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곡(142)] 최백호 '내 마음 갈 곳을 잃어', 애절한 사모곡


남녀간 사랑 표현 아닌 그리움과 슬픔 담은 사모곡(思母曲)
'낭만에 대하여' '애비' 등 삶의 깊이 묻어나는 곡들이 다수

최백호가 1977년 발표한 내 마음 갈 곳을 잃어는 어머니를 그리며 부른 사모곡이다. 남녀간 사랑과 이별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 힘들고 고달프고 슬펐던 청춘시기의 아픈 사연이 담겨 있다. 사진은 콘서트7080 당시. /KBS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계절의 변화는 참으로 빠르다. 바로 엊그제 같았던 뜨거운 여름이 가고 어느새 낙엽이 지는 가을이다. 거리에 하나 둘씩 낙엽이 뒹굴면 마음도 왠지 센치해지게 마련이다. 이별의 아픈 사연이 있는 분들이라면 더 깊은 상념에 빠져들 수도 있다.​

'가을엔 떠나지 말아요/ 낙엽 지면 서러움이 더해요/ 차라리 하얀 겨울에 떠나요/ 눈길을 걸으며 눈길을 걸으며 옛일을 잊으리다/ 거리엔 어둠이 내리고 안갯속에 가로등 하나/ 비라도 우울히 내려 버리면 내 마음 갈 곳을 잃어'(최백호의 '내 마음 갈 곳을 잃어' 가사 중 일부)

최백호가 1977년 발표한 '내 마음 갈 곳을 잃어'는 가사만 보면 얼핏 대중가요의 가장 흔한 소재인 남녀간 사랑을 표현한 것처럼 보인다. 지금도 그의 첫 번째 대표곡으로 꼽히는 이 곡은 힘들고 고달프고 슬펐던 청춘시기의 아픈 사연이 담겨 있다.

최백호가 부른 노래는 대체로 삶의 깊이가 묻어나는 곡들이 많다. 낭만에 대하여는 라틴 탱고 리듬이 묘한 매력으로 중년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방송캡처

최백호는 1950년 부산에서 외동아들로 태어났다. 불행하게도 생후 6개월이 채 안돼 부산 영도지역 국회의원에 당선됐던 아버지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위로 누나가 둘이었지만 모두 어린 나이였다.

6.25 전쟁 시기와 맞물렸으니 아버지를 잃은 가족의 삶은 고달플 수 밖에 없었다. 홀로 1남2녀를 키워낸 그 어머니마저 안타깝게도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재수생 시절이던 70년 가을이었다. 한동안 슬픔을 이기지 못해 식음을 전폐하고 울었다.

아버지 얼굴도 모르고 산 그에게 어머니는 세상의 전부였다. 그때 애절한 심정으로 쓴 글이 가사가 됐고 훗날 노래가 됐다. 어머니를 그리며 부른 사모곡이었던 셈이다. 가수 데뷔를 앞두고 그는 당시 무명 작곡가였던 최종혁에 곡을 부탁했다.

당시 레코드사는 유명 가수가 아니면 독집 앨범보다 컴필레이션 앨범을 내는 분위기였다. 그는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재학 중이던 윤정하와 공동 앨범을 냈다. 노래가 큰 반향을 일으키자 77년 초 독집으로 재발매했다. '내 마음 갈 곳을 잃어'는 이렇게 탄생했다.

최백호는 데뷔 당시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재학 중이던 윤정하와 공동 앨범을 냈다. 노래가 큰 반향을 일으키자 77년 초 독집으로 재발매했다. 내 마음 갈 곳을 잃어는 이렇게 탄생했다. /데뷔 앨범 재킷

최백호가 부른 노래는 대체로 삶의 깊이가 묻어나는 곡들이 많다. '낭만에 대하여'는 라틴 탱고 리듬이 묘한 매력으로 중년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발표 이후 지금까지 중년의 팬층이 워낙 탄탄해 지금도 라디오 방송 등에 자주 선곡되는 명곡으로 꼽힌다.

'입영전야'는 60~70년 당시는 물론 80~90년대까지 군대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불렀거나 들었던 노래다. '영일만 친구'는 경북 포항시의 향토 노래지만 부산의 '돌아와요 부산항에' '부산 갈매기', 인천의 '연안부두'와 같은 위상을 갖고 있다.

이밖에도 그가 부른 히트곡 중에는 '청사포', '그쟈', '애비', '뛰어', 'My Way'(오늘만 같아라 OST), '길 위에서'(가족끼리 왜 이래 OST), '바다 끝', '부산에 가면' 등이 있다. '불혹' '회기' '세상보기' '찰나' 등 요즘에도 꾸준히 중단없는 음반 활동을 하고 있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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