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우리는 요구와 질문에 대해 납득할만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문화예술인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결과는 무엇일까. 묻고 싶지만 물을 수 없었다. 듣고 싶지만 들을 수 없었다. 약 30분간 진행된 故 이선균 사건 관련 성명서 발표 기자회견은 일방적 소통으로 끝이 났다. 그 후에 남은 건 풀리지 않는 궁금증과 아쉬움이다.
문화예술인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가 12일 오전 11시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故)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서를 발표했다. 29개 문화예술관련 단체를 중심으로 결성된 연대회의는 이선균 사건의 실체 파악을 요구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데 뜻을 모았다.
현장에는 봉준호 감독, 장항준 감독, 이원태 감독, 배우 김의성 최덕문, 가수 윤종신이 참석했다. 사회는 최덕문이 맡았다. 또한 연대회의 소속 영화·대중문화계 단체 대표 12명도 참석해 발언했다. 성명서에는 송강호를 비롯해 약 2000여 명의 개인 문화인들이 동참했다.
다수의 문화예술인들이 뜻을 모아 요구사항을 밝히는 자리인 만큼 많은 이목이 집중됐다. 그 관심을 증명하듯 이날 현장에는 국내 언론과 외신 기자를 포함해 약 200여 명의 취재진이 몰렸다.
궁금했던 연대회의 결성 과정부터 소개됐다. 이들은 이선균의 장례 및 발인 기간 때 모여 뜻이 통했다. "고인과 방송, 영화, 음악 등 교류를 해왔던 총 망라된 조문이 있었고 수사 및 언론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 할 필요성을 느꼈으며 폭넓은 공감이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날 성명서 발표의 주요 내용은 ▲수사 당국 관계자들의 철저한 진상규명 촉구 ▲언론의 자정 노력 ▲보도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기사 삭제 요구 등 수사 및 언론 기관에 대한 지적이었다.
연대회의는 가장 먼저 수사당국에 요구했다. 문화예술인들은 "수사당국은 적법절차에 따라 수사했다는 한 문장으로 이 모든 책임에 대해 자유로울 수 없다. 수사 과정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만이 잘못된 수사관행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언론과 미디어에 대해서도 질문을 가장해 강하게 비판했다. "대중문화예술인이라는 이유로 개인의 사생활을 부각하여 선정적인 보도를 한 것은 아닌가? 대중문화예술인이라는 이유로 고인을 포토라인에 세울 것을 경찰 측에 무리하게 요청한 사실은 없었는가? 과연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공익적 목적에서 이루어졌다고 말할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그러더니 '문화예술인 인권 보호'를 위한 현행 법령이 제정 및 개정돼야 한다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피의자 인권과 국민의 알 권리 사이에서 원칙과 예외가 뒤바뀌는 일이 없도록, 수사당국이 법의 취지를 자의적으로 해석 또는 적용하는 일이 없도록 명확한 입법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대회의 주장과 취지에는 적극적으로 동의하고 공감하는 바다. 유명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기소되기 전인데도 불구하고 피의 사실이 공표돼서는 안 된다. 또한 대중문화예술인을 넘어 한 인권으로서 보호받아야 한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무분별한 정보 공개도 있어서는 안 되며 조심하고 또 주의해야 할 지점이다.
다만 공감과는 별개로 궁금한 것이 너무 많은 기자회견이었다. 앞서 경찰은 수사 관련 의혹에 관해 "고인에 대한 수사 중 유출은 전혀 없었으며 구체적인 제보와 진술, 증거를 바탕으로 법적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대회의가 의구심을 풀지 않는 이유와 근거는 무엇인지, 한치의 의구심도 없는 조사와 결과 공개는 어떻게 이뤄져야 할 것이며 공개 범위는 어느 정도여야 할 것인지 구체적인 입장이 필요했다.
거듭 강조한 혐의사실과 동떨어진 개인의 사생활에 대해서도 의문이 들었다. 이날 연대회의는 마약 의혹을 제외한 모든 사안들을 '사적인 영역'으로 치부하는 모양새였다. 이선균 사건은 당초 그가 만난 유흥업소 여성 A 씨로부터 시작됐다. A 씨가 언급될 수밖에 없는 지점이 당연히 존재했다. 그렇다면 어디까지가 사생활이며 사적인 영역으로 존중해야 하는지 그들이 생각하는 '사생활의 기준'은 어디까지인지 궁금했다.
'문화예술인 인권 보호'를 위한 법령 제정 및 개정도 마찬가지였다. 문화예술인들의 인권 보호는 어떤 식으로 이뤄져야 할지, 구체적인 기준은 어떻게 정할지,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부분일지 등에 대한 설명이 필요했다. 또한 개정이 된다면 어떤 부분을 어떻게 고쳐야 할지에 대한 제시도 없었다.
궁금증은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연대회의 소속 단체 대표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이들은 "소중한 동료를 잃어 슬픔과 분노를 헤아릴 길이 없다. 너무나 안타깝다"며 "대중문화예술인들의 인권보호를 위해 강력하게 대응하고 법적 안전장치 마련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계속해서 '대중문화예술인들과 그 가족의 인권'을 강조했다. 동시에 현재 얼마나 많은 단체와 개인이 자신들과 함께하고 있는지를 전하며 "앞으로 함께할 '동료'들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내 그러니 "대중도 함께해 달라"는 말로 끝맺었다.
어렴풋이 묻어나는 특권의식이었다. 아니라면 아닌 대로 확인이 필요했다. 하지만 어느 하나 물어볼 기회조차 없었던 기자회견이기에 유독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연대회의가 이날 기자회견을 연 이유는 '시의성' 때문이었다. 이선균의 발인 이후 2주 안에 발표해야 시의성을 가져갈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그렇게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가 나왔다.
'대중문화예술인의 인권보호'가 언젠가는 거론됐어야 할 문제라는 건 누구나 공감하는 부분이다. 때문에 차라리 시의성을 따지지 말았다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도 남는다. 그렇다면 적어도 누군가를 앞세워 시류에 편승한 채 감정에 호소하는 듯한 성명문이란 느낌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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