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박지윤 기자] 남녀 주인공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은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하지만 이를 배우 이동욱과 임수정이 연기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두 사람의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호흡이 다 한 '싱글 인 서울'이다.
29일 스크린에 걸리는 영화 '싱글 인 서울'(감독 박범수)은 혼자가 좋은 파워 인플루언서 영호(이동욱 분)와 혼자는 싫은 출판사 편집장 현진(임수정 분)이 싱글 라이프에 관한 책을 만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작가가 되고 싶은 논술 강사 영호는 '혼자가 아닌 자, 모두 유죄'라고 외치는 비연애주의자다. 그는 퇴근하고 홀로 고깃집에서 밥을 먹고, 서울의 야경을 볼 수 있는 뷰를 가진 집에서 혼자 사는 삶에 200% 만족한다. 그런가 하면 현진은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스타일로, 상대가 조금만 호의를 베풀어도 김칫국을 먼저 마시기 일쑤다.
작품은 전혀 다른 연애 가치관과 극과 극의 싱글 라이프를 즐기고 있는 영호와 현진이 함께 책을 만들면서 티격태격하다가 서로에게 설렘을 느끼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싱글 인 서울'은 이동욱과 임수정의 만남으로 많은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앞서 이동욱은 tvN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에서 임수정의 전 남자친구로 특별출연하며 짧게 연기 호흡을 맞췄다. 이들의 투 샷은 단 한 장면이었는데, 여전히 회자될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렇기에 이동욱과 임수정의 재회를 바라는 이들이 많았고, 두 사람은 기대에 완벽 부응한다. 이동욱은 '유죄 눈빛'을 장착한 채로 인물의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설렘을 유발하고, 임수정은 '로맨스 장인'답게 러블리한 매력을 발산한다.
다만 각기 다른 싱글 라이프를 담아냈다는 박 감독의 자신과 달리, 이야기의 전개는 다소 평면적으로만 흘러간다. 극 중 인물들은 개인주의와 비혼주의 등 각기 다른 가치관을 갖고 있지만, 이를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는다. 등장인물의 설정값으로만 끝날 뿐이다.
또한 혼자라서 좋은 영호가 어쩌다가 현진에게 마음의 문을 열게 되는지, 헛다리를 짚고 직진만 하던 현진은 왜 영호 앞에서는 멈춰버리는지 궁금해진다. 모두가 다 아는 '두 주인공은 사랑에 빠진다'는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데, 그 과정에 신선함은 없고 이동욱과 임수정의 '케미'만 있을 뿐이다.
어딘가 엉성한 이야기를 살린 건 결국 배우들의 열연이다. 장현성 김지영 이미도 이상이 지이수 등이 특유의 말맛을 살리며 극을 풍성하게 만드는데, 그중에서도 이상이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눈치 없는 출판사 막내 병수 역을 맡은 이상이는 웃음을 책임지다가도 직접 기타를 연주하고 악동뮤지션의 '오랜 날 오랜 밤'을 부르며 반전 매력을 보여준다.
앞서 '달짝지근해: 7510'(감독 이한)과 '30일'(감독 남대중) 등 로맨스 장르가 흥행에 성공했다. 이 기세를 '싱글 인 서울'이 이어갈 수 있을지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12세 이상 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103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