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준 "황정민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올렸을 뿐"[TF인터뷰]


'서울의 봄'서 9사단장 노태건 역 맡아 활약

배우 박해준이 영화 서울의 봄 개봉을 기념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더팩트|박지윤 기자]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역사와 실존 인물이 떠오르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건 배우에게도 큰 부담이다. 하지만 박해준은 김성수 감독과 황정민을 비롯해 작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믿고 '서울의 봄'에 뛰어들었고, 이루 말할 수 없는 배움과 기쁨을 얻었다.

박해준은 지난달 22일 스크린에 걸린 영화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에서 9사단장 노태건으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그는 2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 작품으로, 개봉 6일 만에 누적 관객 수 200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 질주를 펼치고 있다.

개봉 당일부터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실감한 박해준은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덩달아 같이 응원해 주고 있어요. '진짜 이 영화 잘될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호불호 없이 다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서 너무 좋아요. 기대되네요"라고 설레는 마음을 드러냈다.

박해준은 9사단장 노태건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작품은 12.12 군사 반란을 소재로 한 첫 번째 한국 영화다. 이 가운데 박해준이 맡은 노태건은 故 노태우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한 인물이다. 그렇기에 그는 실제로 발생했던 사건 속에서 실존 인물이 쉽게 연상되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지만, 그럼에도 '서울의 봄'을 선택한 이유가 분명했다.

"물론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죠. 저희가 실제 이야기를 다루지만 재연영화가 아니잖아요. 극적인 드라마였어요. 급박하고 목숨을 거는 소재에 흥미를 느꼈죠. 이런 것들이라면 부담을 가지지 않고 연기할 수 있겠더라고요."

이날 박해준은 '서울의 봄'으로 첫 호흡을 맞춘 김성수 감독을 향해 무한한 존경심을 표했다. 그는 상대를 향한 존중과 적당한 카리스마를 장착한 채 현장을 진두지휘한 김성수 감독을 떠올리면서 "정말 멋있고 매력적인 분이에요. 제가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이 또 한 분 생긴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요. 보다 보니까 잘생겨 보이더라고요"라고 전했다.

극 중 노태건은 전두광(황정민 분)과 친구 사이이자 협업하는 관계로, 전두광을 따르면서도 속내를 쉽게 알 수 없는 복합적인 인물이다. 이를 연기한 박해준은 노태건의 모티브가 된 실존 인물에 자신을 가두지 않고 오직 시나리오에만 집중하며 극에 긴장감을 불어 넣었다. 그는 "자신이 해결하고 싶은 부분에서는 주체적으로 움직이길 바랐어요"라고 중점을 둔 부분을 밝혔다.

박해준은 황정민 선배님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을 올렸을 뿐이라고 연기 호흡을 맞춘 소감을 전했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전두광이 노태건을 좌지우지한다고 볼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무기를 가져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무조건적인 동의를 하는 게 아닌 거죠. '과연 그렇게 생각해?'라고 의문을 계속 가지려고 했어요. 사람은 모두 고민하잖아요. 중간에서 선택하지 못한다고 '우유부단하다'고 하는데, 선택의 중심을 끝까지 유지하는 것도 대단하다고 봐요. 말로 설명하니까 복잡한데, 노태건만의 텐션을 나름대로 유지하려고 했죠."

'서울의 봄'에는 황정민 정우성 이성민 김성균 박해준을 비롯해 약 60명이 넘는 주요 캐릭터가 등장한다. 또한 이준혁과 정해인은 특별출연으로 힘을 보탠다. 이렇게 무대부터 스크린과 브라운관까지 오가며 활약하고 있는 배우들이 대거 출동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한다. 더욱 놀라운 건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하면서도 한데 어우러지는 앙상블을 선보이는 것이다.

이에 박해준은 황정민과 김성수 감독 덕분에 이 모든 것이 가능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감독님은 배우들이 표현하고 싶은 걸 다 하게끔 해주셨어요. 밸런스가 맞지 않으면 나중에 빼면 되니까요. 개인적인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게 해주셨죠"라고 공을 돌렸다.

"이번에 리허설을 아낌없이 했어요. 명확하고 집요하게요. 이는 황정민 선배님과 김성수 감독님의 힘이었죠. 이러한 현장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 자체로 기분이 좋았어요. 자연스럽게 판이 흘러갔고, 두 분이 긴장감과 텐션을 유지해 주셨죠. 저는 황정민 선배님이 차려 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올려놨을 뿐이에요. 저절로 장면이 만들어졌어요."

박해준은 내년에는 더 다양한 캐릭터로 대중과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연극 무대로 데뷔한 박해준은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꾸준히 작품활동을 했고, 2020년 JTBC '부부의 세계'에서 이태오로 분해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라고 외치며 '국민 불륜남'으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당시 애정 가득한 욕을 많이 먹었다는 그는 '김희애 남편'에 이어 '전두광 친구'로 불리며 또 한 번 많은 관심을 받길 바랐다.

"옛날에는 관심이 부담스러웠어요. 관심받는 게 좋다는 걸 안 지 얼마 안 됐거든요. 자유롭고 싶었던 때도 있었는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감사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쉽지 않지만 즐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끝으로 박해준은 '열일' 행보를 펼칠 2024년을 예고했다. 그는 류승룡과 영화 '정가네 목장'으로 호흡을 맞추고,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로 전 세계 시청자들과 만날 계획이다. 이 외에도 여러 작품을 준비하고 있는 박해준은 "내년에는 다양한 캐릭터로 더 많이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기대가 되는 한 해입니다"라고 다채로운 활약을 기대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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