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강일홍 기자] '마른 나뭇가지에서 떨어지는 작은 잎새 하나/ 그대가 나무라 해도 내가 내가 잎새라 해도/ 우리들의 사이엔 아무것도 남은 게 없어요/ (중략)아름다운 사연들을 태우고 또 태우고 태웠었네~뚜루루루 귓전에 맴도는 낮은 휘파람 소리/ 시인은 시인은 노래 부른다 그 옛날의 사랑 얘기를'(한경애 '옛시인의 노래' 가사)
가수 한경애가 부른 '옛시인의 노래'는 가을이면 생각나는 명곡 중의 명곡으로 꼽힌다.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서 이별의 아쉬움과 추억을 노래했다. 음미할수록 한편의 서정시(抒情詩)로 가슴속 깊이 와닿는다.
26살 때인 80년 발표한 이 노래는 이듬해 MBC 10대 가요제 신인상 후보에 오를만큼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아쉽게도 당시 인기몰이에 앞선 민해경에 밀려 수상은 하지 못했지만, 그해 가톨릭 가요대상 작곡부분을 수상한 바 있다.
한경애의 노래실력은 대학시절(홍익대 미대 응용미술학과)에도 이미 정평이 났다. 각종 교내 행사에서 예산 문제로 유명 가수들을 초청하기 힘들 때면 대타로 무대에 섰을 만큼 목소리가 곱고 성량이 풍부한 숨은 노래꾼이었다.
낭중지추, 뾰족한 송곳은 호주머니를 뚫고 나오기 마련이다. 그의 노래 실력은 학교 밖까지 입소문이 퍼진다. 당초엔 프로 가수가 될 생각이 없어 출연을 거의 고사하고 학업에 전념했지만 졸업을 앞두고 각 방송국에서 출연 요청이 쇄도했다.
1977년 KBS TV의 교양 오락 프로그램 '새 노래 고운 노래'의 진행을 맡으면서 MC로 방송에 진출한다. 이듬해 동양방송(DBS) 라디오 프로그램 3시의 다이얼을 진행하면서 DJ로 데뷔하고, 79년에는 미니 음반을 발표하면서 가수로 데뷔한다.
부부 작사-작곡가로 유명한 이경미-이현섭 콤비가 합작해 만든 노래로 한경애의 고운 목소리와 풍부한 성량이 한층 빛을 낸 곡이다. 앨범 발표 이후 10여년간 각종 인기 가요 순위에서 빠지지 않았고, 특히 젊은층의 인기가 높았다.
81년 한경애 독집(1집)을 발표한 이래 89년까지 총 4장의 정규 음반을 발표했으며 대표곡으로는 '미운 사람' '잊혀지지 않아요' '옛 여인의 노래' '겨울 바다' '타인의 계절' '여심' '비와 가랑잎' '인생' '파랑새', '눈물 속에 피는 '꽃' 등이 있다.
특히 '옛시인의 노래'는 92년 KBS 제2라디오에서 진행한 '한국인이 좋아하는 대중가요 1위'를 차지한 바 있고, 가수 데뷔 직후에 함께 발표한 '우울한 샹송'(시 낭송 1집)과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시 낭송 2집) 등은 지금도 유명하다.
한경애는 가수 이전부터 방송인으로 이름을 먼저 알렸지만 가수 데뷔 후에도 성우 활동(88년 KBS 공채 21기 성우)을 병행했다. 성우 데뷔 당시에는 한소영이라는 예명을 썼다. KBS FM 라디오 가요 프로그램 '밤의 교차로'와 PBC FM 라디오 '평화음악실', 'PBC 영화 음악' 등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