.

KCM은 지난 14일 데뷔 20주년 앨범 '우리들(US)'을 발매했다. 그는 최근 서울 마곡동 이미지나인컴즈 사옥에서 <더팩트>와 만나 앨범과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2004년 'Beautiful mind(뷰티풀 마인드)'로 데뷔한 KCM은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이했다. 그동안 '흑백사진', 'Smile Again(스마일 어게인)', '은영이에게', '버릇처럼 셋을 센다' 등 많은 히트곡을 발표한 KCM은 데뷔 20주년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히려 주변 반응을 통해 20주년을 체감했단다.

"사실 20주년이라고 해서 크게 인지하고 있지는 않았어요. 근데 선배님들이나 후배들이 대우를 해주고 현장을 가도 팬들이 '20주년 축하해요' 이런 얘기를 해주니까 그때 인지를 좀 한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 앨범을 만들게 됐어요. 저와 팬들에게 기념비가 되는 앨범을 하나 제작하고 싶었어요."

이번 앨범에는 타이틀곡 '아직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요'를 비롯해 총 12곡이 담겼다. 10곡은 기존에 KCM이 싱글로 하나씩 발매했던 곡들을 리마스터링해서 담았으며 타이틀곡과 수록곡 '우리들(To my fans)'만 신곡이다. 리마스터링된 10곡은 KCM의 20주년을 만들어준 이야기가 담긴 곡들이다.

"K팝 시장이 계속 변화하는데 그 속에서 20년을 버텨서 20주년 앨범을 낼 수 있는 게 정말 감사하고 스스로 기특해요. 그래서 제 얘기를 담은 곡들로 이번 앨범을 채워보고 싶었어요. 20년을 노래할 수 있게끔 해준 팬들에 대한 고마움과 스스로에 대한 대견함을 담은 앨범을 만들려고 했던 것 같아요."

타이틀곡 '아직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요'는 '흑백사진' 'Smile Again' 등 KCM의 대표곡들을 탄생시킨 조영수 작곡가가 곡 작업에 참여했다. 조영수 작곡가 특유의 서정적인 멜로디가 KCM의 보컬과 만나 애절함을 배가시킨다. KCM은 과거의 추억과 현재의 감정이 마주하는 순간 누군가를 향한 미안함과 고마움, 아쉬움과 그리움을 가사에 담았다.

"20주년이 된 지금을 인생 후반전 시작 시기로 본다면 영수 형과는 전반전 시작을 함께했어요. 그래서 전반전 마무리도 함께하고 싶었어요. 예전 같으면 부담을 느꼈을 것 같은데 방송과 예능까지 범위를 넓히면서 활동을 하다 보니 그런 무게감을 덜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오히려 시작과 마무리를 영수 형이랑 함께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해요."

수록곡 '우리들(To my fans)'는 KCM이 처음으로 발표하는 팬 송으로 20년을 함께해 준 팬덤 인뮤엠에게 바치는 곡이다. KCM이 직접 작사와 작곡에 참여해 인뮤엠을 향한 감사한 마음과 애정을 담았다. KCM은 이 곡을 "팬들 덕분에 만들게 됐다"고 비하인드를 밝혔다.

"20년이 되니까 공연할 때면 낯익은 팬들이 많이 찾아와 주세요. 근데 이제 세월이 지나면서 팬들이 결혼도 하고 각자의 생활도 하니까 팬 활동을 하기에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도 많잖아요. 근데 그걸 팬들이 미안해하더라고요. 미안할 게 전혀 아닌데요. 그 모습을 보고 10분 만에 써 내려간 곡이에요. 최대한 제 마음이 팬들에게 닿을 수 있도록 노력했어요."

KCM의 진심은 통했다. KCM은 이 곡을 20주년 콘서트 때 선공개를 했다. 지금껏 팬에게 하고 싶은 말로 노래를 만든 적은 많았으나 '팬 송'이라고 부르는 곡을 제작한 건 처음이었다.

"가이드 음원이 나오고 무대에 올라가서 처음 불렀어요. 제 마음이랑 이야기가 전달됐는지 팬들이 많이 우셨어요. 그래서 저도 너무 감사했고 그 모습을 보고 앨범명을 '우리들'로 지었어요. 저는 같은 자리에서 항상 노래 부르고 있으니까 듣고 싶으면 언제든 찾아와 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어요."

또 다른 수록곡 '새벽길'은 KCM이 2018년 발매한 싱글앨범 '새벽길'의 타이틀곡이다. KCM은 이 노래가 가장 본인의 이야기를 많이 담은 곡이라고 생각했다. 이 노래를 제작하던 당시 KCM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마음이 약해지고 힘들었을 때 주변 지인들한테 의지하게 됐는데 힘든 점을 얘기하니 그게 약점이 돼서 돌아왔단다. 눈도 감기고 자고 싶은데 잠을 못 자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그때 KCM은 '새벽길'을 만들게 됐다.

"눈이 정말 많이 오던 날이었어요. 도로에 치워지지 않은 눈들이 검은색으로 변해가는 걸 보고 하얀 눈이 어떻게 저렇게 검은 눈으로 변하지라는 생각을 했어요. 어쩌면 제 마음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 생각을 바탕으로 곡을 만들었어요. 곡이 제작된 후 한동안은 '새벽길'을 듣는 게 쉽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 곡을 들으면 힐링이 되더라고요. 그때 정말 힘들었는데 지나고 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던 거죠."

빠르게 변화하는 K팝 시장에서 KCM은 20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이번 앨범에는 중압감을 많이 내려놨지만 원래는 부담감이 굉장히 많았다. 특히 아이돌과 트로트 시장이 커지면서 발라드는 비주류 문화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KCM은 그 속에서도 20년 동안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하며 조금씩 더 성장했다.

"앨범을 발매할 때마다 리스너들이 예전만큼 사랑을 해주지 않으면 느끼는 좌절감과 박탈감이 생각보다 너무 커요. 그게 무뎌지기까지 오랜 단련이 필요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중압감이 굉장히 컸어요. 하지만 돌이켜보면 실패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빠르게 변화하는 K팝 시장에서 20년을 해냈다는 것 자체가 기특하다고 생각해요. 결과에 치중하지 않고 지금처럼 1년도 쉬지 않고 발맞춰서 음악을 하는 게 더 주가 되고 목표로 삼는 것 같아요."

KCM은 이제 부담감을 내려놓고 진정한 마음을 지닌 채로 음악을 즐길 수 있게 됐다. 그게 20주년을 맞이한 KCM이 이뤄낸 결과였다. 그 중심에는 20년 동안 변함없이 KCM의 음악을 들어주고 함께 길을 걸어준 팬들이 있었다.

"20주년까지 올 수 있던 건 솔직히 팬들 덕분이에요. '새벽길' 노래를 만들 때 사람에 치여서 너무 지쳐있었어요. 근데 발매 하고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제 노래를 좋아해 주시고 제 얘기에 귀 기울여 주시더라고요. 그리고 팬 분들이 제 노래에 위로를 받는 걸 보고 많이 깨달았던 것 같아요. 제 음악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멈추지 않고 앞으로 더 나아가야겠다고 다짐했어요."

subin7134@tf.co.kr
[연예부 | ssen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