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의 휴가' 김해숙, 세상 모든 모녀에게 보내는 편지[TF인터뷰]


딸을 만나기 위해 하늘에서 지상으로 온 복자 役
"부모는 자식을 위해서 태어난 존재같아요"

배우 김해숙이 영화 3일의 휴가 개봉을 기념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쇼박스

[더팩트|박지윤 기자] '3일의 휴가' 속 복자는 누군가의 진주였다. '국민 엄마'로 불리는 배우 김해숙도 딸을 키우고 있지만 그 역시도 누군가의 딸이었다. 복자와 진주 둘 다에게 공감하면서 자신의 딸과 어머니를 떠올린 김해숙이다. 그렇기에 그에게 더욱 특별한 작품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김해숙은 지난 6일 스크린에 걸린 영화 '3일의 휴가'(감독 육상효)에서 엄마 복자 역을 맡아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그는 개봉을 앞둔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극 중 복자는 죽은 지 3년째 되는 날 딸을 만나기 위해 하늘에서 지상으로 3일간의 휴가를 온 인물이다. 그동안 수많은 엄마를 맡았던 김해숙에게도 복자는 유독 특별했고 남달랐다. '엄마의 영혼이 딸을 찾아가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한다'는 설정에 강한 끌림을 느꼈기 때문이다.

"모든 엄마의 마음을 대변해서 자식들에게 알려주고 싶었어요. 모든 작품이 그랬지만 '3일의 휴가'는 정말 주저 없이 선택했죠."

김해숙은 죽은 지 3년째 되는 날, 딸을 만나기 위해 하늘에서 지상으로 3일간의 휴가를 온 엄마 복자로 분했다. /쇼박스

'엄마의 사랑'을 한 문장으로 정의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기하기 위해 개인적인 생각을 넣어야 했던 김해숙이다. 이에 그는 "부모는 자식을 위해서 뭐든지 할 수 있어요. 자식을 위해서 태어난 사람 같죠"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해숙은 '희생하지 않는 엄마가 되고 싶다'는 황보라를 언급하면서 "일단 낳아보라고 했어요. 과연 그렇게 될까요? 자기가 하고 싶다고 그렇게 될 수 있는 건 아니더라고요"라고 덧붙였다.

김해숙은 복자를 연기했지만 그 역시 누군가의 진주였다. 하늘나라에 계신 어머니를 떠올리는 것만으로 울컥한다는 김해숙은 이날 어머니와의 추억을 생생하게 떠올리면서 "모든 게 다 후회가 돼요.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다 돌리고 싶어요. 그러면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누구에게나 이별은 늘 예상치 못하게 찾아온다. 김해숙도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후회와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 이 같은 감정을 자신의 딸은 느끼지 않길 바랐던 것일까. 처음으로 영화 시사회에 딸을 초대했다는 김해숙은 "옆에 있을 때 좋은 얘기를 하고 '사랑한다 고맙다'라는 말을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이런 마음에 딸을 초대했죠"라고 말을 이어갔다.

"'효도해라'는 말을 직접 할 수 없으니까 영화를 보라고 한 거죠. 보고 많이 울었대요. '진주가 나네'라고 하더라고요. 아마 이 영화를 보면 모두가 이렇게 느낄 거예요. 그러니까 부모님 전화 잘 받으세요(웃음)."

김해숙은 연기 호흡을 맞춘 신민아에 관해 저랑 성격이 비슷하더라고요 연기에 대한 열정도 크고요라고 전했다. /쇼박스

또한 김해숙은 '3일의 휴가'로 처음 호흡을 맞춘 신민아를 향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실제로 딸을 바라보는 눈빛이 작품에 고스란히 담겼다는 그는 "영화가 배우에게 이런 영향을 줄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감동적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유 없이 좋은 사람이 있잖아요. 민아가 그랬어요. 말을 잘 안 해서 어떻게 보면 다가가기 힘든 배우인데 저랑 성격이 비슷하더라고요. 연기에 대한 열정이 커요. 속에서 용광로가 끓더라고요."

그런가 하면 이날 김해숙은 '3일의 휴가' 개봉을 기념해 취재진과 만났지만,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막을 내린 JTBC '힘쎈여자 강남순'의 종영 소감도 전했다. 김해숙은 한계가 없는 악력을 지닌 마장동의 전설이자 강남순(이유미 분)의 외할머니 길중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그동안 한국 드라마에서 보기 힘들었던 할머니 히어로부터 다양한 액션까지, 이를 통해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으로 작품을 택한 김해숙이다.

그는 "제 나이에도 처음 하는 게 있어서 흥미로웠어요. 스스로 누군가를 응징하고 뜨거운 사랑까지 하는 게 짜릿하더라고요. 사실 노년의 사랑을 시청자들이 거부할까 봐 걱정했는데 좋아해 주셔서 다행이죠"라고 감사한 마음을 표했다.

"백미경 작가님의 용기가 궁금했어요. 할머니가 히어로고 노년에 뜨거운 사랑도 하죠. 망할 수도 있고 욕먹을 수 있는 설정이에요. 사실 노인 인구도 많아지고 여자는 노년이 되면 자신감도 없어져요. 누군가의 엄마이자 할머니로만 살아가죠. 그런 노인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던 건 아닐까요. 멋있게 해내서 모든 노인의 로망이 되고 싶었어요. 이런 캐릭터를 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고 감사했죠."

김해숙은 현장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고 살아있음을 느껴요라고 연기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쇼박스

늘 이 시대의 어머니를 대변하며 '국민 엄마'로 자리매김한 김해숙이다. 하지만 그는 엄마 역할에만 갇혀있지 않고 데뷔 49년 차에도 다양한 장르와 새로운 결의 캐릭터에 도전하며 한계 없는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김해숙은 지난 7월 종영한 SBS '악귀'를 시작으로 '힘쎈여자 강남순'과 '3일의 휴가', 현재 방영 중인 '마이 데몬'과 오는 22일 공개 예정인 넷플릭스 '경성 크리처'까지 그 누구보다 바쁘게 한 해를 보내면서도 비슷한 결의 캐릭터를 단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다.

이날 김해숙은 '국민 엄마'라는 수식어에 관해 "가장 두렵고 책임감이 들어요. 하지만 또 감사하고 영광스럽죠. 연기로서 세상의 모든 엄마를 표현해야될 것 같아요"라고 각오를 다지면서도 차곡차곡 쌓아왔던 필모그래피를 훑어보며 여전히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은 욕심을 드러냈다.

"다른 걸 보여주고 싶어요. 운 좋게 다양한 역할도 들어오고 있죠. 저는 연기를 너무 사랑해요. 현장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고 살아있음을 느끼죠. 전작에서의 제 모습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인간이 변신하면 얼마나 하겠어요. 하지만 캐릭터 연구를 끊임없이 하면서 비슷한 연기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아직 제 안에 뭐가 있는지 잘 몰라요. 언젠가 조직의 보스도 해보고 싶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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