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배우 려운은 '반짝이는 워터멜론'이었다.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묻는다면, 잘 모르겠지만 려운이 그냥 반짝였으면 좋겠다. 려운이 청춘이었고, 려운이었기에 작품도 시청자도 청춘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난 14일 막을 내린 tvN 월화드라마 '반짝이는 워터멜론'(극본 진수완, 연출 손정현)은 음악에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코다(CODA) 소년 은결(려운 분)이 1995년으로 타임슬립해, 어린 시절의 아빠 이찬(최현욱 분)과 밴드를 하며 펼쳐지는 판타지 청춘 드라마다.
작품은 첫 방송 전 제작발표회 때부터 "청바지(청춘은 바로 지금)"를 외치며 시작했다. 지나간 청춘들에게는 추억을, 현재 청춘들에게는 공감을, 미래 청춘들에게는 희망을 주겠다는 포부였다. 그래서였을까. 작품이 막을 내린 후에도 여전히 배우들과 제작진은 '청춘'을 강조했다.
려운 역시 마찬가지였다. 인터뷰 내내 어떤 답변이든 청춘으로 귀결됐다. 특히 려운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반짝이는 워터멜론' 시놉시스의 한 글귀였다.
"청춘은, 반짝이는 워터멜론이야."
은결 "그게 무슨 뜻이야?"
이찬 "몰라, 그냥 굉장히 반짝였으면 좋겠어."
려운은 "보자마자 마음에 들었다. 우리 드라마 주제에 가장 걸맞는 말이 아닌가 싶다. 또 이찬이 대사 중에 '포기하는 순간 승부는 끝난다'는 말도 있는데 이 대사 또한 마음에 들었다"고 전했다.
"저희 드라마는 '청춘'을 한 가지로 정리하지 않아요. 사랑도 가족도 우정도 판타지도 음악이라는 여러 장르에서 청춘을 전해요. 또 설렘도 아픔도 다양한 감정을 느끼며 계속 도전하죠. 하나로 특정하지 않는 것 자체가 청춘은 내가 정한다는 걸 의미하는 것 같아요. 무조건 젊다고 청춘은 아니잖아요. 내가 청춘이라고 생각하면 그때가 청춘이죠."
'반짝이는 워터멜론'이 여러 종류의 청춘을 말했다면, 그 속에서 뛰어다닌 려운 역시 여러 장르를 연기했다. 려운은 극 중 청각장애인 가족 중 유일한 청인이자, 음악 천재인 하은결 역을 맡았다. 1995년으로 타임슬립해 고등학생 시절의 아빠와 엄마 윤청아(신은수 분)를 만나 친구가 되고, 그 과정에서 온은유(설인아 분)와 로맨스를 키운다. 비운의 사고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기도 한다.
이처럼 타임슬립 장르물과 함께 약간의 스릴러부터, 풋풋한 로맨스, 청춘, 코믹까지 려운이 소화해야 할 스펙트럼은 넓고 다채로웠다. 이에 '려운의 장르물 맛집'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당연히 쉽지 않았다. '음악 천재'에 맞춰 기타도 배워야 했으며 수어도 능숙하게 할 줄 알아야 했다. 려운은 "이번 작품을 통해 기타를 처음 쳐봤다. 2개월 동안 배우고 촬영 내내 연습하긴 했지만 힘들긴 힘들더라. 사실 처음엔 2개월이면 좀 칠 수 있겠지라는 자신감에 직접 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천재적인 기타리스트라는 설정에 따라 곡들도 굉장히 어려웠다. 단기간에 월등할 정도로 치는 건 현실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하더라. 결국 핸드싱크로 소리를 입혔다. 다만 어쿠스틱 연주는 웬만해선 직접 치려고 했다"고 전했다.
대사량도 만만치 않았다. 려운의 필모그래피 중 단연 가장 많은 대사량이었다. 려운은 "양도 양이지만, 랩처럼 하는 대사가 정말 많았다. (설)인아 누나도 많았는데, 둘이서 긴 대사가 있을 때면 '오늘 또 랩대사 하는 날이야?'라고 주고받았을 정도"라고 밝혔다. 이어 "초반에는 NG도 많이 났다. 하지만 다행히도 작가님이 초반에 글을 많이 써준 덕분에 빨리 숙지할 수 있었고 점차 적응했다"고 덧붙였다.
어려운 과정이었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얻어가는 것도 많다는 려운이다. 그는 "은결이가 표현해야 할 감정이 정말 많았다. 기쁨, 화남, 설렘, 슬픔, 그리고 그 감정 안에서도 여러 결로 또다시 나뉘어 있다. 흘러가는 대로 표현하다 보니 어느새 감정의 스펙트럼이 넓어진 것 같다"고 반추했다.
실제로 려운의 눈물 연기에 대한 호평도 많았다. 일각에서는 '하은결 울지마. 려운 울어'라며 려운의 눈물 연기에 응원 아닌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려운의 눈물 연기가 화제를 모은 이유 중 하나는 매번 다른 톤의 눈물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를 연기하는 배우로서는 고민이 많을 법했다. 려운 또한 초반에는 여러 방식으로 많은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어떻게 울어야 할지, 매 에피소드 다른 톤을 잡고 그려내야 할지 이것저것 많이 생각해 봤죠. 그런데 사실 은결이를 둘러싼 관계와 상황이 명확하다 보니 크게 준비를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때와 장소에 맞는 눈물이 나오더라고요. 오히려 '계산하면서 울진 않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이처럼 '반짝이는 워터멜론'을 통해 자신의 역량을 제대로 보여준 려운이다. 호평을 보내준 시청자들이 작품을 어떻게 기억했으면 좋겠느냐는 질문에 려운은 다시 한번 '청춘'을 꺼냈다. 그는 "보는 분들이 자신들만의 반짝이는 청춘을 떠올려 볼 수 있는 작품이 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반대로 려운에게 '반짝이는 워터멜론'은 어떤 작품으로 각인될까. 그는 또 '청춘'을 언급하며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 이내 "그 정도로 촬영 내내 청춘인 것처럼 느껴졌다. 누군가 내게 '네 청춘은 언제였냐'고 묻는다면 '반짝이는 워터멜론' 때라고 답할 것"이라고 전했다.
"저는 지금 좀 숙련된 청춘 같아요. 힘든 일이 닥치고 어려운 일이 있어도 '나는 가겠다'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또는 상처가 있어도 금방 치유하고 오히려 그 봉합한 상처를 토대로 앞으로 나아갈 힘이 있는 게 청춘인 것 같아요. 저희 드라마가 여러분의 청춘을 다시 한번 되새겨보게끔 한 시간이 됐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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