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샛별 기자] 혹평은 있을지언정, 배우 조진웅은 홀가분했다. 오래된 친구를 다시 만나 그의 마지막을 떠나보내며 작품과 제대로 헤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조진웅에게 '독전2'는 묘한 먹먹함을 느끼면서도 캐릭터를 잘 보낼 수 있는 '기회'였다.
조진웅은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모처에서 <더팩트>와 만나 넷플릭스 영화 '독전2'(감독 백종열)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독전2'는 용산역에서 벌인 혈투 이후 마약왕 이선생을 쫓는 형사 원호(조진웅 분)의 이야기를 그린 범죄 액션 영화다. 2018년 개봉한 영화 '독전'(감독 이해영)의 인기에 힘입어 5년 만에 새 시리즈로 돌아왔다.
이번 시리즈에는 원호와 사라진 락(오승훈 분), 다시 나타난 브라이언(차승원 분)과 사태 수습을 위해 중국에서 온 큰칼(한효주 분)의 독한 전쟁이 담겼다. 독특한 건 미드퀄 구조를 택해 1편 속 용산역과 노르웨이 사이 중간에 일어났던 이야기를 다뤘다.
사실 처음부터 '독전2'가 계획됐던 건 아니었다. 조진웅 역시 "'독전2'를 하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고 밝혔다. 때문에 '독전2' 출연 어떻냐는 제안을 받았을 때도 "힘들어서 못 하겠다"는 말이 먼저 나왔단다. 조진웅은 "제작사 대표가 내가 아니면 시즌2를 집필할 이유가 없다고 하더라. 그래서 일단 한번 써보라고 했다. 이후 시나리오를 봤는데 더 깊게 들어가는 부분들이 생기더라. 사실 '독전1' 때 다 담지 못했던 부분들이 있었다. 그런 점들이 정리돼서 나온 것 같았다"고 밝혔다.
"보는 분들이 엔딩을 어떻게 판단할지 모르겠지만, 전 더 먹먹하더라고요. 이선생을 잡기 위해 지금까지 쫓아왔는데 정작 다른 사람이 그를 잡으니까 갈 곳이 없어져 막막해진 기분도 들었죠. 락이 '저를 해방시켜주세요'라고 외치는 것 같은데, 락이 너무 이기적인 것 같으면서도 또 락을 제일 잘 아는 건 원호밖에 없더라고요. 순식간에 여러 질문이 던져지는 상황에 놓인 거죠."
다만 작품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5년의 세월이 걸린 만큼 피치 못할 변화도 있었다. 일례로 락 역할의 류준열이 시즌2에서는 함께하지 못하며 오승훈으로 교체됐다. 동일한 배우가 아니다 보니 상대 배우로서는 몰입이 방해될 수도 있는 부분이었다. 이에 조진웅은 "전혀 문제 되지 않았다. 원호와 락이 처한 상황과 두 사람이 나누는 이야기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리액션이기 때문에 락을 누가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또 오승훈이 굉장히 준비를 많이 해서 오기도 했다"고 밝혔다.
'독전'을 마지막 작품으로 남겼던 배우 故 김주혁을 대신해서는 배우 변요한이 진하림의 젊은 시절을 연기했다. '독전2'를 촬영하며 김주혁이 많이 생각났다는 조진웅이다. 그는 "선배에겐 '독전'이 굉장히 특별한 영화였다. 하루는 안 힘드냐고 물었는데 선배가 '난 연기가 너무 재밌다'고 하더라. 그리고 며칠 뒤 사고 소식을 듣게 돼 믿기지 않았다. 당시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 그리고 항상 무대인사를 할 때 선배의 자리를 비워놓았다. 굉장히 선한 분이니 이제는 (하늘에서도) 잘 계실 것"이라고 추억했다.
조진웅 같은 기성 배우들의 숙제도 있었다. 작품 구조상 시즌1과 시즌2가 동일한 시간대에 펼쳐지다 보니 5년이라는 간극을 튀지 않게 표현해야 했기 때문이다. 조진웅은 "처음엔 간극이 괜찮을까 싶긴 했지만 시나리오를 쭉 읽으면서 부담이 없어졌다. 그저 5년 전처럼 운동만 열심히 했다. 오히려 내적인 부분에 초점을 더 많이 맞추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이미 떠나보냈던 캐릭터를 다시 준비하는 데 고충도 크게 없었다.
"워낙에 제가 잘 아는 친구잖아요. 그런지 캐릭터를 연결시키는 데에는 전혀 어려움이 없었죠. 예전에 알던 친구를 만나고, 입었던 옷을 다시 꺼내 입는 기분이었어요."
무엇보다 조진웅은 원호를 제대로 떠나보내겠다는 마음으로 '독전2'에 임했다. 작품은 이선생과 락, 원호가 모두 죽으며 막을 내린다. 원호와 락의 죽음은 이선생만을 쫓던 두 사람에게 알 수 없는 집착에서의 해방이었을지도 모른다. 이에 조진웅은 "원호가 락을 해방시켜준 뒤 '그러면 난?'이라는 원초적인 질문이 남더라. 어떤 지점을 향해 달려왔는데 그 모든 게 사라지니 이제 뭘 해야 하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 건지 막막해지더라. 때문에 이번 기회에 원호를 잘 보내줄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중은 이러한 엔딩을 두고 찝찝함을 느끼기도 했다. 기존의 설정도 틀어지는 듯한 느낌에 혹평도 받았다. 조진웅은 이런 반응에 대해 의연하게 받아들이고자 했다. 대신 '독전2'를 두고 '하나의 기회'라고 표현했다.
"저한텐 하나의 기회였어요. 막막했던 무언가를 다시 다루면서 이 감정을 잘 마무리해 두고 나올 수 있었지 않나 싶어요. 그런 기회를 만들어준 팀한테 고마워요. 덕분에 '독전'과 원호와 제대로 작별한 것 같습니다."
이번 작품이 또 특별했던 점은 앞선 시즌1과 달리 플랫폼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독전2'는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됐다. 그러나 정작 조진웅은 크게 다를 건 없단다. 그는 "내가 이 부분에 대해 부담 가질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그저 맛있게 잘 만들어서 어떤 플랫폼이 됐든 선보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상당한 '기적'이지 않나"고 전했다.
이에 조진웅은 새로운 기적도 준비 중이다. 배우를 넘어 제작자로서의 발돋움할 전망이다. 쉬운 일이 아니라고 토로한 그는 "장기적인 프로젝트라고 생각하고 버텨내야 하는 일이더라. 끈기가 있어야 하며 자신이 맡고 있는 콘텐츠에 대한 확신도 있어야 한다. 스스로가 영세해질 정도로 힘들지만 이걸 해나가는 과정이 되게 재밌다"며 웃어 보였다.
"벌써 2023년도 한 달 정도가 남았네요. 솔직히 말하면 눈 감았다 뜨니까 지금이에요. 치열한 과정에서 웃고 울었던 게 생각납니다. 사실 개인적인 작업의 결과는 아직 미비해요. 그러나 팀원들하고 한 땀 한 땀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로 임하겠습니다."
sstar1204@tf.co.kr
[연예부 | ssen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