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강일홍 기자] 70년대 중후반 배경의 영화 '밀수'에는 '앵두' '연안부두' '님아' '밤차' 등 복고풍 노래가 다수 배경음악으로 깔린다. 이중 박경희의 '머무는 곳 그 어딜지 몰라도'는 해피 엔딩을 장식하는 두 여주인공 김혜수와 염정아가 흥얼거리면서 관객들에게 너무나 인상적으로 와닿는다.
영화 속 배경 음악을 통해 오랜만에 소환된 박경희는 데뷔 이후 서구적인 외모와 파워풀한 성량, 시원한 가창력으로 사랑받은 가수다. 굵직한 국제가요제를 두루 휩쓸며 대형 가수로 위상을 우뚝 세웠다. 안타깝게도 2004년 53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머무는 곳 그 어딜지 몰라도'는 78년 동경가요제에 출전해 동상을 받은 그의 대표곡 중 하나로 꼽지만 그의 인생곡은 따로 있다. 앞서 74년 제1회 한국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은 '저 꽃 속에 찬란한 빛이'(전원 작사 김기웅 작곡)를 빼놓을 수 없다.
'어둠에 묻혀 흘러간 그 세월의 눈물은/ 사랑을 잃어 흩어진 옛추억의 그림자/ 잊을수 없어 미련에 사무치던 슬픔은/ 상처로 아픈 내가슴 깊은 곳의 그리움/ 다시 한번 돌아오라 눈물없던 시절 그 노래여/ 찬란한 태양이 빛나는 거리 꽃피는 마음이 열리는 꿈길/ 사랑의 기쁨이 샘솟는 곳에 행복이 날개여 활짝 펴라'(박경희 '저 꽃 속에 찬란 빛이' 가사)
이 곡은 그의 가수 데뷔곡이자 첫 히트곡이 됐다. 박경희는 생전 인터뷰에서 "김기웅 선생님이 곡을 만들어놓고 마땅한 가수가 없어 묵혀 뒀던 노래"라면서 "호텔 소속 가수 중 성량이 큰 이국적인 여가수가 있다는 소리를 듣고 저에게 곡을 주셨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곡이 히트하면서 일약 존재감을 얻은 박경희는 같은 해 발표된 첫번째 앨범 수록곡 '그대여 안녕'으로 인기를 이어간다. 이탈리아 가수 이바 자니치가 부른 'Ciao Cara, Come Stati'를 번안한 이 곡은 이후에도 김추자 이숙 등이 같은 제목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박경희는 74년 한국가요제에서 '저 꽃 속에 찬란한 빛이'를 불러 대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일본 도쿄 야마하 국제가요제 입상, 도쿄가요제 동상, TBC 세계가요제 최우수 가창상을 받는 등 가창력을 인정받으며 국제가요제 전문 가수로 이름을 날렸다.
결혼과 함께 활동을 접었다가 남편과 사별 후 활동을 재개해 윤시내 정훈희 등과 함께 KBS '가요무대' 국제가요제 특집 공연 등에도 참가하며 대중 앞에 다시 섰다. 경남 창원 마산 김해 등지에서 주부를 대상으로 노래교실을 운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