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클로즈업] '희대의 사기극' 휘말린 남현희-낸시랭-김상중 공통점


'전청조 남현희 사건'에 재소환 된 낸시랭과 김상중
언론 등에 업고 '결혼' 귀결, '해프닝 마무리' 판박이

5년 전에도 파라다이스 창업주 전락원 회장의 혼외자라고 주장한 사건이 있었다. 왕진진(전준주)이란 인물이 방송인 낸시랭(오른쪽)을 제물로 삼은 사기극이었다. 왼쪽부터 남현희 낸시랭. /더팩트 DB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올해도 불과 두 달이 채 남지 않았습니다. 매년 11월이면 이상하리만치 대중문화계엔 이런 저런 사건사고가 많이 쏟아지는데요. 이선균의 마약 스캔들이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이를 능가할 불가사의한 사건이 꼬리를 물고 있습니다. '희대의 사기극' 소용돌이에 휘말린 유명인들에 대한 얘기입니다.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된 전청조의 존재는 펜싱 선수 남현희와 결혼을 발표한 뒤 처음 세상에 알려졌는데요. 혹시라도 여성지에 인터뷰를 하지 않았으면 사기행각은 발각되지 않았을까요? 적어도 더 많은 사기피해자가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을 가능성은 있겠지요. 결과적으로 남자 행세를 한 전청조에게 언론까지 속은 셈입니다.

지난주 첫 대질 조사에서는 진술이 엇갈려 사기행각에 대한 남현희의 사전 인지여부 등의 진위는 아직 가려지지 않았습니다. 분명한 것은 전청조란 인물이 남현희라는 유명인을 숙주로 삼아 더 큰 사기행각을 벌이려다 발각됐다는 사실이고, 그 수단으로 돈이 많은 척 재벌가 혼외자를 사칭하고 남자행세를 하며 모두를 속였다는 것입니다.

남현희 전청조가 언론에 결혼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사기등의 혐의로 구속된 전청조의 존재는 펜싱 선수 남현희와 결혼을 발표한 뒤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더팩트 DB, 유튜브 캡처

◆ 김상중 '파라다이스 딸 사칭 여성과 재혼' 보름만에 파혼 망신

불과 5년 전에도 파라다이스 창업주 전락원 회장의 혼외자라고 주장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왕진진(전준주)이란 인물이 방송인 낸시랭을 제물로 삼은 사기극이었죠. 유사한 사건은 20년 전에도 있었습니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의 진행자 김상중 역시 파라다이스 전 회장 딸을 행세한 여성과 재혼소식을 공개했다가 망신을 당했습니다.

"우리 집안에 김상중 씨와 결혼하기로 한 여자는 없다. 전우경은 8살짜리 손녀 딸의 이름이다. 전 회장님의 딸로 소개된 사람은 초등학교 1학년인 어린 소녀와 같은 이름으로 (사칭한 이름이거나 동명이인일 뿐) 사실과 전혀 다르다"(2003년 김상중 결혼 사기사건 당시 파라다이스 호텔 측의 입장문 중 일부)

김상중의 결혼 소식은 당시 모 스포츠신문 1면에 단독 기사로 보도돼 파장을 키웠는데요. 파라다이스 호텔 측이 반박문을 내고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허위로 드러나 보름만에 파혼하는 해프닝으로 끝났습니다. 어이없게도 김상중은 이 여성과 1년 넘게 교제하고도 감쪽같이 속아 들통나기 불과 며칠 전까지도 이 사실을 굳게 믿었다고 합니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의 진행자 김상중 역시 지난 2003년 파라다이스 전 회장 딸을 행세한 여성과 재혼소식을 공개했다가 망신을 당했/채널A 풍문으로 들었쇼 캡처

◆ 카지노 사업 연상되는 특정 기업 '파라다이스 호텔' 사칭 반복

파라다이스 호텔은 유사한 사기사건 사칭에 자주 등장해 이젠 대중에게도 익숙한 명칭이 됐습니다. 파라다이스는 60년대 후반 인천 올림포스관광호텔이 워커힐에 '콘티넨탈카지노 클럽'을 열면서 유명해진 기업입니다. 창업주 전락원의 이름을 영어식으로 쓴 법인명이 바로 파라다이스이고요. 현재는 장남 전필립 회장이 가업을 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같은 사기 행각에 왜 하필 파라다이스가 자주 표적이 됐을까요. 파라다이스 그룹은 출발 당시 카지노 사업과 연계돼 일반인들에게 탄탄한 재력가 집안이란 소문이 있는데다 오너 일가에 대한 정보도 많이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과거 종종 발생하던 '구권 화폐 사기'처럼 사칭을 해도 실체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죠.

김상중부터 낸시랭, 남현희까지 이들의 공통점은 누구라도 잘 알만큼 유명인이라는 것입니다. 행위자 역시 전 씨(전우경 전준주 전청조)라는 같은 성 씨였습니다. 재벌가를 사칭한 것도 같습니다. 아무래도 신분세탁에 용이했을 수 있겠죠. 또 언론을 등에 업고 결혼으로까지 귀결된 부분도 판박이입니다. 직접 보고도 믿을 수 없는 대담한 사기극에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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