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강일홍 기자] '꽃잎은 바람결에 떨어져 강물을 따라 흘러가는데/ 떠나간 그 사람은 지금은 어디쯤 가고 있을까/ 그렇게 쉽사리 떠날 줄은 떠날 줄 몰랐는데/ 한마디 말 없이 말도 없이 보내긴 싫었는데/ 그 사람은 그 사람은 어디쯤 가고 있을까'(전영 '어디쯤 가고 있을까' 가사)
사랑과 이별의 아픔은 묵은 세월이 쌓일수록 그리움의 추억으로 깊어지게 마련이다. 가수 전영의 '어디쯤 가고 있을까'는 중장년 7080 세대라면 누구에게나 아련한 추억의 한 페이지로 각인돼 있을 이 노래다.
회자정리(會者定離), 만나면 반드시 헤어지게 인생이다. 이별로 인해 오히려 더 가슴 속 깊은 곳에 담은 사람이라면 어떨까. '어디쯤 가고 있을까'의 가사처럼 떠날 때 말이 없이 떠나간 그 사람, 하지만 세월에 묻히지 않고 새록 새록 되살아나기도 한다.
77년 전영의 데뷔곡으로 발표된 '어디쯤 가고 있을까'는 가요계 부부 작사 작곡가인 이경미 이현섭 커플의 곡이다. 부부는 한경애의 '옛시인의 노래' 등 주옥같은 다수의 명곡을 합작품으로 발표했다. 특히 작사가 이경미는 가수 나훈아의 신곡 가사를 쓰기도 했다.
부산 출신의 가수 전영(본명 전미희)은 상명여자사범대학 부속여고를 졸업하고 서울 명동 살롱가에서 통기타 가수로 활동하면서 인기를 모았다. 80년대 이후 대표 포크송 가수로 활동하는 남궁옥분과 음색, 창법에서 유사점이 많다.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으로 젊은 시절의 안경 쓴 모습이 얼핏 이선희를 닮은 듯한 이미지를 풍긴다는 팬들도 많다. 하지만 실제 목소리만 들으면 맑고 낭랑하게 울리는 남궁옥분 스타일 외에도 양희은과 박인희의 보이스를 느낄 수 있다.
전영은 이 곡을 발표하면서 정식 데뷔해 이듬해인 78년 MBC 10대가수 가요제의 10대 가수로 선정됐다. '모두가 천사라면'이 수록된 앨범을 발표한 1983년까지 활동하다 사실상 은퇴의 길을 걸었다. 아쉽게도 이후 가수로서의 공개 활동을 멈췄기 때문이다.
80년대 초반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어학 연수 과정을 밟던 중 신곡 취입을 위해 잠시 귀국했던 사연이 신문 기사에 실리기도 했다. 91년 일본 와세다대학에서 특수교육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대학강단에 선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