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강일홍 기자] 80년대 초 가요계는 예쁘고 부드러운 목소리의 주인공이 혜성처럼 등장했다. 여고를 갓 졸업한 뒤 미스코리아에 출전해 입상한 경력을 가진 임수정이다. 그는 81년 미스코리아 미스 전북에 나가 포토제닉상을 수상했다.
출발은 가수가 아닌 모델로 연예계에 데뷔했으나, 그의 원래 꿈은 연기자나 가수였다. 그 꿈은 작곡가 계동균을 만나게 되면서 실현된다. 계동균은 여성 듀엣 산이슬이 히트시킨 '이사 가던 날'을 작곡한 주인공이다. 청순 이미지의 임수정을 발탁한 뒤 작사가 박건호로부터 가사를 받아 자신이 직접 곡을 붙였다.
미스코리아에 출전한 이듬해인 82년 타이틀 곡 '연인들의 이야기'를 포함해 총 10곡(건전가요 제외)을 담은 임수정 데뷔앨범으로 발표됐다. 지금까지도 임수정의 영원한 인생곡으로 자리매김한 노래 '연인들의 이야기'는 이렇게 탄생했다.
'무작정 당신이 좋아요 이대로 옆에 있어주세요/ 하고픈 이야기 너무 많은데 흐르는 시간이 아쉬워/ 멀리서 기적이 우네요 누군가 떠나가고 있어요/ 영원히 내곁에 있어주세요 이별은 이별은 싫어요'(임수정의 '연인들의 이야기' 가사 1절)
이 앨범의 타이틀 곡 '연인들의 이야기'는 연주곡이 함께 수록됐는데 당시 인기리에 방송됐던 TV 드라마 '아내'의 OST(유지인 테마곡)로 사용되면서 시청자들의 귀를 자극했다. 멜로디가 드라마에서 흘러나온 지 채 1주일도 되지 않아 반응은 폭발했다.
각 방송사마다 이 곡에 대한 문의가 빗발치고, 무명 여가수를 향한 대중적 관심도 급속히 확산됐다. KBS '가요 톱10' 상위권을 오르내리는 등 '연인들의 이야기'의 인기에 힘입어 이 앨범은 총 30만 장이 넘는 판매고를 냈다. 엄청난 성공이었다.
임수정의 '연인들의 이야기'는 이후 그가 발표하는 앨범마다 수록될만큼 오래도록 사랑받는 곡으로 입지를 굳혔다. 일약 히트가수로 존재감을 드러낸 임수정은 연기 꿈은 포기하고 가수 활동에만 전념하게 된다.
계동균과의 인연은 한동안 이어졌다. 83년 발표한 앨범 '임수정 최신 베스트' 타이틀곡 '또 하나의 연인(인연)'의 작사는 임수정이고 작곡은 계동균이다. 그해 '연인들의 이야기'는 송승환 최명길 주연의 동명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85년 '슬픔은 남아 있어도'를 타이틀로 내건 '임수정 골든 앨범'이 발표됐고, '그대의 침묵'(86년), '당신께 맡깁니다'(89년)를 타이틀로 한 앨범들을 잇달아 발표하지만 안타깝게도 1집 이후 더이상 후속곡 히트는 나오지 않았다.
좌절감 맛본 그는 가수활동을 접고 돌연 미국으로 건너가 장기간 팬들에게 나타나지 않았었다. 2005년 귀국해 '놓칠 수 없는 사랑'을 시작으로 '타인반 연인반'(2007), '꽃잎'(2008), '사랑해'(2009)를 발표하지만 역시 주목을 끄는 데는 실패했다.
그럼에도 그는 80년대 이후 아련한 추억을 불러내는 대중 가수로 아로새겨져 있다. '연인들의 이야기' 외에 '소중한 당신', '사슴여인' 등의 노래들 덕분이다. 현재도 KBS '가요무대' 등에 출연하며 가수로서 꾸준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