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박지윤 기자] 풍성한 한가위, 치열한 극장가다.
'거미집'(감독 김지운),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감독 김성식, 이하 '천박사'), '1947 보스톤'(감독 강제규)가 9월 27일 개봉을 확정 지으며 정면 승부를 예고한 가운데, 이번 추석 극장가에서 몇 개의 작품이 웃을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 칸 사로잡은 '거미집', 국내 관객에게도 통할까
'거미집'은 1970년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만 다시 찍으면 걸작이 될 거라 믿는 김감독(송강호 분)이 검열,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악조건 속에서 촬영을 밀어붙이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송강호는 영화 속 영화 '거미집'을 기필코 걸작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욕망에 사로잡힌 김감독 역을 맡아 김지운 감독과 다섯 번째로 협업했다. 여기에 오정세, 임수정, 박정수, 전여빈, 정수정 등이 이름을 올리며 탄탄한 라인업을 구축했다. 이들은 안정적인 연기력을 바탕으로 신선한 앙상블을 선보일 전망이다.
앞서 '거미집'은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돼 전 세계 관객들에게 12분간 기립박수를 받으며 호평을 얻었다. 그러나 '브로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칸의 기운이 국내 흥행까지 이어지지 못한 것을 고려하면, 거미집'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1970년대 영화 촬영장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신선한 스토리와 스타일, 천태만상의 인간 군상, 상충하는 이해관계와 협업 속 광기의 파노라마가 국내에서도 통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 CJ, '외계+인' 1부·'더 문'으로 연이은 흥행 참패...'천박사'로 웃을까
'천박사'는 귀신을 믿지 않지만 귀신 같은 통찰력을 지닌 가짜 퇴마사 천박사(강동원 분)가 지금껏 경험해 본 적 없는 강력한 사건을 의뢰받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김성식 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이자 '베테랑'(2015) '엑시트'(2019) '밀수'(2022) 등을 선보인 제작사 외유내강의 신작이다.
'브로커'(2022) 이후 약 1년 만에 극장으로 돌아오는 강동원은 신빨보다 현란한 언변으로 사람의 마음을 현혹하는 가짜 퇴마사 천박사로 분한다. 능청스러움으로 무장한 캐릭터를 만난 그는 화려한 말빨부터 사건 깊숙이 들어갈수록 세밀해지는 감정선, 통쾌한 액션까지 소화하며 다채로운 매력을 발산할 계획이다.
이동휘는 천박사의 기술 담당 파트너 인배 역을, 김종수는 천박사와 오랫동안 함께해 온 골동품점 CEO 황사장 역을 맡아 저마다의 능력을 발휘하며 유쾌한 팀플레이를 펼친다. 또한 범천으로 분한 허준호는 강렬한 존재감으로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강동원의 어깨는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앞서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가 야심 차게 선보인 '외계+인' 1부(감독 최동훈)와 '더 문'(감독 김용화)이 흥행에 처참히 실패했기 때문이다. 다음 주자로 등판한 '천박사'가 위기의 CJ엔터테인먼트를 구해낼 수 있을지, 또 김성식 감독이 엄태화와 유재선에 이어 주목할 만한 신인 감독이 될 수 있을지 관전 포인트다.
◆ '1947 보스톤', 무시할 수 없는 실화의 힘...진입 장벽은 배성우
2020년 1월 크랭크업한 '1947 보스톤'이 3년 만에 베일을 벗는다. 올해 초 일찌감치 9월 개봉을 알렸고, 27일로 날짜를 확정한 '1947 보스톤'은 광복 이후 다시 뛰고 싶은 국가대표 마라토너들이 첫 국제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기 위한 염원과 레이스를 담는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보스톤 마라톤 대회는 1897년 처음 열린 이후, 매년 4월 셋째 주 월요일에 개최되는 세계 최고의 역사와 권위를 자랑하는 대회다. 광복 이후 혼란스러웠던 상황을 딛고 이 대회에 대한민국 최초로 참가한 선수들의 여정과 일화가 펼쳐진다. 서윤복은 최초로 태극기를 달고 마라톤 국제에서 우승한 선수인 만큼, 스포츠 실화로 스크린을 감동으로 물들일 것으로 기대된다.
하정우는 선수들을 이끄는 손기정 감독 역을, 임시완은 제2의 손기정을 꿈꾸며 1947 보스톤 마라톤 대회 한국 국가대표로 나선 서윤복 역을 맡아 극을 이끈다. 배성우는 보스톤 대회에서 서윤복의 코치로 참가해 12위로 골인한 남승룡으로 분하고, 박은빈은 특별출연으로 힘을 보탠다.
다만 걸림돌은 2020년 11월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배성우의 복귀다. 자숙 1년 만에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촬영하면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된 가운데, '1947 보스톤'으로 대중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 것. 이와 관련해 강제규 감독이 "고민 끝에 작품의 방향성을 따르려고 했다"고 밝힌 만큼, 배성우의 분량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8월 개봉한 '비공식작전'(감독 김성훈)으로 여름 대전에 뛰어들었다가 흥행 참패를 면치 못한 하정우가 임시완과 함께 실화의 힘으로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