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수빈 인턴기자] 유튜브,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 속 숏폼 코미디가 대중화되기 시작한 시점에 정통코미디를 내세운 '개그콘서트'와 잔혹 코미디 배틀 '코미디 로얄'이 시청자들과 만났다. 두 프로그램이 K-코미디 방송에 새로운 변화를 불러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KBS2 예능프로그램 '개그콘서트'는 2020년 6월 코로나19 팬데믹이 심각해지며 공개 무대에서 방청객과 호흡을 맞출 수 없게 되자 종영을 결정했다. 공중파 코미디보다 인터넷 방송 및 OTT 코미디가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과 맞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종영 후 3년 5개월 만인 지난 11월 12일 '개그콘서트'가 부활했다. 다시 시작된 '개그콘서트'는 코미디를 사랑하는 신인 개그맨들과 함께 정통코미디를 내세우며 시청자들과 만났다. 방송 전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도 제작진은 "새로운 얼굴들이 매우 많다. 신선한 코너를 준비했다"며 신인 개그맨들과 함께하는 게 '개그콘서트'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제작진의 말처럼 '개그콘서트' 10개 코너 중 8개에 한 명 이상의 신인이 출연해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고 있다. '팩트라마'와 '숏폼플레이'는 신인 개그맨들 중심으로 전개되는 코너다. '팩트라마'는 드라마와 현실 속 남녀의 행동 차이를 비교하는 코너이며 '숏폼플레이'는 신인들의 재기발랄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코너다. 신인 개그맨 오정율은 'MZ 밈'을 적절하게 활용한 개그를 보여줬고 오민우는 군대 계급별 표정 변화와 요일별 표정 변화 등 짧고 굵은 표정 묘사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또한 '금쪽 유치원'과 '볼게요' 코너에서는 신인 개그맨들과 선배 개그맨들이 함께 합을 맞추며 시너지를 냈다. 이른바 '신구 코미디언 조화'와 '세대 통합 코미디'를 내세운 것이다.
변화를 시도했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1회 시청률은 4.7%(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로 호기롭게 출발했지만 2회에서 3.2%로 떨어지며 3%대를 돌고 있다.
부정적인 반응이 이어지는 이유로는 과거 방식의 공개 코미디 형태가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유튜브와 숏폼에서 여러 형태로 등장한 코미디를 넘어설 만한 게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숏폼플레이' 코너의 경우 신인 코미디언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구성해 색다른 콘셉트를 이어갈 획기적인 시도였다. 하지만 별다른 맥락 없이 옛날식으로 웃기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개그콘서트'가 이런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는 건 공영 방송의 규제가 원인이 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2023 봉숭아 학당' 코너에서 개그맨 신윤승이 "세상이 변했는데 공영방송 TV 누가 보냐. 하지 말란 게 너무 많지 않냐"며 "나는 공중파보다 인터넷 방송이 훨씬 재밌다. 이건 제약이 없다"고 언급했다. 유튜브와 OTT는 공영 방송보다는 제약이 없기에 더 다양한 주제의 코미디를 보일 수 있지만 공영 방송에서 하는 '개그콘서트'는 매운맛 토크와 코미디에 제약이 생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넷플릭스 예능프로그램 '코미디 로얄'이 지난달 28일 호기롭게 등장했다. '코미디 로얄'은 K-코미디를 대표하는 20인이 넷플릭스 단독 쇼 론칭 기회를 두고 나이, 경력, 계급장 떼고 붙은 웃음 배틀 예능프로그램이다.
'코미디 로얄'은 공개 후 꾸준히 넷플릭스 내 통계에서 TOP 10에 자리하고 있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2'(연출 이응복)의 등장 당시에도 1위를 기록하는 등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코미디 로얄' 인기 비결은 무엇보다도 코미디를 주름잡고 있는 코미디언들의 출연이다. 이경규 탁재훈 문세윤 이용진 정영준으로 이뤄진 뛰어난 코미디언 5인이 마스터가 돼서 엄지윤 이은지 나선욱 조훈 곽범 등 현재 가장 핫한 스타들과 팀을 구성해 웃음 대결을 보여준다. 신구 코미디언들이 팀을 이뤄 한층 확장된 소재의 코미디부터 시청자들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코미디까지 다양한 시도를 보여 재미를 더했다.
멤버들의 냉정한 평가도 주된 이유로 꼽힌다. 웃음 배틀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재밌을 때는 아낌없이 웃으며 반응해 주는 반면 아쉬운 무대에는 날카로운 평가를 보였다. 동료 코미디언만이 해줄 수 있는 평가와 우승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코미디 로얄'을 향한 부정적인 반응도 이어지고 있다. 자극적인 멘트가 선을 넘어버렸다는 거다. 공영 방송이라는 이유 때문에 자극적인 멘트를 하지 않았던 '개그콘서트'와는 달리 욕설과 수위 높은 표현 등이 너무 무분별하게 사용돼 시청자들의 눈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특히 정영준의 원숭이 교미 개그는 많은 시청자들의 불쾌함을 불러일으켰다. 해당 장면에서는 곽범 이선민 이재율이 팀을 꾸려 원숭이 교미를 주제로 한 원초적인 개그를 보여줬다. 무대가 끝나고 나서 곽범은 의자로 달려가 혼자 수위 높은 동작을 하기도 했다.
이를 본 시청자들은 "15세 관람가 맞냐" "전 세계에서 보는 프로그램인데 선 넘었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경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코미디의 기본은 공감이다. 성적인 것을 다루는 코미디라면 화가 나지 않았을 텐데 온 가족과 전 세계가 보는 코미디로는 선을 넘었다"고 지적했다.
'개그콘서트'와 '코미디 로얄' 모두 K-코미디 방송에 대해 색다른 변화를 시도했지만 시청자들의 호불호는 계속되고 있다. 두 프로그램으로 인해 K-코미디 방송이 새롭게 변화할 수 있을지 궁금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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