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이야기 친구"…'꼬꼬무' 황성준 PD의 위로, 그리고 다짐[TF인터뷰]


11월 2일 100회 맞아
팩트체크→출연자 섭외까지, 솔직한 답변
황 PD"1:1 아카이빙 스토리텔링이 정체성"

SBS 시사교양프로그램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황성준 PD가 최근 <더팩트>와 만나 프로그램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SBS

[더팩트ㅣ문화영 기자] 한국 근현대사를 쉽게 풀어내고 역사의 진입장벽을 낮춘 프로그램,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의 이야기'가 100회를 넘겼다. 출연진과 시청자가 하나가 돼 함께 웃고 울고 또는 분노하는 과정을 통해 더 단단해진 모습이다.

SBS 시사교양프로그램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는 장트리오라고 불리는 세 명의 이야기꾼 장도연 장성규 장현성이 사건사고를 스스로 공부하며 느낀 바를 각자의 이야기 친구에게 1:1 대화 방식으로 전달하는 프로그램이다. 2020년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출발해 단기 시즌제로 시즌2까지 방영했다. 이후 2021년 정규 편성이 확정됐고 지난 2일 100회를 맞이했다.

최근 서울 목동SBS에서 <더팩트>와 만난 황성준 PD는 100회까지 걸어온 '꼬꼬무'의 여정을 보다 자세하고 섬세하게 털어놨다.

'꼬꼬무'의 가장 큰 특징은 1:1 스토리텔링이다. 마치 친구와 이야기하듯 편안하게 앉아 반말을 하며 역사 이야기를 한다. 그동안 1:1 대화는 연애 예능 등에서 자주 볼 수 있지만 주로 출연진과 제작진의 대화로 이뤄졌다. 그런데 '꼬꼬무'는 출연진과 게스트의 1:1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활용한다.

"사실 회사에서도 걱정이 많았어요. '3명이 각자 똑같은 말을 한다고? 중구난방이지 않을까?'라고요. 그런데 1:1은 친근하게 사담처럼 나누기 위함이에요. 3명을 통해 전달한다는 건 연령대, 성별에 따라 관점이 다르거든요. 어떤 분은 사건을 실제로 겪어보기도 했고요. 그들을 대표하는 시청자가 있겠죠. 3인 3색의 리스너들의 반응을 들어보고자 했던 거예요."

황 PD는 프로그램 정체성으로 '아카이빙'을 강조했다. "최근 이슈를 다루는 프로그램은 이미 많아요. 저희가 '김치 이론'이라고 부르는 게 있는데요. '궁금한 이야기 Y'가 최근 사건을 겉절이 하면 '그것이 알고 싶다'가 숨은 이면, 수사기관에서 빠뜨린 부분을 찾아 먹기 좋은 김치로 만들어요. 그럼 '꼬꼬무'는 이를 묵은지로 꺼내서 찌개를 만들죠. 과거의 일, 아카이빙이기 때문에 '꼬꼬무'의 소재는 새로 생겨나지 않아요."

수많은 과거 사건들 중 어떤 아이템을 뽑을지는 고민의 연속이다. 또 오래된 건 자료 찾기도 힘들고 거의 남아있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그럼 아카이빙을 누가 해왔느냐가 포인트예요. 다른 방송사 자료를 많이 쓰고 BBC 자료를 받기도 해요. BBC는 초당 9만 원이에요. 그만큼 아카이빙이 소중하고 잘 쌓여있다는 거겠죠. 이미 있는 것에서 열심히 찾아내야 하는 게 숙제예요. 파일럿에서 정규로 그리고 100회까지 온 게 감개무량한데요, 다른 전략이나 방법도 필요해요. 이후 어떻게 할 건지, 확장에도 고민을 하고 있죠."

SBS 시사교양프로그램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황성준 PD가 프로그램이 100회를 맞아 본질로 돌아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SBS

앞서 100회 기자간담회에서 황 PD는 "다시 본질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본질'이라는 단어가 시청자들에게 다소 추상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에 대해 황 PD는 "기획 의도가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꼬꼬무'의 기획 의도는 '어느 날, 그 사건으로부터 한 사람의 소시민으로서 내가 느낀 바를 주관적으로 전달한다'다.

"'꼬꼬무'는 사건을 '줌 아웃'으로 바라봐요. 첫 시작은 개인이고요. 그래서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야기가 시작돼요. 뒤를 궁금하게 만드는 스토리텔링이 저희의 본질이자 정체성이에요. 평범한 너와 내가 이야기를 하는 것 그리고 이야기를 통해 결국 넓혀 나가는 거죠." 실제로 '꼬꼬무'는 전혀 사건과 상관없을 것 같은 인물과 장소에서 이야기를 시작하기도 한다.

100회 영상에서 MC 장트리오는 '꼬꼬무는 000이다'를 개성 있게 답했다. 장도연은 '라식수술'을 답했고 장성규는 '현미경' 장현성은 '자전거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황 PD가 생각한 '꼬꼬무'는 무엇일까?

"'이야기 친구'요. 부담 없이 편안하게 들려주는 그런 '이야기 친구' 같아요. 실제로 '꼬꼬무'를 '밥 친구'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틀어놓고 밥 먹고 사담 이야기하듯 하는 거. 이런 스토리텔링 기법이 코로나 시기에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역사적 사건을 다루는 프로그램인 만큼 '팩트체크'는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제작진이 열심히 확인한다지만 단순한 자료조사 선에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황 PD를 비롯한 제작진은 매 아이템에 심혈을 기울인다고 한다. 하나의 아이템이 방송에 나오기까지 약 11주가 걸린단다. 한 문장 한 문장이 모두 팩트체크 대상인 셈이다.

"팩트는 두 가지로 나뉘어요. 먼저 객관적인 데이터 수치가 있죠. 피난민의 숫자 등은 서칭이 중요해요. 그다음 국방연구소, 자료편찬위원회에 문의해요. 두 번째는 인물의 행위예요. 기사 자료를 참고하고 직접 신문사에 연락을 하거나 영상, 음성 녹취 등을 확보해요. 최종적으로 자문해 주시는 분에게 보내고 검수를 끝내도 헷갈리는 게 있으면 과감히 뺍니다. 대사는 완벽히 같을 수 없지만 분위기, 상황, 인터뷰를 통해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어요. 확실한 건 반드시 그 시대 그 지역 사투리로 한다는 겁니다. 1950년대 함경도 사투리를 쓴다면 새터민, 탈북자 모임회에 보내요."

SBS 시사교양프로그램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메인 포스터. /SBS

'꼬꼬무' 애청자라면 궁금증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사건 중심에 있는 사람들, 목격자 그리고 피해자와 유가족을 어떻게 섭외하는지 궁금해하는 시청자들이 많다. 또 이들은 자신의 아픔을 다시 꺼내야 하기에 방송 출연과 노출을 꺼려 할 터다.

"사건의 목격자 혹은 취재원은 '궁금한 이야기 Y'와 '그것이 알고 싶다'를 활용해 다시 만나는 경우가 많아요. 없다면 제보를 보내고요. 저희가 적극적으로 하는 건 찾은 사람들이 여기로 나오게 하는 거예요. 명분이 있다면 저희가 설득할 수 있어요. 예를 들면, 유가족이 사건과 관련된 법을 준비하고 있거나, '방송을 통해 사건이 알려져 무엇인가 바뀔 수 있는 게 있다' 등을 어필하는 거죠. 유족을 대할 때는 많이 힘들어요. '니들이 뭘 해줄 수 있는데'라고 물으면 솔직히 할 말이 없어요. 방송하는 이유가 '유명해지려고요'가 아니잖아요"

황 PD는 '공감'과 '위로'에 초점을 뒀다. 사람은 다른 사람의 인생을 듣는 것만으로 위로를 받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사건 피해 가족의 이야기를 듣는 건 고통을 전시하고 호소하는 게 아니라 휴머니즘,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고통 앞에 서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위로하려는 거예요. 어떻게 견뎠는지 스토리가 있고 이걸 현대인들과 나누고 싶어요. 알게 모르게 당신에게 영향을 줬을 거예요.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위로를 던지죠. 다시 움직이고 꺼내는 게 아플 수 있지만 추모하고 기억하는 거예요."

'꼬꼬무'를 보다 보면 이야기에 몰입해 자신도 모르게 표정을 찡그리거나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인위적인 공감이 아닌 속마음에서 끓는 공감을 이끌어내기에 팬층도 두텁다. 황 PD 역시 촬영하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산부인과에서 뒤바뀐 두 아이' 이야기에서 20년 넘게 못 만나다가 만나는 장면을 보고 울컥했어요. 또 다른 하나는 위안부 관련 촬영을 했는데 할머니가 행복했던 걸 회상하는 모습에서 다 울었어요" 위안부 아이템은 아직 방송되지 않았다. 깜짝 스포인 것이다.

SBS 시사교양프로그램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황성준 PD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가장 뿌듯했던 점으로 초등학생들에게 편지가 오고 학교에서 꼬꼬무를 틀어줄 때라고 답했다. 실제로 초등학생들이 편지를 보내 만들어진 에피소드가 독립운동가 박열 편이었다고 한다. /SBS

짧지 않은 여정에서 가장 뿌듯했던 점은 무엇일까. 황 PD는 곧바로 "초등학생들한테 편지가 왔을 때"라고 답했다. 그는 "학교에서 '꼬꼬무'를 틀어주신대요. 이런 말을 들었을 때 제일 기분이 좋아요. 개인적으로 대중문화는 초등학생들이 향유하기 시작하면 끝난 거라 생각해요. 뉴진스와 아이브가 그런 것처럼요.(웃음) 초·중학생들이 본다고 하니까 '더 팩트체크해야겠다'고 생각하고요. 초등학생들이 편지로 해달라고 해서 한 아이템도 있어요. 그게 '독립운동가 박열' 편이고요."

앞으로 '꼬꼬무'는 SBS 다른 시사교양프로그램인 '궁금한 이야기Y'와 '그것이 알고 싶다'처럼 장수 프로그램으로 나아가기 위해 다시 한번 힘을 내 달린다.

"아무리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더라도 2년 3년 계속 같은 위치에서 사랑받을 순 없어요. 프로그램도 생애 주기가 있잖아요. 저희가 내리막길을 갈 수 있어요. 그런데 전 각자의 위치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20대 메시와 지금의 메시가 기량이 같진 않더라도 팀 안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하잖아요. 저희도 시청자들이 사랑을 해주신다면 끝까지 방송을 하고 싶어요. 따끈한 핫함은 없지만 오래되고 숙성된 프로그램만의 장점이 있어요.

그리고 황 PD는 '꼬꼬무' 시청자들에게도 애정을 전했다. "초등학생들이 커서도 '꼬꼬무'를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꼬꼬무'는 이야기 친구니까요. 언제까지나 이야기 친구로 남을 거예요. 너희가 대학을 가고 성인이 될 때까지 우리 프로가 그대들의 이야기를 남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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