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정병근 기자] 유주는 고민이 많았다. 앨범을 완성해 내놓고 나면 뿌듯함은 잠시고 곧바로 '다음엔 뭘 하지?'를 생각했다. 지난 3월 두 번째 미니앨범 'O'를 발매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생각이 쌓이고 쌓이다가 끝내는 아예 비워버리기로 했다. 그랬더니 자유로워졌다.
유주는 지난달 20일 신곡 '따라랏(DALALA)'을 발표했다. 유주가 작사를 했고 작곡에 참여했다. 그는 "내가 가장 주도적으로 참여한 타이틀곡"이라고 소개했다.
"솔로로 데뷔하고 곡 작업에 많이 참여했는데 타이틀곡은 조심스럽게 생각했어요. 오래 곡 작업만 하신 분들보다 제가 더 좋은 멜로디를 쓸 수 있을까 싶었거든요. 이 곡은 타이틀곡으로 해야지 시작한 곡이 아니예요. 스트레스를 풀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만들기 시작했는데 감사하게 발매까지 하게 됐어요."
스트레스를 풀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시작했지만 타이틀곡으로 결정되고 곡을 발전시켜나가는 과정에서 마음이 변질될 뻔하기도 했다. 악기를 뭘 더 넣어야 하나 욕심이 깃들 때마다 스스로를 멈춰 세웠다. 처음 이 곡을 시작했을 때의 마음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유주가 가벼운 마음을 유지하려고 했던 건 비워내고 싶어서다. 그는 "지난 앨범은 생각이 많았다. 돌아보는 내용도 많고 딥한 내용들이 많았다. 그런 앨범을 완성하고 나니까 비움의 타이밍을 갖고 싶더라. 어쩌면 지금 필요한 건 깊은 고민이 아니라 자유로움이 아닌가 싶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탄생한 '따라랏'은 미니멀하면서도 그루비한 느낌을 연출한 모던 팝 장르다. 펑키한 베이스라인과 드럼으로 그루브감을 살린 '따라랏'은 다양한 빈티지 신시사이저 사운드로 레트로한 무드를 선사한다. 로즈 키보드, 일렉트릭 기타, 피아노로 재즈의 매력을 가미하고 후렴구에 호른과 스트링은 유주의 보컬을 더욱 돋보이게 조화를 이룬다.
'따라랏'은 가사를 모르고 그냥 노래를 흥얼거릴 때 나오는 소리에서 착안한 제목이다. 평소 자주 걷던 강남역 일대를 산책하다가 화려함과 각박함이 공존하는 길거리 풍경을 보면서 곡의 영감이 떠올라 곡 제목처럼 흥얼거리듯 단순하게 시작을 했다.
"곡 작업이라고 하면 머리를 싸매고 그런 걸 생각했는데 이렇게 재미있게도 곡을 만들 수 있고 비움에서 나오는 감정이 매력적일 수 있구나를 느꼈어요. 그렇다고 이 곡이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덜어내면서 나오는 특유의 감성도 있구나를 깨달았어요."
"안 해봤던 장르고 스타일링은 메이크업이나 소소한 포인트들이 새롭게 다가가지 않을까 싶어요. 의상은 교복을 입었는데 여자친구 활동 땐 많이 입었지만 오랜만에 입으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어요. 제목도 그렇고 가사 내용들까지 이전과는 다른 느낌이고 곡을 만들면서 나를 많이 알아가는 시간이었어요."
모든 앨범이 마찬가지지만 '따라랏'은 유주에게 특히 더 중요한 전환점이다. 그는 "건강한 일탈"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다음 걸 하는데 있어서 좋은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2015년 걸그룹 여자친구로 데뷔해 많은 사랑을 받았고 지난해 1월 첫 솔로 앨범 'REC.'를 발매하고 새 출발을 시작한 유주. 그는 작사, 작곡 작업에 참여한 곡들을 꾸준히 선보이며 솔로 아티스트 유주로서 차근차근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생각보다 과감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겁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발매한 곡들을 보면 내 감정을 드러내는 것에서 과감하고 솔직했구나 싶어요. 부끄럽다기보다 잘 해왔다 이런 정도의 느낌이에요.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야 늘 있지만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힘든 일이지만 확실한 '내 것'이 생길 때까지 꾸준히 노력하며 나아갈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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