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문화영 기자] 올봄, 설렘을 가득 안고 시작한 '하트시그널' 시즌 4가 최근 15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약 4개월간 진행된 방송은 여러 논란을 비롯해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여전히 시청자들의 연애 세포를 자극하며 함께 웃고 공감할 수 있는 '과몰입'의 정석을 보여줬다.
2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채널A 건물에서 <더팩트>와 만난 박철환 PD는 '하트시그널4'의 출연진 섭외 과정부터 마지막 회에서 논란이 된 '어장관리'설까지 프로그램 관련 여러 이야기를 솔직하게 밝혔다.
'하트시그널'은 시그널 하우스에서 펼쳐지는 청춘 남녀들의 연애를 관찰하고 분석하며 최종 커플을 추리하는 프로그램이다. 남성 4명과 여성 4명이 한 집에 함께 살면서 일어나는 일을 보여주고 변화하는 감정선을 세심하게 그려낸다.
박철환 PD는 이번 시즌이 후련하면서도 시원섭섭한 프로그램으로 남았다고 밝혔다. "마지막 에필로그를 마무리해 넘겼는데 아쉬웠어요. 한 달 동안 감정을 기록하는데 프로그램이 끝나면 다시 못 쓰잖아요. '충분히 다 살렸나?'라는 고민이 들었어요. 2023년 봄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까요."
매력적인 출연자를 섭외하기 위한 '하트시그널'만의 노하우도 전했다. 또 연애 프로그램답게 출연자 섭외 인터뷰는 주로 '연애'에 관한 이야기였다고 설명했다. "3차까지 인터뷰를 진행하는데 얼마나 자연스럽고 진정성이 있는지를 봐요. '방송에 나가서 뭔가 보여주겠다'는 의지는 없어야 해요. 예쁘고 잘생기면서도 편안한 느낌도 있어야 해요. 이게 우리가 찾는 이미지예요."
"먼저 연애하고 싶은 사람을 찾고요. 도시에 살고 있는 청춘 남녀라는 건 여기에 자리를 잡고 있다는 거잖아요. 연애 성향과 직업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눠요. 그리곤 저희(제작진)끼리 상상하죠. 그런데 예측이 성공한 시즌이 없어요. 실제 촬영에서 예측대로 흘러가는 건 거의 없어요. 대신 매력도는 예상대로 나와요. 누가 제일 인기 많은지 맞추는 것 같아요."
그는 2020년 시즌 3 이후 3년 만에 돌아온 프로그램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재밌는 연애 프로그램이 많이 생겼는데 잊지 않고 찾아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에요. 시청률은 선방했다고 생각하고요. 이번에 많은 OTT에 서비스를 하고 있어 다양한 루트로 언제든 볼 수 있는데 금요일 밤 11시 TV 앞을 지켜 주는 건 너무 감사한 일이죠. 나와 친구 이야기, 나의 삶과 사랑을 들여다보는 힘이 있어야 하는데 즐겨주셨다는 거잖아요."
그는 이번 시즌 논란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방영 내내 한 출연자에게만 표가 몰리고 촬영 분량도 소수에게 치중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또 출연자가 '남자친구가 있음에도 연애 프로그램에 나와 인지도를 쌓으려고 한다', '어장관리를 한다'는 날선 비판도 쏟아졌다. 김지영은 한겨레와 현실 커플이 됐지만 또 다른 현실커플 신민규 유이수 서사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많이 고민한 부분이에요. 김지영의 서사이기도 하지만 이후신 유지원 한겨레의 서사이기도 해요. 개개인 서사를 살리다 보니 지영 분량이 돼버렸죠. 이분(이후신 유지원 한겨레)들이 (김지영을 향한) 마음을 끝까지 바꾸지 않아 지영의 이야기가 많아졌어요. 민규 이수 커플은 마지막 인터뷰를 기반으로 설렜고 절정이었던 순간을 찾아 그 감정 안에서 충분히 표현했다고 생각했는데 (시청자 입장에서) 부족하게 느낀 것 같아요."
"지영은 정말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나왔어요. 프로그램 특성상 이전 연애를 밝히지 않는데 적극적으로 해명하면 논란이 될까 봐 지영의 진정성이 설명될 수 있는 회차를 기다렸어요. 그런데 과거 연애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남자 출연자의 '플러팅'이 안 먹히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거예요. 결국 지영의 과거를 공개할 수밖에 없었어요."
과거 '하트시그널' 제작진이 만든 채널A 또 다른 예능프로그램 '굿피플'에서 인연을 맺었던 박주미의 출연도 구체적으로 전했다. "'굿피플' 때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변호사 돼서 하트시그널 나오세요'라고 했었어요. 이후 시즌 4를 준비하며 '굿피플' 포스터를 보게 됐고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 주미와 약속을 잡았어요. 정말 변호사가 됐고 빛나는 커리어우먼 모습을 보며 '반드시 (하트시그널에) 모셔야 겠다'고 생각했어요."
홍수처럼 쏟아지는 연애 프로그램 속 '하트시그널'은 6년째 굳건히 높은 화제성을 잡고 있다. 시즌제와 인기 비결에 대해 그는 '덜어내는 것'을 꼽았다. 또 다른 연애 프로그램을 보며 몰입하고 '우리는 어떻게 할까?'라는 고민을 한다고 고백했다.
"연애 프로그램이 시즌을 거치면 '장치'가 생겨요. 저희만의 차별화는 시즌을 거듭할수록 '덜어내는 것'이에요. 이번 시즌도 '장치'와 '구성'을 최대한 덜어내고 시그널 하우스 룰로 '마지막 날 고백한다'를 넣었어요. 짝사랑을 계속하는 방법은 '고백하지 않는 것'이잖아요. 고백해 버리면 같이 살 수 없어요. 또 마지막 날 고백하는 건 '마지막까지 거절할 수 없다'는 뜻이에요. '진지하게 들어보겠다. 나를 알아볼 수 있는 시간에 충실하겠다' 이게 암묵적인 룰이에요."
"또 이 프로그램은 '중간 인터뷰'가 없어요. 이유는 입주자들에게 촬영이라고 느끼지 않게 위함이에요. 대신 마지막 날 '최종 인터뷰'를 진행해요. 이걸 기반으로 입주자 마음속 결정적 순간을 지도로 그리고 서사를 구성하는데 감정에 있어서는 현장에서 느꼈던 것들을 투영해요."
박 PD는 시즌을 거듭하며 달라지는 연애관을 느꼈다고 한다. "입주자들이 그 시대의 청춘이에요. 저를 내려놓고 입주자를 보며 어떻게 사랑하는지 배우고 흡수해요. '하트시그널'은 이에 맞게 진화하고 변하고 있어요. 시즌 1 서사가 전통적이었다면 시즌 4에는 '상대의 마음을 존중하면서 내 마음을 전하는 방법'이 나와요. 전통적인 '플러팅'이 변화하고 있구나를 알 수 있죠. 또 나와 타인에 대해 건강하게 접근하는 세대가 온 것 같아요."
그는 다음 시즌에 대한 포부도 밝혔다. "시즌 2와 3 당시 커뮤니티에 출연자들의 캐릭터와 서사를 설명한 시청자들이 있었어요. 시즌 4는 유튜브 댓글만 봐도 엄청 깊고 통찰력이 있으시더라고요. 시청자들이 시그널을 알아차리고 감정을 분석하는 게 대단해진것 같아요. 더 넓고 깊고 봐주시는 것 같아 '이걸 다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가 다음 시즌 숙제예요."
마지막으로 박 PD는 '하트시그널'의 궁극적인 목표로 "8명의 선택과 이야기가 이해되는 것, 결국 8명의 이야기가 다 살아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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