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K-극장④] 동광극장·광주극장, 저마다의 생존 방식을 찾아서


동광극장, 객석 수 줄이고 쾌적한 환경 조성
광주극장, 전시회·워크숍 등 다양한 프로그램 진행

동광극장(위쪽)과 광주극장이 오랜 시간 한 자리를 지키며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동두천=박지윤 기자, 광주극장

코로나19로 인해 한 차례 얼어붙었던 한국 영화계는 관람료 인상과 OTT 플랫폼의 성장 등으로 결국 역대급 위기를 겪고 있다. 이 가운데 60년 역사를 지닌 원주 아카데미극장이 무너졌다. 하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힘을 모아 목소리를 내고 있고, 얼마 남지 않은 단관극장은 저마다의 생존 방식을 찾으며 그 자리를 지키려 한다. 이에 <더팩트>는 대형 멀티플렉스가 익숙한 세대에게는 정보를, 단관극장이 그리운 세대에게는 향수를 선사하기 위해 추억의 K-극장을 되짚어봤다.<편집자 주>

[더팩트|박지윤 기자] 동광극장과 광주극장은 오랜 시간 동안 한 자리를 지키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먼저 1959년 경기도 동두천시 동광로에 문을 연 동광극장은 64년 동안 운영되고 있다. 지난 15일 <더팩트> 취재진은 1호선 보산역에서 도보 약 15분 거리에 위치한 동광극장을 방문했다. 동네는 한적했고, 곳곳에 위치한 가게의 상인들과 주민들, 차들만 거리를 지나다니고 있었다.

동광극장 내부에는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흑백 사진이 여러 장 걸려 있었고, 필름 영사기와 다양한 피규어 등이 배치돼 있었다. 이날 기준으로 영화 '용감한 시민'(감독 박진표)과 '뉴 노멀'(감독 정범식)이 스크린에 걸렸고, 총 3회차 예정이었다.

성인은 9000원, 청소년은 7000원으로 대형 멀티플렉스보다 각각 5000원, 4000원(월~목요일 기준) 저렴했다. 평균적으로 동광극장에 걸리는 작품들은 약 2~3주간 상영된다. 하지만 이날 영화를 보러 오는 관객이나 극장을 구경하러 오는 방문객은 없었다.

동광극장은 15일 기준 영화 용감한 시민과 뉴 노멀을 상영하고 있었다. /동두천=박지윤 기자

1986년 동광극장을 인수한 고재서 대표는 <더팩트> 취재진에게 "올해 '범죄도시3'(감독 이상용) 이후로 손님이 거의 없다. 물론 단관극장에 영화를 보러 오는 사람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지만, 요즘 흥행하는 한국 영화가 없으니 더더욱 줄고 있다"며 "극장에 방문해도 앞에서 사진만 찍고 갈 뿐"이라고 현재 사정을 설명했다.

극장 외부는 옛 모습 그대로였지만, 283석 규모의 상영관 내부는 쾌적했다. 이는 한 명이라도 더 많은 관객이 동광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싶게 하려는 고 대표의 고민의 결과였다.

고 대표는 스크린 아래의 무대를 뜯어내고 소파를 놓았고, 약 50석을 줄이면서 앞뒤 객석의 간격을 넓혔다. 또한 2층 1열은 다리를 뻗고 볼 수 있는 보조 받침대를 설치했고, 휴대폰충전도 가능하게 했다. 특히 1층에는 가죽 소파와 리클라이너 소파, 간식거리를 놓을 수 있는 테이블도 있었다.

동광극장 내부에는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사진들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동두천=박지윤 기자

이렇게 동광극장은 단관극장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변화를 꾀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옛날 영화관의 감성을 잃지 않으면서 드라마 '시그널'과 '응답하라 1988'의 촬영 장소로 쓰였고, 꾸준히 방송에 전파를 타며 대중에게 알리고 있었다.

이에 고 대표는 "드라마나 생활 프로그램을 보고 동광극장에 찾아오는 손님도 꽤 있다"며 "대형 멀티플렉스보다 저렴한 가격에 보다 쾌적한 공간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게 동광극장의 장점"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최근 동두천에 대형 멀티플렉스가 생기면서 몇 없는 단골들의 발길이 끊겼다고. 이에 고재서 대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관심과 지원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283석 규모의 동광극장 내부는 앞뒤 객석의 간격이 넓었고, 전체적으로 쾌적했다. /동두천=박지윤 기자

'버텨내고 존재하기'(감독 권철)의 배경이 된 광주극장은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상황이다. 광주광역시 동구에 위치한 광주극장은 1935년 개관했고, 국내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극장이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단관 극장이다.

광주극장은 856석으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단관극장으로, 19일 기준으로 '버텨내고 존재하기' '너와 나'(감독 조한철) '괴인'(감독 이정홍) '어른 김장하'(감독 김현지)가 각 1회차씩 상영 예정이었다.

이는 모두 자유석으로 티켓만 발권하면 남아있는 자리 중에서 편하게 골라 볼 수 있다. 또한 광주극장은 '광주극장 영화제'를 개최하고, 개막식에서 영화 손간판(사람 손으로 그린 간판) 상판식을 펼치는 등 멀티플렉스에서 볼 수 없는 다채로운 행사를 진행한다. 뿐만 아니라 전시와 워크숍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열며 다방면으로 공간을 활용하고 있다.

광주광역시 동구도 광주극장을 살리기 위해 적극적이다. 올해부터 시작된 고향사랑기부제라는 제도를 통해 '광주극장의 100년 극장 꿈을 응원해 주세요'라는 모금함을 위기브 사이트에 개설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10만 원을 기부하면 전액 세액공제가 되고, 3만 원 상당의 답례품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광주극장 관계자는 개관한 지 100년이 된 극장이다. 멀티플렉스보다 다양한 연령층을 아우를 수 있는 지역 문화 허브로 가치가 있는 곳이라고 자신했다. /KBS2 홍김동전 방송화면 캡처

광주극장 관계자는 <더팩트>에 "이러한 제도를 통해서 오래된 시설을 보수할 수 있고, 홍보 면에서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실질적 효과를 설명했다. 또한 관계자는 "개관한 지 100년이 된 극장이다. 멀티플렉스보다 다양한 연령층을 아우를 수 있는 지역 문화 허브로 가치가 있는 곳"이라고 전했다.

대형 멀티플렉스 3사가 약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영화 상영 시장이다. 그렇다면 무너진 원주 아카데미극장을 비롯해 동광극장과 광주극장 등 오랜 시간 존재했던 건물이 지역 주민들에게는 어떤 장소일까.

2001년 원주 아카데미극장에서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봤다는 20대 여성 A 씨는 <더팩트>에 "부산은 서면역, 천안은 빨간 가방 등 연령대를 막론하고 각 지역 토박이에게 추억으로 상징되는 공간이 있다. 또 타지에서 고향 사람을 만났을 때 이러한 곳을 말하면 없던 유대감도 생긴다더라"고 전했다.

이어 A 씨는 "각 지역의 시민들에게 극장도 이런 장소인 것 같다. 여기를 안 듣고, 안 지나쳐 보고 자란 학생들이 없다. 또 어른들은 한 번쯤 해당 극장에서 영화를 봤을 것이다. 그렇기에 존재 자치로 충분히 가치 있는 곳이다. 그런 곳이 사라진다면 너무 허전할 것 같다"고 의미를 되새겼다.

또 다른 20대 여성 B 씨는 지역에 위치한 단관극장에서 영화를 본 경험은 없지만, 건물 자체가 지닌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세대별로 다르게 느껴지는 공간이다. 물론 건축물로만 봤을 때 낡고 쓸모없어진 공간일 수 있지만, 공간 자체를 이해하면 다양한 역사가 남아있는 곳이기에 의미가 깊다"고 덧붙였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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