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 | 정병근 기자] 어쩌면 쏠(SOLE)만 몰랐던 건지도 모르겠다. 독특하게 매력적이라 단번에 꽂히는 음색인데 본인은 "내 목소리가 싫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지금은 자신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좀 생겼다. MBC '놀면 뭐하니?'에 출연해 WSG워너비로 발탁되고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생긴 긍정적인 변화이자 가져야 마땅한 자신감이다.
그러고 보니 달라진 게 또 있다. 3년 전인 2020년 9월 인터뷰를 위해 처음 만났을 때와 분위기도 사뭇 달랐다. 지금의 소속사인 아메바컬쳐에 합류한 지 8개월쯤 되던 때 '음음'을 발표하고 이야기를 나누던 자리였는데 자신이 가진 남다른 매력과 색깔 있는 음악에 비해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는 다소 소극적이었다. 조심스러워 보였달까.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 당시 데뷔한 지 얼마 안됐을 뿐만 아니라 '힙합 명가'이자 '컬쳐 메이커'인 아메바컬쳐로 적을 옮긴 뒤 아마도 처음 경험하는 인터뷰였다. 이후 3년여가 흘러 당시 마포구에서 지금은 강남구로 사옥을 옮긴 아메바컬쳐에서 다시 만난 쏠은 활기찼고 솔직했으며 겸손하면서도 당당했다.
"'놀면 뭐하니?' 하기 전엔 무서웠어요. 그런데 잘했다는 생각이 든 게 음악적으로 사람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이 넓어졌어요. 사람들이 나의 이런 모습을 좋아해주는구나 그걸 깨달았어요. 사실 그 전엔 자신감도 없고 내 목소리도 싫고 그래서 몰랐거든요. 그런데 노래만 듣고 뽑히고 좋아해 주시니까 알게 됐죠."
쏠이 이전까지 자신감이 없었던 이유가 있다. 보컬을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할 때 스파르타식으로 했었고 본인의 장점이 아닌 단점을 찾는데 익숙했다.
"사실 데뷔하고 목소리 좋다는 얘기를 들어도 예의상 하는 말이겠거니 생각했어요. '놀면 뭐하니?'를 하면서 '내 목소리 진짜 좋은 건가?" 싶었고요. 보컬을 배울 때 스파르타식으로 했던 영향인 거 같아요. 노래 영상을 찍어서 단점을 찾아내는 게 연습이었거든요. 고등학생 때부터 그렇게 해서 '내 목소리는 왜 이런가' 그런 생각만 했어요."
데뷔하고 수년간 수많은 곡을 발표하면서도 자신의 목소리에 확신이 없었던 쏠은 시간이 좀 걸렸지만 마침내 어릴 적 자책에서 빠져나왔고 이제 달라졌다.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으며 자신감도 자라났고 새로운 도전에도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리메이크 앨범 'A Love Supreme(어 러브 슈프림)'을 준비해 지난달 18일 발매했다.
요즘 가요계는 리메이크 열풍이다. 명곡을 재탄생시킨다는 취지의 프로젝트가 여러 개고 드라마 OST에 이르기까지 리메이크가 쏟아진다. 그런 흐름에 편승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도 있지만 쏠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노래를 부르는 것만이 아니라 편곡 능력까지 갖춘 본인만의 무기가 확실한 덕이다.
"요즘 리메이크가 너무 많다고 생각하긴 했어요. 내가 하는 게 쉬워보이지 않을까, 흐름을 따라 내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 생각을 많이 했죠. 그래도 전 제가 좋아하는 곡을 선택해서 제가 편곡을 하는 거니까 뭐랄까 진짜 제가 재해석하는 걸 보여주고 싶었고 많은 공을 들였어요. 좀 더 주체적인 리메이크 앨범이랄까요.(웃음)"
쏠은 리메이크 앨범을 준비하면서 자신이 즐겨 듣던 앨범을 떠올렸다. 나얼이 2015년 발매한 리메이크 앨범 'Back To The Soul Flight(백 투 더 소울 플라이트)'다. 1989년 MBC 강변가요제 은상 수상곡인 박선주의 '귀로'를 리메이크한 타이틀곡 '귀로'로 잘 알려진 앨범이다.
"저에게 리메이크 앨범이라고 하면 생각나는 게 나얼 선배님의 '귀로'가 수록된 앨범이에요. 어렸을 땐 나얼 선배님 곡이라고만 생각하고 노래를 불렀었어요. 저도 흐름에 휩쓸리는 게 아니라 그런 앨범을 만들고 싶었어요. 편곡에 참여해서 더 열정적으로 했고 싱글이 아니라 앨범으로 만들게 됐어요."
그렇게 완성한 'A Love Supreme'은 1990년대부터 2000년대에 이르는 아날로그 감성의 곡들을 쏠만의 내추럴하고 빈티지한 스타일로 새롭게 재해석한 리메이크곡들로 채워진 앨범이다. 쏠의 유일무이한 음악 취향과 다양한 시도를 보여주며 설렘, 애증, 이별 등 각양각색의 사랑 이야기를 담아냈다.
더블 타이틀곡은 '가까이 하고 싶은 그대'(Original by 나미)와 '아름다운 이별'(Original by 김건모)다. 이를 비롯해 'Love Supreme'(Original by 김반장과 윈디시티), '기다리다'(Original by 패닉), '마음을 잃다'(Original by 넬) 등 세대를 아우르는 총 5곡을 재해석해 수록했다.
"제 곡을 만들 땐 가사를 쓰고 부르는 거니까 내가 하는대로 하면 완성됐는데 이번에 녹음을 하면서 이 가사를 어떻게 발음을 해야 할지까지 고민했어요. 제 발음이 좋은 편이 아니거든요.(웃음). 제 곡이면 그냥 부르면 되는데 원곡이 있으니까요. 그런 부분들이 이전 앨범과 가장 달랐어요. 특히 그 중에서 '아름다운 이별'이 정말 어려웠어요."
어려웠던 이유를 묻자 쏠은 "가사를 다 제 걸로 만들어야 되는데 잘 안 되더라. 절절한 이별 가사인데 절절한 게 성향에도 안 맞고 표현의 한계를 느끼게 돼서 그게 아쉽더라. 제가 너무 얕게 표현하는 거 아닌가 싶었다. 그래도 타이틀곡으로 한 건 많은 분들이 알만한 유명한 곡을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해서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한계를 털어놓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쏠은 애써 포장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냈다. 그런 그의 표정은 여유롭고 편안했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저의 음악적인 한계가 아쉽다는 거지 곡 자체가 아쉽다는 건 아니다. 더 표현해야 했는데 못했나 그런 정도의 것"이라며 미소지었다.
또 이 곡들을 한 앨범에 넣은 이유를 묻는 질문엔 "찾아보려고 했는데 공통점이 없더라. 그냥 제가 그동안 이렇게 다양한 곡들을 들었구나, 그런데 지금은 좋아하는 것만 듣고 있었구나 싶었다"고, 이 앨범이 음악 인생에서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서는 "뭔지는 모르겠으나 분명 의미는 있다"고 말했다. 역시나 솔직하고 유쾌한 답이다.
이 앨범을 내놓은 그의 바람은 소박하면서 거창하다. "전 이 앨범이 많은 분들에게 선물 같은 앨범이었으면 좋겠어요. 들었을 때 설레는 느낌을 주고 싶어서 저도 엄청 진짜 잘 포장한 선물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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