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복식과 고증③] "세계적인 인기?"…K-한복 또 다른 이면


K-한복은 뜨는데…전통한복 시장 침체
"'혼례대첩'으로 인한 관심 기분 좋아"

여러 콘텐츠들을 통해 K-한복이 전 세계에 퍼졌지만, 그 이면에는 명과 암이 있다. /MBC, KBS

K-콘텐츠가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시청자들의 기준과 수준이 높아지며 제작자들의 책임감도 막중해졌다. 고증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 가운데 최근 시청자들의 눈을 두 배로 사로잡은 작품들이 호평받고 있다. 철저한 준비를 통해 고증은 물론이고 시대 당시 '복식'을 보여주고 있는 '혼례대첩'과 '고려 거란 전쟁'이다. 그 중 '혼례대첩' 복식이 눈에 띌 수밖에 없었던 비하인드와 그 과정에서 알게 된 K-한복의 또 다른 이면을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다수의 아이돌이 해외에 진출하고, 드라마와 영화가 전 세계에 공개되고 있는 시대다. 이와 함께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일례로 한국의 '갓'은 세계적으로 열풍을 만들었다. 이에 K-콘텐츠들은 앞장서 한국 문화를 녹여내고 전파하고 있다. 대표적인 문화가 '한복'이다.

삼청동과 경복궁 근처를 지날 때면 꼭 보게 되는 풍경이 '한복'을 입은 관광객들의 모습이다. 어느덧 한복 체험기는 한국의 관광 문화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K-패션으로 홍보되고 있는 한복이지만, 반만 맞다. 일상적으로 입을 수 있는 현대화된 한복이 K-패션으로 뜨고 있지만, 정작 전통 예복 시장은 하나둘 문을 닫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더팩트> 취재진이 '혼례대첩' 관련 취재를 위해 전통 예복 업체들이 비교적 몰려 있는 종로5가를 찾은 날, 어느 정도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다. 간판만 유지한 채 문을 닫은 업체도 몇몇 있었기 때문이다.

돌, 결혼, 회갑 등 생애 주기의 행사를 비롯해 명절 문화가 약해지거나 없어지며 전통복을 입을 기회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그나마 5~6년 전부터 정통사극이나 퓨전사극 등 다양한 작품이 많아지고 작품 속 한복에 공을 들여 여러 스타일을 보여주며 어린 연령층까지 지속적으로 각인시킬 수는 있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전통 한복에 대한 인지도는 낮아졌다.

KBS2 혼례대첩을 통해 전통 장신구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김샛별 기자

많은 사람들이 한복을 소장하기보다는 대여하는 경우가 많다. 간혹 있는 행사를 위해 소장하기에는 부담이 된다는 이유에서 비롯됐다. 여기에 삼청동 부근 등 체험 업체가 많아지며 더욱더 '한복 대여'라는 인식이 강해졌다. 특히 이 경우, 많은 사람들이 돌려 입는 만큼 비싼 소재를 사용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그러다 보니 편리함과 의상 관리에 초점을 맞춰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나래솔 김정숙 원장은 "형태는 한복이지만 아쉬운 점들이 많다. 소재도 한복 소개가 아닌 양장지 소재를 사용하더라. 나 또한 체험용으로 곤룡포를 보내 봐서 이해는 된다. 당시 한국왕의 격이 떨어지는 것이 싫어 내 사비를 더 들여 제작했었다. 정말 제대로 만들었는데, 2년 만에 누더기가 된 채 돌아왔다. 관리의 문제라는 걸 알아서 이해는 하지만 마음은 아프다. 우리의 옷이 저렇게 격이 떨어지지 않는데, 한번 제대로 된 한복을 보고 입어봤으면 하는 마음이다"고 털어놨다.

전통 장신구는 더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러다 보니 전통 장신구를 고증에 따라 제작하는 이들도 많지 않았다. 사랑공방 고순천 대표는 "때때로는 몇몇 드라마에서도 보기에도 가짜 같은 장신구가 나올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속상하다. 장신구는 티가 더 많이 나는 편이다. 물론 최근에는 하나를 해도 좋은 걸 한다. 퀄리티에 집중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김정숙 원장은 '한복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입을 수 있는 기회를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다. 김정숙 원장은 "서양에 파티가 있듯 한국 역시 결혼식, 돌잔치 등 큰 행사들을 파티라고 볼 수 있지 않나. 그렇다면 우리의 파티복은 한복이 됐으면 한다. 한복이 다른 드레스보다 불편하지도 않다. 한복이 오히려 더 불편하지 않으면서도 우아함을 드러낼 수 있는 옷이라고 여겨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KBS2 혼례대첩 속 고증과 전통복식의 멋이 많은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KBS

그렇기 때문에 '혼례대첩' 속 고증과 이로 인해 이어진 전통한복에 대한 관심은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김정숙 원장은 "젊은 사람들이 전통 예복의 멋에 관심을 가져준다니 기쁘다. 거기서만 그치지 않고 원단이나 색감 등 세세한 부분까지 알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신기하면서도 뿌듯하다"고 밝혔다.

고순천 대표 또한 "정통의 멋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 기분이 좋다"며 "퓨전도 좋지만 우리의 전통을 보여줄 수 있는 사극이라면 기본에 바탕을 두고 전통에 최대한 맞춰 보여줄 수 있다면 좋은 것 같다. 우리의 장신구가 굉장히 고급스럽고 예쁘다는 걸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단순히 작품 속 모습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이어질 수 있는 계기도 필요하다. 일례로 김정숙 원장이 제작 및 협찬으로 참여했던 '옷소매는 붉은 끝동'은 시청률이 높았던 만큼 배우들이 입고 나온 한복에 대한 호평도 많았다. 이에 주인공이었던 이준호의 팬들이 착장 한복의 대여를 부탁했다. 지난 7월 이준호의 배우&솔로 데뷔 10주년을 기념해 팬들이 준비한 전시회에 두기 위해서였다. 김정숙 원장은 "4벌 정도를 대여했다. 해외 팬들도 많이 오는 자리가 아닌가. 팬들 덕분에 또 한 번 전통 한복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보람찼던 순간"이라고 돌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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