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문화영 기자] 지구는 점점 뜨거워지고 있고 전 세계 곳곳은 기후 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방송계가 기후 위기 대응에 앞장서기 위해 다양한 환경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무겁고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환경이란 소재에 웃음을 넣기도 하고 드라마 형식으로 풀어내기도 한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주제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들은 시청자들에게 크게 주목받지 못하며 낮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9월 9일 첫 방송한 KBS2 '지구 위 블랙박스'는 4부작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지구 위 블랙박스'는 기후 변화로 파괴되고 있는 국내외 6개 지역을 아티스트들이 기록하고 거주 불능 상태인 미래의 지구 '데이터 센터 블랙박스'에 살고 있는 기록자들이 2023년 아티스트들의 영상을 발견하는 내용이다.
이 프로그램은 환경을 깊게 다루는 다큐멘터리 성격을 가지면서 배우들과 아티스트들이 협업해 만들어가는 다큐멘터리이자 SF 드라마 겸 콘서트로, 약 24억 원의 제작비와 화려한 라인업으로 제작 단계부터 주목을 받았다.
출연진은 남극, 태국 맹그로브 숲, 스페인의 메마른 땅, 동해 등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떠나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지구 온난화를 표현했다. 시청자에게 환경의 심각성을 보여줌과 동시에 배우와 가수의 진한 울림을 전하려는 의도였다. 구민정 PD는 제작발표회에서 "용을 쓰고 기획했다"고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지구 위 블랙박스'는 첫 방송 시청률은 1.6%(이하 닐슨 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였으며 마지막 회는 1.0%를 기록했다. 제작비와 라인업이 무색할 정도로 관심과 화제를 끌지 못했다.
지난달 27일 종영한 KBS1 '지구별 별책부록'(이하 '지구별')의 상황도 비슷했다. '지구별'은 지구와 자연, 기후 위기에 관한 이야기로 자연 다큐와 코미디가 결합된 프로그램이다. 코미디언 유세윤이 70년 넘게 환경을 연구한 부캐 닥터유로 변신했고 '그린 코미디'라는 새로운 장르를 시도했다.
국내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된 소똥구리를 찾아 몽골로 떠나기도 하고 한강에 출몰한 괴생명체의 실체를 다루기도 하는 등 시청자들에게 자연과 공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끔 만들었다.
그러나 '지구별' 역시 시청자의 이목을 끌기 부족했다. 2부작 파일럿 프로그램인 것을 감안해도 1회와 2회 모두 시청률 2.5%에 그친건 아쉬운 결과다.
현재 방영 중인 SBS '옆집 남편들-녹색 아버지회'(이하 '녹색아버지회')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녹색아버지회'는 연예계 대표 아빠 4인방 차인표 정상훈 류수영 제이쓴이 내 아이가 살아갈 지구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친환경 버라이어티다.
'정글의 법칙'을 10년 이상 진행한 김진호 PD가 "전 세계를 다니며 환경 문제에 관심이 안 생길래야 안 생길 수 없었다"며 기획의도를 전했고 "환경이란 소재를 재밌게 풀어내려고 했다. 생활밀착형이다"라며 포부를 밝혔다.
스리랑카에서 쓰레기를 먹는 코끼리와 온갖 벌레가 들끓는 부패한 쓰레기 장면이 예고편에 나오며 화제를 모으는 듯했지만 '녹색 아버지회' 시청률은 지난달 25일 방송된 1회 기준 1.2%였다.
시청률이 프로그램의 모든 것을 판단할 순 없다. 그러나 기후 위기 심각성은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공감하지만 막상 관련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은 현저히 낮은 것이 현실이다. 좋은 취지로 제작되는 환경 프로그램이기에 낮은 관심과 높지 않은 화제성은 안타까움을 더한다.
이에 대한 고민은 제작 단계에서도 했을 것이다. '지구 위 블랙박스' 구민정 PD는 지난달 방송을 앞두고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환경'이라는 소재가 시청률이 높지 않고 화제성을 끌어올리기 쉽지 않다"고 공감하면서도 "기후 위기는 관심을 가지면 가질수록 선명해진다"라고 강조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환경 예능프로그램의 흥행하려면 '예능으로서 웃음'과 '시청자를 위한 실질적인 도움' 모두를 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김 평론가는 <더팩트>에 "환경이라는 건 사회적 가치가 굉장히 높다. 시청자가 기대하는 바가 예능에 있는데 그런 부분들보다 환경에 과잉될 때 (시청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첫 번째로 예능은 예능이어야 한다. 예능으로 관심과 흥미를 끌고 나서 환경 가치를 덧붙여야 하는데 많은 프로그램이 거꾸로 간다"며 "그럴 경우 결국 다큐멘터리와 같아져 굳이 볼 필요가 없어진다"며 "(먼저) 예능다워지고 그다음 환경의 옷을 입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제작비와 규모를 늘리는 것보다 시청자에게 무슨 도움이 되는지가 중요하다. 예를 들면 (프로그램에서) 탄소 중립 프로젝트를 소개해 앱 포인트가 쌓인다던지 등 실질적 효용성이 있어야 하고 직접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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