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진년은 바로 나"…'레드카펫' 이효리, '더 시즌즈' 장수 MC될까(종합)


첫 회 게스트 제니·신동엽·이찬혁
이효리 "후배들에게 음악적으로 배우고 싶어"
5일 오후 11시 20분 첫 방송

가수 이효리가 더 시즌즈 네 번째 시즌 이효리의 레드카펫 MC를 맡는다. /KBS

[더팩트 | 공미나 기자] KBS 심야 음악 뮤직 토크쇼의 정통성을 이어받은 '더 시즌즈'가 이효리와 함께 네 번째 시즌을 이어간다. 이효리가 직접 출연을 제안해 성사된 '이효리의 레드카펫'은 음악적 열정을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될 전망이다. 이번 시즌은 이전과 달리 후속 MC를 미리 정하지 않은 가운데 이효리가 프로그램을 계속 이어받을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5일 KBS 유튜브 채널을 통해 KBS2 음악 프로그램 '더 시즌즈-이효리의 레드카펫'(이하 '레드카펫') 온라인 제작발표회 영상이 공개됐다. 이날 자리에는 이효리를 비롯해 최승희 PD, 김태준 PD, 밴드 마스터 정동환이 자리했다.

'더 시즌즈'는 '이문세쇼' '이소라의 프로포즈' '윤도현의 러브레터' '유희열의 스케치북' 등 30여 년간 이어온 KBS 심아 뮤직 토크쇼의 명맥을 잇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부터 시즌제로 진행돼 박재범, 잔나비 최정훈, 악뮤가 3개월씩 프로그램을 이끌었다.

최승희 PD, 이효리, 정동환, 김태준 PD(왼쪽부터)가 5일 오후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된 더 시즌즈-이효리의 레드카펫 온라인 제작발표회에 참석했다. /KBS

네 번째 시즌 MC를 맡게 된 이효리는 "기분이 싱숭생숭하다. OTT 출연은 많이 했는데 정통 방송국에 와서 하는 게 감회가 남다르다"고 소감을 밝혔다. 단독 MC 경험이 드물다는 이효리는 "항상 신동엽, 정재형 같은 분들이 옆에 있어서 도움을 받았다. 혼자 하려니 떨린다"고 고백했다.

이효리가 뮤직 토크쇼 MC를 맡는 것은 처음이 아니다. 그는 10여 년 전 정재형과 SBS '정재형 이효리의 유앤아이'를 진행한 경험이 있다. 이효리는 "'유앤아이'는 시작하는 단계였다. '더시즌즈'는 쭉 이어오는 프로그램이다. 좋은 틀을 갖고 가며 그 안에서 제 색을 낼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고 차별점을 짚었다.

이효리는 제작진에게 먼저 프로그램 MC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한다. 그는 "가수들은 대부분 이런 음악 프로그램 MC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저는 요즘 딱히 하는 일도 없어서 이 프로그램에 집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고 너스레를 떨더니 "제작진이 흔쾌히 제안을 받아주셔서 기쁜 마음으로 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PD는 "출연 제의를 먼저 해주다니 제작진 입장에서 로또였다. 이효리는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트렌디한 아티스트"라며 새 MC를 만족스러워했다.

'레드카펫' 제목 역시 이효리의 아이디어다. 이효리는 "핑클 때부터 개인 상징색이 레드였다. 레드는 제게 친숙한 단어다. 또 레드카펫은 좋은 날 주인공들이 차려입고 걷는 길이다. 프로그램이 그런 의미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지었다"고 설명했다.

방송인 신동엽(오른쪽)이 더 시즌즈-이효리의 레드카펫 첫 회 게스트로 출연했다. /KBS

이효리가 생각하는 음악 토크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밴드다. 이효리는 "가수들이 밴드라이브로 노래를 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그런데 밴드 마스터가 편안하게 할 때 안도감이 다르다"며 정동환에게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더 시즌즈'의 지난 시즌인 '악뮤의 오날오밤'에 게스트로 출연한 바 있던 이효리는 "다른 집에 놀러 간 것과 음식을 차리고 손님을 부르는 건 다른 느낌"이라며 MC로서 달라진 마음가짐을 전했다.

그는 "이 프로그램 통해 성장하고 싶고 젊은 친구들에게 음악적 경험을 배우고 싶다. 제주도에 10년 살다 보니 인맥이 많이 줄었다. 음악적 인맥을 키우고 싶다. 후배들을 많이 만나 조언도 받고 싶다"고 했다. 가수 이효리의 음악적 욕심을 엿볼 수 있는 말이었다.

이효리는 '레드카펫'에 분야를 막론하고 다양한 이들을 초대하고 싶다고 바랐다. 그는 "배우나 MC도 좋고 KBS CP님도 출연해서 노래를 해봤으면 좋겠다.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노래를 들어보고 싶다. 각자의 노래가 있을 테다"라며 "저도 40대 중반이 됐다. 예전엔 내 노래를 뽐내는 건 많이 했지만 이제는 다른 사람의 노래와 이야기를 들어줄 준비가 젊은 친구들보다 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효리는 "'레드카펫'에서는 내가 제일 잘났다는 태도나 나를 뽐내는 것보다는 상대방을 배려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 성장해야 한다. 지켜봐달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이를 듣던 최 PD는 "이효리는 이미 충분히 성장했는데 여전히 성장에 목말라하는 아티스트다. 그게 굉장히 멋져 보였다"고 했다.

그룹 블랙핑크 멤버 제니 역시 더 시즌즈-이효리의 레드카펫 첫 회 게스트로 나섰다. /KBS

'레드카펫' 1회 게스트는 블랙핑크 제니, 방송인 신동엽, 배우 이정은, 악뮤 이찬혁, 댄스크루 베베다. 이후 꼭 모시고 싶은 게스트를 묻자 다양한 답변이 나왔다.

최 PD는 "이문세 조용필 서태지 같은 아티스트 늘 기다리고 있다"면서 "MC 이효리라는 색이 묻어 있는 섭외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김 PD는 "내한하는 해외 아티스트도 일정이 맞는다면 출연했으면 한다"며 대표적으로 샘 스미스를 거론했다.

이효리는 "방송에 거의 출연하지 않는 김동률 선배님을 모시고 싶다. 여자 솔로 후배들도 만나고 싶다. 또 나미 이은하 같은 여자 가수 선배님들 나왔으면 좋겠다"며 "첫 회에 제일 만나고 싶은 솔로 가수가 나온다. 어제 밤잠을 설쳤다. (여자 후배들은) 만나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관계다"라고 했다.

이어 정동환은 "김동률 이상순 선배님의 베란다 프로젝트도 보고 싶다"고 바랐고 이에 이효리는 "롤러코스터도 보고 싶다"며 남편 이상순의 또 다른 그룹을 언급했다.

최승희 PD는 이효리의 레드카펫 이후 더 시즌즈의 다음 MC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KBS
김태준 PD는 더 시즌즈-이효리의 레드카펫에 샘 스미스 등 내한하는 팝스타들을 게스트로 모시고 싶다고 말했다. /KBS

'더 시즌즈'가 그간 MC마다 3개월씩 진행을 맡았던 것을 두고 "너무 짧다"는 시청자들의 반응도 많았다. 그러나 '레드카펫'은 기간에 더 길어질 수 도 있다는 것을 암시했다. 최 PD는 "기존에는 MC분들이 정해질 때 후임 MC도 정해져 있었다. '이효리의 레드카펫'은 혹시 몰라서 일단은 후임 MC를 정하지 않았다"고 말해 기대감을 키웠다.

'더 시즌즈'는 시즌마다 독특한 코너 속의 코너를 준비했는데 '레드카펫' 역시 특별한 코너를 선보일 예정이다. 김 PD는 "'레드카펫'에서는 영향력을 이용해 직접 뮤지션들의 작업실을 찾아가는 VCR을 기획 중이다"라고 소개했다.

이효리는 "후배 가수들의 작업실에 가고 싶다. 컴퓨터 안에 뭐가 있는지 보고 싶다. 가수들이 들려주고 싶은 음악만 들려주고 일기장 같은 음악들은 쌓아 놓는다. 거기서 보석 같은 음악들을 발굴하고 싶다"며 뮤지션다운 모습을 보였다.

이효리는 더 시즌즈-이효리의 레드카펫을 통해 음악적으로 성장하고 싶다고 바랐다. /KBS

관전 포인트는 역시나 이효리 그 자체다. 이효리는 "제가 살아온 인맥과 소통하는 모습에서 위로받을 수 있고 힘을 얻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바랐다. 김 PD는 "시청자분들이 '연예인의 연예인'인 화려한 이효리와 제주에 사는 이효리의 모습을 알고 있었을 텐데 '레드카펫'에서는 또 다른 이효리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효리는 끝까지 넘치는 센스로 감탄을 자아냈다. 그는 2024년 갑진년을 두고 "올해는 바로 저다. 내가 바로 '갑진(값진) X'이다"라는 언어유희로 웃음을 안기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레드카펫'은 5일 오후 11시 20분 첫 방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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