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국의 자기연민?…영화 '그대들은'은 왜 혹평 받을까[TF초점]


스튜디오 지브리 역사상 단기간인 6일 만에 100만 관객 돌파, 흥행 성적 이어갈까

지난 25일 개봉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흥행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대원미디어㈜

[더팩트ㅣ최수빈 인턴기자] 애니메이션계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10년 만에 내세운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혹평 속에서도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이하 '그대들은')가 개봉 당일인 25일 25만 관객을 동원하다 개봉 6일 만에 누적 관객 수 100만을 달성하며 화제의 영화로 자리 잡았다. 이는 스튜디오 지브리 역사상 최단 기록이다. 하지만 1일 4만 9276명, 2일 4만 2779명으로 점점 떨어졌고 개봉 9일 차인 3일 누적 관객 수 115만 5743명을 기록했다.

'그대들은'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신비로운 세계에 우연히 발을 들인 소년 마히토가 미스터리한 왜가리를 만나 펼쳐지는 일들을 담은 판타지 애니메이션 영화다.

이번 작품은 개봉 전 국내 언론·배급 시사회를 진행하지 않았다. 일본에서 먼저 개봉했을 당시에도 작품에 대한 어떠한 설명 없이 포스터 한 장만 공개된 채로 개봉까지 베일에 감춰져 있었기에 많은 애니메이션 팬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특히 10년 만에 돌아온 감독에 대한 기대로 마니아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개봉 후, 마침내 베일을 벗은 작품에 대한 국내 반응은 극명하게 나뉘고 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CGV 홈페이지를 통해 "난해하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배경이란 게 찝찝하다" "가해국의 자기연민" 등과 같은 반응을 보였고 결국 3일 오전 10시 기준 CGV 골든에그지수(개봉 후 실관람객 지수)는 72%까지 내려갔다.

수많은 명작을 탄생시킨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이번 작품이 유독 혹평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1940년대 전쟁 당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국내 팬들의 지적을 받고 있다. /대원미디어㈜

◆ 한국인의 정서와 맞지 않는 이야기

'그대들은'은 태평양 전쟁이 일어났던 1940년대 일본을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인 마히토는 전쟁 물자를 공급하는 군수공장 사장의 아들이다.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에 의해 군수공장에서 강제 노역을 많이 당했으며 그 피해자들이 아직 생존해 있다. 일본은 이에 대해 적절한 사과와 반성의 태도도 취하지 않고 있는 상황. 일본에 대한 한국인의 분노가 여전한 상황에서 이 시대를 그리고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원인으로 꼽힌다.

"전쟁을 대하는 일본인의 모순이 드러나는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눈살 찌푸려진다"는 부정적인 평이 이어지는 이유다.

그뿐만 아니라 극 중 마히토의 엄마는 전쟁의 피해로 인해 병원에서 근무하다가 세상을 떠나게 된다. 그 후 몇 년 뒤 마히토의 아버지는 처제인 나츠코와 재혼한다. 마히토는 이모였던 사람을 엄마로 받아들여야 하는데 이 또한 한국인의 정서와 맞지 않는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던 감독, 난해한 이야기로 이어져

'그대들은'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로 알려져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도 극 중 마히토처럼 어린 시절 전쟁을 피해 시골에서 자랐다. 은퇴를 번복하고 7년이라는 긴 제작 기간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건 감독 스스로의 이야기였다.

마히토는 왜가리를 만나 신비한 세계인 '이세계'로 들어간다. 전쟁이 오가는 불안전한 현실 세계를 피해 이상적인 공간에 있을 수도 있지만 끝내 원래 세계로 돌아오는 선택을 한다. 이를 통해 감독은 '예전의 상처를 무시하지 않고 마주해야 한다'는 주제 의식을 드러내고자 했다. 감독은 "소년에겐 아름다운 것도 있지만 어디에도 보여줄 수 없는 추한 감정과 갈등도 있을 것"이라며 "그 모든 걸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힘차게 걸어갈 수 있을 때 드디어 세상의 문제들과 마주할 수 있는 자기 자신이 완성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하지만 이는 작품 속에서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마히토가 현실 세계로 돌아오는 선택을 하는 게 충분히 설득력 있지 않으며 새엄마를 엄마로 받아들이는 과정도 부드럽게 연결되진 않는다. 영화 저널리스트 이은선도 "친절하고 천진한 모험극보다는 어느덧 죽음의 문턱에 더 가까워진 노장 감독의 머릿속을 관념적으로 유영하는 작품에 가깝다"고 말했다.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로 알려져 더욱 난해하다는 평이 이어지고 있다. /대원미디어㈜

◆ 애매하게 끝나는 결론

'이세계'와 현실 세계를 오가는 마히토·왜가리를 통해 많은 복선을 영화 내내 깔아뒀지만 결말 부분에서는 무언가에 쫓기듯이 급하게 끝나버리고 만다. 원래 세계로 돌아온 왜가리는 지금껏 경험했던 세계는 모두 잊으라고 말하면서 어차피 금방 잊힐 거라고 얘기한다. 그리고 2년이 흘렀고 마히토의 가족은 이사를 가며 영화는 종료된다. 왜가리의 말처럼 마히토가 그간의 일을 모두 잊은 것인지 아니면 받아들이고 지내는 것인지에 대한 부분도 밝혀지지 않은 채 애매하게 끝난다.

이 결말에 따라 제목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추측이 오가고 있다. 정말 감독은 '난 이렇게 살아왔는데 그대들은 어떻게 살래?'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일 수도 있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애니메이션 업계에 있는 많은 후배에게 하는 조언이라는 해석도 오간다.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감독 신카이 마코토) 등이 흥행에 성공해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흐름과 유행이 바뀌면서, 유행에 따르지 않고 고전적인 걸 고집하는 스튜디오 지브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졌다. "어쩌면 극 중 큰할아버지가 자신의 후계자로 마히토를 지목해 "네 탑을 쌓아라"라고 말하는 장면이 후배들에게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했으면 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겠느냐"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어찌됐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도 "나도 이 영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할 정도였으니 각자의 해석으로 맡기는 영화인 건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

많은 혹평이 오갔지만 그럼에도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작품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오가며 영화 팬들의 관심을 받고는 있지만 이것이 긴 시간 이어질지는 지켜볼 일이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25일 개봉해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subin7134@tf.co.kr
[연예부 | ssent@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