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모든 것에는 '시작'이 존재한다. 배우 유승호에게는 '거래'가 그 시작이었다. 새로운 도전의 시작 속에서 큰 용기와 '거래'를 맺은 유승호가 더 넓은 확장을 다짐했다.
유승호는 최근 <더팩트>와 만나 지난 27일 전편이 공개된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거래'(극본 홍종성, 연출 이정곤)에 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은 우발적으로 동창을 납치한 두 청년의 100억 납치극을 다룬 범죄 스릴러 드라마다. 극 중 유승호는 절망스러운 현실을 잊으려 고교 동창 재효(김동휘 분), 민우(유수빈 분)와 술을 먹다 납치극에 휘말린 준성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6부까지 오픈된 상태에서 만난 유승호는 "아무래도 한번에 몰아보려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6회까지 오픈된 후 지인들의 연락을 많이 받았다. 특히 가장 친한친구가 있는데 평소 냉정하게 있는 그대로 평가하는 친구다. 그 친구가 잘 봤다며 잘하더라고 하더라. 친구의 가장 큰 칭찬인 걸 아니까 기분이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유승호는 '거래'가 내세운 '친구 납치극'이라는 소재를 보고 흥미를 느꼈단다. 그는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소재에 관심이 많이 갔는데, 말도 안 되는 납치극이 어떻게 끝날지 세 친구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 궁금했다. 특히 감독님의 작품 중 '낫아웃'을 찾아봤는데 색을 비슷하게 가져갈 것 같았다. 때문에 이 소재와 감독님의 색이 만나면 흥미로운 작품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하게 됐다"고 전했다.
아역배우부터 시작해 다양한 장르의 필모그래피를 쌓은 유승호지만, 누아르는 '거래'가 처음이었다. 그는 장르 소화를 위해 이번 작품에서만 반삭 스타일, 흡연신, 거친 욕설 등 여러 가지 모습을 선보이는 데 도전했다. 유승호는 "준성이란 인물의 내적인 면도 중요하지만 외적인 부분도 흥미롭길 바랐다. 군대에서 실제로 고참들이 전역할 때 '나가면 진짜 새롭게 살아봐야지' 다짐하면서 머리를 짧게 자르기도 한다. 준성도 마찬가지였다"고 설명했다.
"보이는 게 확실한 도전이다 보니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죠. 그렇지만 부담보다도 해보지 않았던 역할이나 부분들에 대한 갈증이 더 컸어요. 열망들이 부담감을 많이 가라앉혔죠. 새로운 걸 보여드리고 싶었고, 여기에 반응이 좋으면 희열이 크니까 이에 대한 기대도 있었어요."
극 중 준성은 고교 시절 축구 유망주였으나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꿈이 꺾이고 사채에 쫓겨 도망치듯 입대하는 인물이다. 전역 후 새 인생을 살겠다고 다짐했으나, 아버지가 아픈 현실에 해서는 안 될 걸 알면서도 친구를 납치한다. 그러나 일말의 양심과 이성을 지닌 준성은 극단적인 재효와 친구 민우를 해치지 않고 싶어 하는 마음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다. 때문에 때때로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는 상황에서 납치극에 태클을 건다.
이에 유승호는 "납치범들 사이에서도 선과 악이 있다고 생각했고, 재효는 완전한 악이었다. 재효가 돈이 필요하긴 하지만 그 이상의 불필요한 행동까지 한다면 준성은 계속해서 선을 지키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민우도 무사히 놔주려고 하고, 민우에게도 '돈만 받고 놔주면 우리 모두 아무 일도 없게 해줘'라고 말하는데, 이 대사가 준성이의 진심이었을 것"이라며 "비록 친구 관계가 무너지긴 했지만 이미 벌어진 상황을 최대한 잘 극복해 보려는 심정"이라고 설명했다.
"연기하면서 준성이의 포지션 때문에 염려되기도 했어요. 중간에서 중재하는 준성이의 모습이 답답해 보일 수도 있다는 우려였어요. 어찌 됐든 '납치'라는 소재가 어떻게 펼쳐질지 흥미를 갖고 시작하는 분들이 있을 텐데 그 흥미가 떨어지면 안 되니까요. 계속 볼 수 있도록 재밌게 잘 그리는 것도 드라마의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요. 때문에 준성이의 태클 이유나 행동을 잘 설명하고 풀이를 해주려고 최대한 노력을 많이 했어요."
절친이자 공범이 된 재효, 부자 동창이자 납치 피해자가 된 민우를 향한 준성의 감정은 어땠을까. 유승호는 "두 사람의 상황은 다르지만 같은 감정을 느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납치라는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나는 너희의 친구고, 이 사실을 너희도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하고 싶어 했을 것 같다. 이 사건을 잘 해결하고 싶은데 두 사람은 자꾸만 친구라는 걸 잊어가니까 가장 중요한 사실을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을 테고 실제로도 그 심정으로 연기했다"고 전했다.
작품은 유승호를 비롯해 김동휘 유수빈을 전면에 내세워 세 친구의 모습을 담기도 했다. 실제로도 나이 차이가 크지 않은 배우들이었다. 또래배우들의 현장 호흡은 어땠을지도 궁금했다. 유승호는 "당연히 너무 좋았다. 항상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유수빈이 웃음이 많은 편인데 먼저 웃음 참기에 실패하면 그 다음은 나, 김동휘로 이어지며 NG가 나곤 했다"고 돌이켰다.
새로운 도전이었던 '거래'는 유승호에게 많은 '처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첫 OTT 작품이 됐으며,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참석했다. 유승호는 먼저 처음으로 OTT 작업 환경을 겪어본 점에 관해 "많이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감사했다. 흡연신과 욕도 그래서 탄생할 수 있었다. OTT가 아니면 아무래도 제약이 많은 게 사실이지 않나"고 말했다.
또한 "배우로 활동하면서 부산국제영화제를 처음 가봤다. 현장에서 박성웅 선배, 홍석천 선배를 비롯해 여러 선배님들과 관계자들을 오랜만에 만났는데, 잊고 지냈던 분들을 뵙고 인사드릴 수 있어 기분이 좋았다"며 "무엇보다 많은 분들이 영화 혹은 작품에 진심이라는 걸 알게 된 현장이었다. 영화제가 여러모로 신기했고 또 갈 수 있도록 도전해 보겠다는 각오도 다졌다"고 밝혔다.
'국민 남동생'에서 어느덧 데뷔 24년 차가 된 유승호.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냐는 질문에 유승호는 생각보다 더 현실적인 대답을 해 웃음을 안겼다. 그는 "확실히 체력이 다르다. 예전에는 2~3일 밤을 새워도 멀쩡했는데 지금은 좀만 움직여도 피곤해진다. 웃자고 하는 소리가 아니라 아침에 눈도 일쩍 떠진다. 덕분에 요새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며 운동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끝으로 유승호는 '거래'는 자신의 '새로운 도전이자 시작'과도 같은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변화를 위해 계속 달려 나가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그는 "내가 잘하고 편한 것만 추구하고 싶지는 않다. 새로운 걸 해보면서 뭔가를 발견하길 기대한다. '거래'도 마찬가지다. 이번 작품을 통해 대중에게 '유승호라는 배우가 이런 모습도 보여줄 수 있구나'는 인상을 심어줬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색적인 장르의 작품과 캐릭터를 유승호라는 사람한테 맡겨줬다는 것 자체가 감사해요. 덕분에 큰 용기를 얻었고 변화를 위한 시작점이 된 것 같아요. 그만큼 '거래'는 제가 새롭게 도전한 것들 투성이거든요. 뭐든 시작한 건 오래 기억에 남듯이 '거래' 또한 제 마음속에 영원히 남을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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