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박지윤 기자]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가 힘차게 닻을 올리며 열흘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유튜브 채널과 네이버 TV를 통해 생중계됐다.
'올해의 호스트' 송강호를 비롯해 국내외 여러 스타가 레드카펫을 수놓았다. 나문희 박근형 김영옥 조진웅 송중기 유승호 전종서 정수정 임수정 오정세 등이 모습을 드러냈다. 또한 홍콩 배우 주윤발과 중국 배우 판빙빙이 등장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개막식의 단독 MC를 맡은 박은빈은 하늘색 오프숄더 드레스를 입고 등장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는 "10월인데도 부산은 열기로 가득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박은빈은 "부산국제영화제 첫 단독 사회자를 맡게 돼 떨리기도 하지만 이제훈 오빠의 응원과 여기 계신 여러분의 뜨거운 에너지를 받아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을 힘차게 진행해 보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당초 박은빈은 이제훈과 함께 개막식 MC로 발탁됐지만, 이제훈은 지난 1일 밤 심한 복통을 느껴 병원을 찾았고 허혈성 대장염으로 응급 수술을 받았다. 결국 이제훈이 건강상의 이유로 함께하지 못하게 되면서 박은빈은 부산국제영화제 최초로 여성 단독 사회를 맡게 됐다.
박은빈은 "지난해 이곳에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베스트 여자 배우상을 받았다"며 "작품이 인정받고 배우로서 상을 받는다는 건 일하는 데 있어 힘을 많이 받는 것 같다"고 의미를 되새겼다. 또한 그는 "이는 배우에게 기회를 주고 용기를 준다. 개막작을 시작으로 좋은 작품들도 만나고 많은 관객분들과 수많은 영화인을 만날 생각하니 무척이나 설렌다"고 덧붙이며 인사말을 마무리했다.
박은빈의 개막식 선언 이후 알츠하이머 투병 끝에 지난 1월 세상을 떠난 고(故) 윤정희의 추모 영상이 이어졌다. 윤정희의 인생작이 담긴 영상에 고인의 딸이자 바이올리니스트 백진희의 연주가 더해져 보는 이들을 울컥하게 만들었다. 이날 윤정희는 한국영화 공로상에 이름을 올렸고, 고인의 대표작인 '시'의 이창동 감독이 시상을, 백진희가 대리 수상을 했다.
무대에 오른 이창동 감독은 "윤정희 선생은 가장 빛나고 아름다운 별이었다. 10대 때부터 내 마음의 별이었던 윤정희와 '시'를 찍었던 순간은 너무 행복한 순간이었다. 이 상을 딸 백진희에게 준 것도 너무 영광"이라며 "10여 년의 시간 동안 백진희가 지극한 정성으로 엄마를 돌봤는지 안다. 또 하지 말아야 할 마음고생을 얼마나 했는지 안다. 백진희와 하늘의 별이 된 윤정희에게 기쁨이 되길 바란다"고 추억했다.
백진희는 불어로 "이 자리에 초대해 줘서 진심으로 감사하다. 내가 어렸을 때 제1회 부산영화제를 부모님과 함께 축하하며 행복해했던 일이 생생하게 생각난다"며 "여러분은 변함없이 윤정희를 사랑해 줬다. 어머니가 지난 십여 년은 중병과 싸워야 했지만 '시'와 여러분의 사랑이 어머니를 행복하게 했을 것이라 믿는다"고 소감을 전했다.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시상에 나선 송강호는 "이 자리에서 이분을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로 호명할 수 있어 너무 영광"이라며 "나와 비슷한 세대의 영화인이나 수많은 영화 팬에게 잊히지 않는 마음속 우상이다. 슈퍼히어로가 아닌 스크린의 히어로다. 영화계 큰 형님이자 우리 마음속에 영원히 기억될 영화인"이라고 주윤발을 소개했다.
주윤발은 "배우 일을 시작한 게 1973년인데 올해 딱 50년이 됐다. 50년은 확실히 긴 세월이다. 그러나 뒤를 돌아보면 어제 같기도 하다. 홍콩 방송국에 감사하다. 내가 배우가 될 수 있게 만들어줬다. 홍콩 영화계도 감사하다. 내가 먼 곳까지 갈 수 있게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또 나의 아내도 감사하다. 내가 걱정 없이 앞만 보고 연기할 수 있게 도와줬다. 의미 깊은 상을 주셔서 부산영화제에도 고맙다. 한국 팬도 감사하다. 긴 시간 동안 사랑과 응원을 줬다. 마지막으로 여러분의 건승을 빈다"고 말해 훈훈함을 안겼다.
또한 주윤발은 수상 소감을 끝낸 후, 통역가를 비롯해 이날 개막식에 참석한 관중들과 함께 사진을 찍어 웃음을 안겼다. 끝으로 주윤발은 한국어로 "기쁘다. 감사하다. 사랑한다"고 외쳤다.
앞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허문영 전 집행위원장과 관련된 논란으로 위기를 겪었다. 허 전 집행위원장은 영화제 개막을 약 5개월 앞둔 지난 5월 돌연 사의를 표명했고, 성폭력 의혹까지 제기됐다.
허 전 집행위원장은 해당 의혹을 부인했지만, 영화제 파행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졌다. 그러나 부산국제영화제는 인사 논란을 잠재우고 혁신위원회를 구성하며 결의를 다졌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집행위원장이 공석으로 진행되지만, 남동철 집행위원장 직무대행과 강승아 운영위원장 직무대행이 자리를 지킨다.
인사 파행부터 배우들의 부상으로 연이은 불참 소식까지, 출발 전부터 잡음이 끊이질 않았던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가 무사히 막을 올린 가운데, 별 탈 없이 완주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는 10월 4일부터 13일까지 열흘간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개최된다. 4개 극장 25개 스크린을 통해서 69개국 269편의 영화가 상영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