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강일홍 기자] 숨가쁘게 달려온 올해도 이제 마지막 달력 한 장만을 남겨놓았습니다. 해마다 연말이 다가오면 한해를 잘 마무리해야 부푼 희망과 기대로 새로운 한해를 맞이할 수 있다는 생각에 다들 마음만 더 바쁜 것같습니다.
올해 국내 엔터계는 K-POP의 산실로 전 세계 한류를 선도하던 SM 창업자 이수만 전 프로듀서가 연초부터 화두였습니다. 설립자로서 그는 이니셜(SM)만 남긴 채 32년 만에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SM에서 완전히 손을 뗐는데요. 경영권(M&A)을 둘러싸고 카카오는 여전히 SM 주가조작 의혹 및 드라마 제작사 인수과정 상의 여러 논란에 휩싸여 있습니다.
◆ 전 세계 K-POP 상승 분위기와 대비되는 내색할 수 없는 '속내'
올해는 이웃 일본의 엔터계도 엄청난 대격변이 있었습니다. 다름 아닌 일본 최대 연예기획사 쟈니스의 해체입니다. 이른바 '쟈니스 성착취 사건'인데요. 설립자이자 전 대표였던 쟈니 기타가와가 소속사 아이돌 멤버들을 성적 노예로 삼았다는 증언과 폭로가 이어지면서 연초부터 일본 열도를 뒤흔들었습니다.
쟈니 기타가와는 전설적인 인물입니다. 미국에서 방송쪽 일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 엔터계에 진출했는데요. 91년 일본의 역대 최고 국민 아이돌로 불리는 스마프를 결성하면서 남성 아이돌 전성기를 맞이합니다. 그가 4년 전 87세의 나이로 사망할 당시엔 아베 전 총리가 장례식장을 찾을 정도로 정재계의 폭넓은 인맥을 자랑하기도 했습니다.
쟈니스는 남자 연예인들로만 이루어진 기획사입니다. 가장 유명한 연예인으론 기무라 다쿠야가 있고, 아라시, 킹앤 프린스 등 말그대로 가요계를 주름잡던 남자 아이돌 중심의 소속사였습니다. 이 사건이 일본 연예계를 발칵 뒤집어 놓으면서 소속 연예인들이 줄줄이 떠나고, 결국 상징성을 담고 있는 쟈니스라는 소속사 명칭도 바꿔야했습니다.
◆ 남자 아이돌 상대 성적 노예 증언과 폭로에 우울한 일본 열도
얼마 전 요미우리 신문은 '일본 문화청이 K-POP 열기에 자극받아 J-POP 중심의 아시아판 그래미상을 창설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소식을 보도한 바 있는데요. BTS, 세븐틴, 스트레이키즈, 블랙핑크, 뉴진스 등 전세계를 휩쓰는 한류 중심 대중음악 구도를 바꿔보고 싶은 소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K-POP은 일본이 내색할 수 없는 부러움입니다.
올해 일본 공영방송 NHK가 주최하는 연말 가요축제 '홍백가합전'(도쿄 시부야 NHK홀)에 K팝 그룹 네 팀이 출연하게 됐는데요. 트와이스 유닛그룹 미사모(미나·사나·모모), 세븐틴, 스트레이 키즈, 르세라핌 등의 출연이 결정됐습니다. JYP가 제작한 그룹 니쥬와 CJ ENM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JO1을 더하면 K팝 관련 그룹은 총 6팀이나 됩니다.
과거 일본에서 엔카 가수로 활동하던 계은숙이나 김연자가 홍백가합전 무대에 서면 국내 연예계의 엄청난 자랑거리였던 적이 있습니다. 연말 '홍백가합전' 한국 가수 무더기 초청은 지난해(트와이스·르세라핌·아이브)와 비교해도 K-POP 스타들의 위상을 대변해줍니다. 하필 올해는 쟈니스의 해체와 몰락이 겹치면서 일본 가요계의 우울함을 엿보는 것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