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 | 정병근 기자] 방예담은 부드러우면서 동시에 강하다. 10년 전 'K팝스타2'에서 기교보다는 깔끔하게 노래를 부르며 감정을 순수하게 담아냈던 소년의 얼굴과 7년 전부터 그룹 트레저로 활동하며 선보인 파워풀한 음악과 퍼포먼스가 깃든 듯한 선 굵은 얼굴이 공존한다. 솔로로 새 출발한 방예담과 인터뷰를 위해 마주했을 때의 첫인상이다.
한 시간여 대화를 나눈 뒤 방예담의 이미지는 더 순수했고 더 강했다. 방예담은 뭔가를 꾸며내기보다는 조금은 서투르더라도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내려 했고 다소 민망하거나 수줍을 땐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음악 얘기를 하면서 "나만의 것을 보여주는 것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고 말할 때의 진중함은 각잡히고 단단했다.
방예담이 지난달 23일 발매한 솔로 데뷔 앨범 'ONLY ONE(온리 원)'도 마찬가지다. 방예담이 작사 작곡 편곡하고 프로듀싱한 앨범은 통통 튀는 '헤벌레'부터 감미롭고 서정적인 'Miss You'(미스 유)' 그리고 임팩트 있게 쏙쏙 꽂히는 타이틀곡 '하나만 해' 등이 수록됐다. 마치 자신이 품고 있는 다양한 얼굴을 차례로 꺼내놓은 듯하다.
앨범 구성만이 아니라 각 곡 역시도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목소리와 분위기를 달리 한다. 그렇다 보니 한 곡은 물론이고 앨범 전체를 들을 때도 지루할 틈이 없다.
특히 네오소울 장르의 타이틀곡 '하나만 해'는 도입부부터 강렬하면서도 담백한 목소리로 간단명료한 가사 '하나만 해'를 외치며 임팩트를 주고 'If you love me 그냥 말을 해줘 girl / 그런 눈으로 날 보면 답이 나오는 게 아냐' 등 사랑에 빠진 남자의 마음을 그루비하고 리듬감 있게 풀어간다. 때론 거친 듯 힘을 주지만 때론 감미롭다.
더 놀라운 건 방예담은 첫 솔로 앨범 'ONLY ONE'의 전곡을 직접 작사 작곡에 프로듀싱까지 하며 음악적 성숙도와 보컬리스트로서의 완성도를 증명했다. 오랜 연습생 생활과 데뷔를 위한 서바이벌, 그리고 전 세계를 무대로 한 그룹 활동까지. 'K팝스타2' 이후 방예담의 지난 10년은 알찼고 그래서 솔로 아티스트로의 첫발도 더 묵직하다.
"처음 음악을 시작할 때도 연습생 때도 데뷔하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꿈과 비전이 있었어요. 나만의 것을 보여주는 것에 대한 갈망이고 한켠에 늘 지니고 있던 꿈 같은 거였어요. 곡 쓰는 걸 좋아하고 프로듀싱을 좋아하고 내가 나의 강점을 제일 잘 알고 있으니 나의 것으로 활동하고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모습을 꿈꿨어요."
든든한 울타리였던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와 이미 자리를 잡은 트레저에서 나오는 건 쉬운 결정이 아니지만 방예담은 과감히 포기하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그 새로운 시작점이 'ONLY ONE'이다.
"'사랑'을 테마로 한 앨범이에요. 최근에 만든 곡도 있고 2~3년 전에 쓴 곡도 있어요. 곡 리스트가 30곡쯤 됐었고 테마에 맞는 곡들을 추렸어요. 스토리 라인이 있는데 전반부 3곡은 사랑에 빠지고 확신을 가지는 내용이라면 후반부 3곡은 이별을 하고 슬프지만 내색하지 않으려는 감정들이 이어져요. 크게 두 파트인 거죠."
방예담은 스토리 라인을 잡고 나서 곡을 쓴 게 아니다. 처음 솔로로 나서는 자신을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곡들을 펼쳐놓고 그 중에 사랑이란 테마에 맞는 곡을 선별했다. 그는 "사실 곡들을 추리고 나서 스토리 라인을 생각하다 보니까 사랑에 빠졌다가 급하게 이별을 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고 말하며 웃었다.
앨범에서 가장 오래 전에 만든 곡은 흔들리고 싶지 않다는 다짐을 헤어진 연인에 빗대 표현한 '하나두', 부르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행복해지는 통통 튀는 음악 '헤벌레'다. 특히 '헤벌레'는 2020년 무렵, 트레저로 데뷔하기 전부터 스케치를 했던 곡으로 방예담은 "아끼는 곡"이라고 덧붙였다.
방예담의 마음이 그러니 당연하게도 '헤벌레'는 타이틀곡 후보였다. 그런데 최종적으로 '하나만 해'가 타이틀곡이 됐다. 방예담은 "투표를 했는데 만장일치였다"고 말한 뒤 개구쟁이 같은 얼굴로 "그런데 사실 A&R 이사님이랑 저 둘이서 한 투표"라며 웃었다.
"'헤벌레'가 중독성 강하고 트렌디한 가사라서 요즘 세대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좀 더 보컬적인 면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하나만 해'는 그루비하고 리듬감 있는 곡이고 제 보컬의 장점을 잘 보여드릴 수 있어서 타이틀곡으로 선정했어요. 다른 분들에게도 들려드렸는데 한 번 듣고도 기억에 남았나 보더라고요."
방예담은 이 앨범에 자신만의 감성과 색깔을 녹여내는 동시에 '이지 리스닝'으로 대중에게 폭넓게 다가가고자 했다. 이는 그가 추구하는 방향성을 보여준다.
"제가 가장 중요시하는 첫 번째는 이 안에 내 색깔을 묻힐 수 있을까예요. 그 다음은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고 새롭지만 난해하지 않고 어느 정도 익숙한 느낌이에요. 그 사이의 균형을 맞춰가려고 해요. 거기에 딱 맞는 게 요즘 뉴진스 선생님들 아닌가 싶어요.(웃음) 그 전에 솔로 남자 아티스트로는 딘 선생님을 굉장히 좋아했어요."
방예담은 앞으로도 자신의 강점과 색깔을 살려 우직하게 앞으로 나아갈 계획이다. 다음 스텝으로 구상해 놓은 게 있냐는 질문에 그는 "있다. 나 혼자 구상해 놓고 나와는 이미 얘기가 끝났다"고 답했다. 회사와 얘기하고 빌드업 하는 과정까지는 아님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것.
"퍼포먼스는 제가 가진 무기 중 하나고 좋아해서 퍼포먼스 있는 무대 위주로 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렇지 않은 앨범도 있을 거예요. 지금 생각하고 있는 그림은 조금 더 알앤비틱한 느낌이 강한 앨범이에요. 제가 80~90년대 알앤비를 좋아하거든요. 요즘 트렌드와 섞고 제 색깔을 넣어서 앨범을 만들고 싶어요."
어떤 앨범을 만들 건 변하지 않는 건 '자연스러움'이다. 그는 "리듬이나 멜로디 등 접근방식을 멋을 안 부리려고 한다. 그런데 멋있으면 좋다고 생각한다.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같은 음악이랄까"라며 "또 아티스트적인 면과 아이돌스러운 점 사이의 균형을 잘 맞춰서 활동을 해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YG에서의 연습생 생활과 트레저로 보낸 시간에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그에게 자양분 같은 시간이었다. 몇 년 더 활동했다면 안정적인 인기와 성공이 뒤따랐을 터. 그때 새 출발을 해도 20대 중반에 불과하다. 어쩌면 방예담의 선택은 실리보다는 꿈에 가깝다. 그래서인지 그의 눈은 반짝반짝 빛났다. 다음 행보가 너무도 궁금해질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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