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박지윤 기자] 눈 예보가 있던 17일, 배우 임수정은 홀로 택시를 타고 인터뷰 장소에 도착했다. 우산과 볼캡, 운동화를 넣은 가방을 들고. 이는 과거의 임수정이라면 전혀 상상도 할 수 없던 행동이다. 하지만 약 1년간 혼자 활동하면서 용기와 여유를 장착했기에 가능했다.
임수정은 29일 스크린에 걸리는 영화 '싱글 인 서울'(감독 박범수)에서 현진으로 분해 관객들과 만난다. 그는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작품과 관련된 이야기부터 홀로 활동하고 있는 근황까지 자세하게 전했다.
최근 임수정은 tvN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약 1년 동안 소속사 없이 홀로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첫 질문도 '인터뷰 장소까지 어떻게 왔느냐'였다. 이에 혼자 택시를 타고 왔다는 임수정의 얼굴에서는 힘듦보다 설렘이 가득해 눈길을 끌었다.
임수정은 "오랜만에 삼청동에 왔는데, 끝나고 근처를 좀 걸으면서 구경하고 가려고 볼캡이랑 운동화를 챙겨왔죠"라고 환하게 웃었다.
'싱글 인 서울'은 혼자가 좋은 파워 인플루언서 영호(이동욱 분)와 혼자는 싫은 출판사 편집장 현진이 싱글 라이프에 관한 책을 만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극 중 현진은 책을 사랑하는 탁월한 능력자이지만 일상과 연애에 대한 촉은 꽝인 편집장으로, '싱글 인 서울'의 저자인 영호를 만나는 인물이다.
특히 작품은 '첫눈에 반한다'는 클리셰 한 설정보다 각기 다른 일상을 살아가는 여러 싱글 라이프로 현실에 착 붙어있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임수정도 각기 다른 가치관을 갖고 있는 두 남녀가 서로의 마음을 느린 속도로 알아가는 과정에 끌렸단다.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고 따뜻한 영화예요. 저도 보면서 오랜만에 설렜어요.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따뜻한 영화가 나온 것 같아서 만족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싱글 인 서울'은 이동욱과 임수정의 만남만으로 많은 관심을 모은 작품이다. 앞서 이동욱이 임수정 주연의 tvN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에 특별출연하면서 잠깐 호흡을 맞췄다. 극 중 이동욱은 임수정의 전 남자친구로 등장했는데, 두 사람의 투 샷은 단 한 장면이었지만 시청자들을 사로잡으며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이후 임수정과 이동욱은 '싱글 인 서울'로 다시 만나며 제대로 된 연기 호흡을 맞추게 됐다. 이에 임수정은 이동욱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으면서 다시 한번 함께 연기하고 싶은 마음을 내비쳤다.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에서 아주 잠깐 연기를 했는데도 정말 유연하고 베테랑이더라고요. 이동욱은 정말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예요. 판타지와 스릴러에 이어 현실에 착 붙어있는 캐릭터까지 잘하더라고요. 리허설하지 않아도 모든 신의 호흡이 잘 맞았어요. 이번에 길게 해보니까 다음에 또 만나고 싶더라고요. 꼭 로맨스 관계가 아니어도 좋을 것 같아요."
지난 9월 개봉한 '거미집'(감독 김지운)으로 한 차례 관객들과 만난 임수정이다. 그는 '거미집'으로 제76회 칸 국제영화제의 부름을 받았고, 국내 언론시사회 이후 좋은 평을 받았다. 하지만 '거미집'은 누적 관객 수 31만 명에 그치며 아쉬운 성적으로 퇴장했고, 임수정은 얼어붙은 한국 영화계를 한 차례 체감했다. 그렇기에 약 한 달 반 만에 신작으로 다시 관객들과 만나는 것에 부담감은 없을지도 궁금했다.
"물론 스코어는 아쉬워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서 '거미집'을 늦게라도 보시는 관객들이 계실 테니까 기대하는 면도 있죠. '거미집'과 '싱글 인 서울'의 연기 톤이 극과 극이거든요. 이를 어떻게 봐주실지 너무 궁금해요. 뭔지 모르겠지만 영화가 잘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딱 지금 계절에 어울리는 몽글몽글한 분위기고, 너무 설레더라고요. 이제 찍어놓은 영화를 다 개봉해서 다시 열심히 찍어야 할 것 같아요(웃음)."
임수정은 지난해 전 소속사 킹콩by스타쉽과 전속계약 만료 후, 재계약이나 새 소속사를 찾지 않고 혼자서 모든 걸 헤쳐 나가고 있다. 당시 그는 휴식에 집중하기 위해 이러한 선택을 했지만, 올해 칸 초청부터 두 편의 영화 개봉과 데뷔 22년 만의 첫 예능 출연까지 예상치 못한 큰 이벤트를 맞이하고 있다. 이 가운데 임수정은 여전히 매니지먼트의 서포트가 필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이러한 생활 덕분에 여유와 용기를 장착했다고.
"매니지먼트의 서포트는 너무 필요해요. 하지만 앞으로의 제 비전이 달라졌기 때문에 그에 맞는 걸 찾고 싶어요. 더 넓은 시장에서 활동하고 싶어요. 연기 외에도 창작할 수 있는 일원이 되고 싶어요. 프로듀싱이나 제작을 협업하는 것에 관심이 있어요. 시나리오를 쓰고 메이드하는 것도요. 매니지먼트 시스템도 좋지만, 에이전시도 좋을 것 같아요. 형태만 달라졌을 뿐 당연히 팀의 서포팅이 필요하죠."
"기회가 된다면 세계적인 작품에도 참여하고 싶어요. 제가 일 년 동안 훈련이 잘된 것 같아요. 원래는 저와 같이 하던 팀이 없으면 불안했는데, 지금은 여행 가방만 딱 하나 들고도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용기가 생겼죠."
2001년 KBS 드라마 '학교 4'로 데뷔한 임수정은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멜랑꼴리아', 영화 '장화, 홍련' '김종욱찾기' '내 아내의 모든 것' 등 여러 인생 캐릭터와 대표작을 남기며 자신만의 색깔이 뚜렷한 필모그래피를 구축했다.
특히 20년 동안 회자되고 있는 '장화, 홍련'을 언급한 임수정은 "임수정을 존재하게 해준 작품이라 특별하죠. 나중에 회고전을 한다면 이 작품이 시작이지 않을까요"라고 말하며 자신의 작품에 애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그는 여전히 이루고 싶은 게 많다고 힘주어 말했다.
"더 많은 작품에서 제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또 '임수정, 인생 연기다'라는 평도 듣고 싶어요. 배우로서 그런 작품 하나는 만나봐야되지 않을까요. '임수정이 이 작품을 위해서 그동안 연기를 해왔구나'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그러면 너무 만족할 것 같아요. 이런 말을 들을 때까지 연기를 계속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