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냈어?"…소음·쓰레기→막말·출입통제, 계속되는 촬영 갑질[TF초점]


방송 제작팀, 시민들과 갈등 연이어 발생
한국영상위원회, 지자체 등과 조율 '권고'

최근 티빙 오리지널 피라미드 게임이 스쿨존을 영상 장비로 막아 학생들의 등굣길을 불편하게 했다는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티빙,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더팩트ㅣ문화영 기자] 방송 제작팀이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소음과 쓰레기를 유발하는 건 물론 시민들의 통행을 통제하면서 촬영팀 '갑질'이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티빙 시리즈 '피라미드 게임'이 스쿨존 인도를 막고 촬영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학부모로 추정되는 작성자는 "스쿨존 맞냐. 지난 주에도 등굣길 인도를 막고 촬영했는데 오늘 또 이런 일이 생겼다"며 "드라마 촬영한다고 아이들 등굣길에 영상 장비를 올려놨다. 누구 한 명 나와 안전 지도를 하는 사람도 없었고 인도, 자전거 도로까지 다 막아놨다"고 적었다.

촬영장 '민폐' 논란은 이번 뿐만이 아니다. 지난 10일에는 입원한 임신한 아내를 보러 고위험 산모실에 갔지만 JTBC 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극본 주화미, 연출 조현탁) 제작진이 이를 제지했다는 글이 올라와 뭇매를 맞았다. 당사자는 "병원이 사람 살리는 곳이지 촬영이 문제냐"라고 비판했다.

채널A 예능프로그램 '하트시그널4'는 촬영 당시 주민들에게 소음 민원을 받았으며, ENA 드라마 '사랑한다고 말해줘'(극본 김민정, 연출 김윤진)는 제작진이 촬영 장소에 쓰레기를 두고 간 현장 사진이 온라인을 통해 빠르게 퍼지며 문제가 됐다.

또한 올 7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2'(연출 황동혁) 제작진은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는 시민에게 막말하고 통행을 금지했으며, '폭싹 속았수다'(극복 임상춘, 연출 김원석) 제작진 역시 올 4월 고창 청보리밭을 방문한 관광객들의 동선을 통제해 비난 받았다.

경찰 수사까지 이어지는 사례도 나타났다. 5월 서울 종로구 창신동 모처에서 40대 남성이 tvN 새 드라마 '무인도의 디바'(극본 박혜련·은열, 연출 오충환) 촬영장에 벽돌을 던졌다. 이 남성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촬영 중 발생한 빛과 소음 때문에 잠을 못 잤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게임2가 촬영 당시 시민들의 통행을 통제하고 명령조로 말해 논란이 됐다. tvN 새 드라마 무인도의 디바 역시 고창 청보리밭에서 촬영을 진행하던 중 관광객들을 통제해 구설수에 올랐다. /넷플릭스, tvN

매 논란 이후 제작진은 빠르게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이 피로감을 느끼는 이유는 같은 상황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민폐 촬영을 법적으로 제재할 방법은 없을까.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28조3에 따르면 국가 및 지방단체는 영상산업의 진흥을 위해 필요한 경우 국내 현지 촬영 장소의 제공 등 영상물 촬영에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다. 이에 한국영상위원회는 촬영 시 관할 지자체나 행정기관과 협의를 통해 촬영 가능 일정 및 범위, 조건 등을 조율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길거리나 주택가 등 공공장소에서 진행되는 촬영을 공식적으로 허용 및 통제하는 법적 제도는 없다. 즉, 촬영 허가에 대한 법적 장치가 없기 때문에 촬영을 이유로 시민의 통행권을 방해하는 행위는 법적 근거를 가지지 못한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더팩트>에 "법이라는 건, 사전적인 검토와 규제를 어떻게 할지 기준이 명확해야 하는데 소음과 출입통제는 애매하다"고 말했다. 승 연구원은 "(소음)데시벨을 어느 정도로 규정할 건지와 (드라마 촬영으로)통행이 불편하지만 한편으로 (통행)제한이 없다면 위험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현실에 일각에서는 병원 등 사람 생명을 다루는 곳이나 굳이 야외 촬영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 따로 세트장을 만들어서 해야 하는 게 맞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울러 촬영 시작 전에 인근 푯말과 충분한 안내를 제공해 시민들에게 협조를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체계적으로 시민 응대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그러나 무엇보다 먼저 변해야 할 것은 제작진의 마음가짐이다. '촬영'을 위해서라면 시민들의 편의와 권리 정도는 뒷전으로 미뤄둬도 된다고 생각하는 제작진의 '갑질 마인드'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민폐 촬영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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