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멋진 촬영지 "어디지?"하고 검색해 보면 부산 안동 포항 보령 제주 등 전국 곳곳에 있다. 그런데 굳이 멀리 갈 필요 없다. 서울 곳곳에도 촬영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곳들은 현재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지 궁금해 <더팩트>가 직접 방문해 봤다. 또 서울 드라마 촬영지 선정 배경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주>
[더팩트ㅣ문화영 기자] K드라마와 K콘텐츠가 여전히 글로벌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2024년에도 변함없이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가운데 작품 속 촬영지 촬영지 역시 뜨겁게 주목받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을 찾는 글로벌 팬들은 콘텐츠 속 국내 촬영지를 중심으로 여행 루트를 정하기도 한다.
드라마 촬영은 세트장에서 이뤄지기도 하지만 집 앞, 동네 등 흔히 볼 수 있는 곳이 카메라에 담기기도 한다. 방문하면 마치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을 주는, 지난해 TV 속에 비친 서울 드라마 촬영지를 찾아갔다.
◆폐건물의 활용법 '문화비축기지'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에 위치한 문화비축기지는 드라마 단골손님이다. 이 곳은 1973년 개설됐으나 2002년 한일월드컵을 위해 인근 월드컵경기장을 개설하며 안전상의 이유로 폐쇄됐다. 이후 2013년 시민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자칫하면 폐건물이 될 뻔한 곳이 휴식공간으로 탈바꿈하면서 다양한 드라마 촬영지가 됐다.
JTBC '힘쎈여자 강남순'(극본 백미경, 연출 김정식·이경식)에서 문화비축기지는 중요한 곳으로 작용한다. 작품은 선천적으로 놀라운 괴력을 타고난 3대 모녀가 강남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신종마약범죄의 실체를 파헤치는 코믹 범죄극이다.
류시오(변우석 분)가 두고 연구소를 설립해 마약을 만드는 곳이 바로 문화비축기지다. T0부터 T6까지 총 7개의 공간으로 이뤄어진 문화비축기지 중 T1(파빌리온)이 전파를 탔다. 13회에서 류시오는 강남순을 두고 연구소로 데리고 가고 이후 완성된 신종 마약에 흐뭇해한다.
SBS '7인의 탈출'(극본 김순옥, 연출 주동민)3회에도 문화비축기지를 볼 수 있다. 바로 방다미(정라엘 분)가 라이브 방송을 하고 죽음을 당하는 장면이다. 작품 속 사람들은 문화기축기지 T6(커뮤니티센터) 앞에서 큰 화면 속 방다미를 보고 있다. 문화비축기지 관계자는 스크린은 CG 처리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아트 스페이스 용궁은 사건 현장으로 변신했으며 T2(공연장)는 출연자들이 이야기를 하는 장소로 나왔다.
앞서 문화비축기지는 예능에서도 자주 등장했다. 방탄소년단 자체 콘텐츠 '달려라 방탄' 87회와 88회에 문화비축기지가 등장했으며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는 '치킨비축기지편'이 방송된 바 있다.
문화비축기지에서 3년째 근무하고 있는 50대 여성 A씨는 "외국인들이 (한국)말을 할 줄 모르니 드라마 한 장면을 보여주며 '어디냐'고 물어본다. 파빌리온이 가장 많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 "'강남순'과 '7인의 탈출' 촬영하는 것을 직접 봤다"고 전했다.
실제로 문화비축기지 홈페이지에는 "신서유기 런닝맨 무한도전 촬영 장소로 유명하다", "드라마에 나왔다" 등 글이 올라와 있다.
◆서울 도심이 촬영지로…벽화마을과 형제 미용실
종로에는 다양한 드라마 촬영 장소가 존재한다. 바로 종로 이화동 벽화마을과 창신동 형제 미용실이다.
이화동 벽화마을은 과거 각종 예능과 드라마에 소개되며 서울의 대표 벽화마을로 자리 잡았다. 당시 아기자기한 벽화들이 즐비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 소음과 무분별한 촬영, 쓰레기 투척 등의 이유로 벽화를 하나둘 지운 상태다.
그러나 여전히 인기 드라마 촬영지로 활약하고 있다. tvN '이번 생도 잘 부탁해'에서 어린 반지음(박소이 분)의 동네로 등장했다. 반지음은 자신의 정체를 이모에게 말하기 위해 헐레벌떡 뛰어갔고 이 배경은 벽화와 달팽이 도로를 고스란히 담았다.
벽화마을에서 만난 한 중국인은 "중국 커뮤니티에서 이곳이 핫하다"며 "한국 예능프로그램에서 이곳을 본 적 있다"고 답했다. 각종 소품을 파는 소상공인은 "최근 차은우 나오는 드라마 촬영하는 거 봤다"고 전했다.
벽화마을에서 약 12분 동안 걸어가면 창신동 형제 미용실이 나온다. 이 곳은 tvN '무인도의 디바'(극본 박혜련, 연출 오충환)의 메인 배경이자 주인공들의 거주지다.
무인도에서 구조돼 서울로 온 서목하(박은빈 분)은 갈 곳 없는 신세가 되고 이에 강보걸(채종협 분)과 강우학(차학연 분) 형제의 집으로 오게 된다. 1층은 강보걸 강우학 가족이 운영하는 형제 미용실과 집이 있고 서목하는 2층 옥탑방에 얹혀산다.
이곳은 실제로 운영되는 미용실이 아닌 드라마 촬영을 위해 일정기간 빌린 곳이다. 현재 TV 속과 다르게 형제 미용실 간판은 찾아볼 수 없다. 주변 주민은 "촬영과 동시에 간판 등 모든 물건을 회수해 갔다. 현재는 건물주가 관리 중"이라고 전했다.
◆ 수국 그리고 정우성과 신현빈 조합이 다한 '경춘선숲길'
지니TV 오리지널 시리즈 '사랑한다고 말해줘'(극본 김민정, 연출 김윤진) 속 달달한 장면은 공릉동 경춘선숲길에서 촬영됐다.
작품은 손으로 말하는 화가 차진우(정우성 분)와 마음으로 듣는 배우 정모은(신현빈 분)의 소리 없는 사랑을 다룬 클래식 멜로드라마다. 1995년 아시아에서 흥행한 동명의 일본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다.
제목처럼 작품의 주요 장르는 멜로다. 차진우는 말을 하지 못하지만 서로는 수어로 감정을 표현하고 사랑을 확인한다. 그러나 9회에서 정모은 부모님은 차진우를 보고 걱정과 편견을 내비쳤다. 그러나 정모은은 포기하지 않았고 차진우를 향한 마음을 계속 표현했다.
이후 둘이 의자에 나란히 앉아 서로의 얼굴을 보며 웃고 차진우가 정모은의 가방 속 스카프를 만지는데 이 장면을 경춘선숲길 1구간에서 촬영한 것이다. 경춘선숲길은 총 3구간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사랑한다고 말해줘' 등장한 배경은 1구간에 위치해 있다.
드라마를 보면 촬영 당시 여름이라 정우성과 신현빈은 만개한 수국에 사이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금은 기찻길 위로 눈이 덮여 있고 앉아 있을 수 있는 의자는 모두 철거된 상태다.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산책하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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