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아역으로 데뷔해 성인 연기자로 성장하고, 남장 여자 사극 캐릭터와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변호사까지 소화하며 눈부신 연기 변신을 보여줬다. 다만 신드롬을 일으켰던 만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뛰어넘는 도전은 당분간 없을 것 같았다. 섣부른 오해였다. 이제는 수준급의 가창력까지 뽐내며 '디바'로 거듭났다. 배우 박은빈의 변신과 도전은 여전히 확장 중이다.
박은빈은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나무엑터스 사옥에서 <더팩트>와 만나 tvN 토일드라마 '무인도의 디바'(극본 박혜련, 연출 오충환)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에 앞서 3일 종영한 작품은 15년 만에 무인도에서 구조된 가수 지망생 서목하의 디바 도전기를 다뤘다.
박은빈은 극 중 춘삼도에서 아버지의 가정 폭력을 피하려다 무인도에 낙오된 서목하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서목하는 윤란주(김효진 분)의 노래를 들으며 꾼 꿈을 포기하지 않았고 15년 만에 무인도에서 탈출해 결국 디바로서 꿈을 이룬다.
지난 2022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로 신드롬급 화제를 일으켰던 박은빈이었다. 당시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를 완벽히 소화해낸 그는 제59회 백상예술대상에서 대상을 받고 제14회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국무총리 표창까지 받았다.
그런 그가 일찌감치 차기작을 '무인도의 디바'로 선택해 이목을 끌었다. 힘들었던 도전이었던 만큼 잠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 뒤 복귀할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바로 또 다른 도전에 나섰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정작 박은빈은 '도전'이라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며 "오히려 가벼운 마음으로 선택했던 작품"이었다고 밝혔다.
"모두가 주목하고 있을 때 부담감에 짓눌리기보다는 편하게 끌리는 작품을 하고 싶었어요. 사실 '무인도의 디바'는 '우영우'와 달리 쉽게 선택한 작품이에요. 결정을 한 후에 알았죠. 최소 네 가지를 할 줄 알아야 하는 역할이었다는 것을요. 수영부터 노래, 기타, 사투리까지 해야 한다는 걸 뛰늦게 깨닫고 따라잡기 위해 애썼던 작품이었습니다.(웃음)"
그래서였을까. 유독 빠르게 끝난 작품 같단다. 실제로 '무인도의 디바'는 12부작으로 여느 16부작의 작품보다는 짧은 분량이긴 하다. 이에 박은빈은 "그렇다고 빠르게 촬영할 수 있는 작품은 아니었다. 고난도 촬영이 많았고, 공들여서 해야만 완성되는 작품이다 보니 16부작에 준하는 촬영 기간을 거쳤다"며 "그런데 6주 만에 작품이 종영하니 더 빠르게 느껴지는 것 같다. 방송 기간이 짧았던 게 내심 아쉽다"고 시원섭섭한 종영 소감을 밝혔다.
전작 '우영우'가 경이로운 시청률을 기록했던 만큼 '무인도의 디바'에 임하는 박은빈으로서는 남다른 책임감과 부담감이 따를 법도 했다. 이에 박은빈은 "이전과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는 욕심은 처음부터 없었다"며 "부차적인 생각부터 하게 되면 스스로 본질을 잃어버리기 쉽다. 때문에 순간의 선택에 충실하고자 했다. '무인도의 디바'는 동화와 판타지 같은 내용이 매력적이었다. 이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내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무인도의 디바' 성적 역시 유의미했다. 첫 방송 3.2%(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출발했던 시청률은 최종회에서 9.0%로 3배 가까이 오르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또한 박은빈 본인에게는 정규앨범 수준에 달하는 무려 9곡의 노래도 남았다.
지나고 나니 함께 얻은 성과지만, 과정은 당연히 쉽지 않았다. 말뿐인 '박은빈의 가수 도전기'가 아니었다. 실제로 한 곡만 부르는 게 아닌 9곡을 직접 소화해야 했으며 이와 함께 연기까지 해내야 했다.
이에 가장 먼저 박은빈은 1월 중순부터 하루 3시간씩 6개월간 레슨을 받았다. 가수 알리아에게 기타와 노래 발성 등을 배웠고 이후 녹음실에서는 작곡가들의 프로듀싱에 따랐다. 박은빈은 "내가 타고난 가수가 아니다 보니 모두가 많은 공을 들이고 영혼을 불태웠다. 목하라는 인물을 위해 종합예술을 해야 했던 시간이었다. 저희끼리는 '녹음실에서 있었던 상황이 진정한 디바 도전기였다'고 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녹음 내내 그리고 촬영 내내 고민했고 또 좌절도 많이 했어요. 고단했죠. 가수는 재능의 영역인데, 연기자로서 연기의 영역으로 가수를 해석하다 보니 굉장히 어려웠죠."
박은빈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 완성한 노래도 있었다. 바로 높은 옥타브를 완벽하게 소화해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한 '그날 밤'이었다. 실제 이 곡의 3단 고음이 탄생할 수 있었던 건 박은빈 덕분이었다. 그는 "경연이다 보니 곡에 킬링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먼저 4옥타브 도까지 소리 낼 수 있다며 3단 고음 파트를 넣어달라고 부탁했다"며 "녹음할 때는 잠깐 후회하기도 했다. 이게 과연 듣기 좋은 소리일지 의문이었다. 그래도 많은 분들이 좋아해준 것 같아 말하길 잘한 것 같아 뿌듯하다"고 전했다.
사투리 연기도 처음이었다. 다만 노래와 기타라는 너무 큰 산이 있었기 때문에 사투리는 오히려 수월해 보였단다. 박은빈은 "사투리는 다른 것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힘들지 않았다. 소통하는 언어이기 때문에 지역마다 사람마다 나이마다 모두 다르더라. 때문에 사투리 자체보다는 서목하가 가지고 있는 정서를 표현하는 데 더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많은 것을 해낸 박은빈이지만, 공치사는 거부했다. 자신만의 노력이 아니라는 이유였다. 박은빈은 "나의 도전이 아닌 모두가 도전한 작품이었다. 촬영 과정 또한 모두의 힘을 빌려서 할 수 있었지 나 혼자 해낸 건 결코 아니었다. 모두가 만들어준 환경에서 어제의 나와 내일의 내가 싸우는 나날을 보냈을 뿐"이라며 스태프들을 비롯해 음악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애썼던 모든 이들에게 공을 돌렸다.
남장 여자 사극, 자폐 스펙트럼, 가수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다채로운 캐릭터에 도전하는 박은빈이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도전의 아이콘'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돈 아니란다. 박은빈은 "나름 내가 할 수 있을 법한 것을 해왔다. 소화하지 못할 것 같으면 과감히 포기한다"며 "도전의 아이콘이 돼 또 어려운 걸 해냈다는 느낌을 주고 싶지는 않다. 대중에게 피로감을 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매번 많은 분들이 제가 노력한 걸 감사하게도 알아봐 주는 것 같아요. 하지만 언제나 알아주지 않아도 돼요. 그저 제가 한 작품을 재밌게 봐주고 마음 편히 즐겨주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보상이에요. 전 배우로서 맡은바 최선과 소임을 다할 뿐이에요. 과도한 부담감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책임감을 고취시키는 정도로만 느끼고 싶어요."
노래 연습을 시작했던 1월부터 인터뷰를 진행한 12월까지 1년을 빼곡하게 서목하로 살았던 박은빈이었다. 그는 한 해를 돌이키며 "만족스러운 해였다"고 표현했다. 이어 "처음 이 작품과 캐릭터를 선택했을 때 세운 소소한 목표는 '잘 마무리하자. 내 선택을 후회하지 않게끔 해내자'였다. 지금 보니 목표 이상으로 내게 많은 것을 준 작품인 것 같다. 2023년의 이정표가 되길 바랐던 목하에게 고마웠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작품을 떠나 배우의 삶으로 돌아온 박은빈은 이제 팬들과 만날 준비 중이다. 특히 이번 팬미팅은 '콘서트' 형식으로 꾸며진다. 제목 또한 '박은빈의 FAN CONCERT(팬 콘서트) 은빈노트 DIVA(디바)'다. '무인도의 디바'를 통해 자신에게 남은 9곡을 열심히 활용할 계획이다. 박은빈은 "작품이 결정됐을 때부터 나 혼자 그렸던 큰 그림"이라며 "가수들 콘서트만큼은 아니지만 팬들에게 나만의 노래를 들려드릴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팬미팅에 '디바'라는 타이틀을 붙인 만큼 처음부터 끝까지 보여드리겠다"고 자신했다.
"2024년에도 새 작품을 보여드리는 게 목표예요. 전 비워내고 싶거나 환기가 필요할 때 차기작을 보는 편이에요. '무인도의 디바'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환기하고 싶은 마음에 차기작을 많이 봤죠. 제게 휴식은 비워내는 시간이에요. 많이 비워내고 환기를 마친 뒤 다시 또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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